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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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는 것 만으로도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그 글속에서 오롯이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아내, 엄마 아니고 그냥 나.

1950년 담배가게에서 판매가 금지된 날 산 반질반질하고 새까만 표지의 두툼한 공책이 발레리아의 코트 아래 숨겨졌다. 하찮았던 일상은 기록됨으로 인해 기억할 만 한 가치가 있어졌다. 우연히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로 매일 같이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발레리아.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는 남편과 여동생을 무시하는 게 일상인 아들, 엄마의 불안의 끝을 시험하는 딸까지. 거기에 위기의 오피스.

가정에 대한, 아이들에 대한, 자신의 역할에 대한 내적갈등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는 발레리아의 일기장은 지금 나의 삶과 닮아있었다. 시간에 쫓길수록 더 일기를 쓰고 싶어하는 그녀가 너무 이해가 된다. 문장이 훌륭하다기보다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나를 투영하는 면에서 자극이 되었고 다른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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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생각쓰기 - 좋은 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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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책을 읽고 글을 쓰려니, 첫 문장을 몇번이나 고쳤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마음, 나의 글은 진부한 표현들 뿐인데…

새삼 3월 한달동안 받아본 일간 이슬아의 이슬아작가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윌리엄 진서가 말한 좋은 글의 핵심인 인간미와 온기, 생생함에 유머까지 더해진 글. ’주의를 지속하는 시간이 삼십 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 독자가 ’완전히 걸려들 때까지 한 문장 한 문장 끌고 가는‘ 글. 철저하게 자신을 파는 글. 써야 느는 글을 매일 써서 보내주는 작가. 그의 삶에서 생생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작가. 글로 스스로를 드러내주는 작가. ’명료함, 간소함, 간결함, 인간미‘로 가득한 글. 드라마를 쓰다가 미치지 않기 위해 연재를 시작했다는 그의 스무 번째 글까지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 어쩌다보니 일간 이슬아 감상평이 되어버렸네. 그는 <글쓰기 생각쓰기>를 교본 삼아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아닐까? 🤣

글을 쓰는 것이 겁부터 나는 나지만, 읽고 기록하는 이 공간에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조언을 한가지라도 실천해보자고 다짐해본다.

왜 글쓰기 분야의 베스트셀러인지 알것 같은 책.

오늘도 최선을 다해, 힘든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간 모든 쓰는 이들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책.

📌"절망의 순간에 이 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글쓰기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글쓰기가 정말로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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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북유럽 동화 - 노르웨이부터 아이슬란드까지 신비롭고 환상적인 북유럽 동화 32편 드디어 시리즈 6
페테르 크리스텐 아스비에른센 지음, 카이 닐센 그림,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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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북유럽 재미있는 이야기 모여라~


인간은 경고를 어긴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하지 말라는 걸 꼭 하고 마는 인간.
자신이 얻고 싶은 걸 위해 가족 따위는 버릴 수 있는 인간.


남성은 여성을 구한다.
남성의 모험 끝에 보상이 여성이다.
왜 왕자는 공주에게 돌아가는가?
왜 왕자는 공주를 구하는가?
서양의 공주 이야기가 동양을 망하게 하는 방법. 이야기의 마법.


왜 특히 막내딸들은 아름다운지😂 아시는 분? 🙋🏻‍♀️


익숙한 등장인물들(계모, 왕자, 공주 등) 사이에 이제는 낯설기 보다는 친밀해져 버린 것들(산타, 무민, 트롤 등)로 빠져든다. 예전에는 선과 악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른 구도와 요소를 보게 된다. 내가 여성이며, 엄마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짧은 32편의 동화에 우리의 옛 속담을 연결해둔 것도 좋았다.
본문 디자인도 신비로운 일러스트도 👍


⭐️가장 좋았던 동화는… <황소 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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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千년의 우리소설 14
김시습 지음, 박희병.정길수 옮김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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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이란다. 김시습. 15세기 조선 초기 학자인 그. 

들어본 적은 있으나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그의 소설을 읽는다. 

서양 고전만 읽을 수는 없지, 동양고전도 재미있을테니!

그래서 고른 <금오신화>.

<금오신화>는 조선 최초의 한문 단편 소설집이다. 


“살아 있으면 인물이라 하고 죽으면 귀신이라 하지만, 그 이치는 다르지 않소.”


얼굴도 못 본채 시를 읊으며 만남이 시작되는 낭만. 

먼저 술상을 봐오라고 하는 적극적인 신여성들. 

이들이 만나 사랑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는 세상은 이승이 아닌 용궁, 저승, 신선 세계들이다. 인간인 남성과 귀신인 여성들 혹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의 신비로운 만남.


“하늘과 사람은 그 이치가 하나이고, 드러난 것과 은미 한 것 사이에는 경계가 없소. 근원으로 돌아감을 ‘정(고요함)이라 하고 명을 회복하는 것을 ‘상’이라 하며, 시종 조화를 보이지만 그 조화의 자취를 알 수 없는 것, 이것이 곧 이른바 ‘도’라오.”


시에 감추어둔 그의 사상. 

곳곳에 숨어있는 김시습의 철학들을 찾아보는 재미.

등장인물들 속에 김시습은 자신을 담아낸다. 


현대어로의 충돌 없이 자연스럽게 읽혔다. 

간행사에서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신하는 쉬운 말로의 번역이 정말 잘 된 듯 하다. 

덧입힌 듯한 표지 디자인도, 큰글자책 같은 책의 구성도 주석도 마음에 쏘옥 들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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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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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를 가만히 본다.
1. 손가락이 왼쪽 사람에서 오른쪽 사람에게 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른쪽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편지교실의 편지들은 수신인(왼쪽에서 오른쪽)이 있다. 그러나 보내는 사람이 자신(오른쪽에서 오른쪽)에게 보낼 수도 있다.
2. 두 사람의 눈동자는 서로를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누구를 보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미시마 유키오의 편지는 모호하다. 작품 속에서 편지를 주고 받는 이들은 가상의 인물들이며, 그것을 읽고 있는 독자는 등장인물들 속에서 미시마 유키오를 발견한다.


📌"어쩌면 연애라는 것은 ‘젊음’과 ‘어리석음’을 다 가진 나이대의 특권이며, ‘젊음’과 ‘어리석음’을 모두 잃어버리는 순간 연애의 자격을 잃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20대 청년은 40대 미망인에게 칼라테레비를 사기 위해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그가 돈을 빌려주지 않자 13일의 금요일에 동반자살을 제안한다. 남성의 결혼 소식을 들은 여성은 자신이 남성을 사랑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음모를 꾸미는데… 편지를 받은 친구는 질투에 눈이 멀어 연인을 확실하게 결혼에 골인시키는 작전을 실행한다.


위의 이야기가 이 책의 편지들의 일부다.
초반부터 이 책 뭐지? 하며 물음표가 가득했던 책.
실제로 1966년 여성주간지 《여성자신》에 연재했던 내용이라니!
황당무계, 얼토당토, 천진난만이 난무하는 책.
등장인물들에 답장을 빌려 등장하는 작가의 시니컬한 조언이 웃기고, 귀엽고, 어이없고… 🤣🤣🤣
왠지 작가가 방바닥에 엎드려 혼자 킥킥 거리며 썼을 것 같은, 작가의 놀이 같은 책.
편지에 감추어진 작가와 일본의 시대, 문화, 정서도 유추해 보는 재미가 있는 책.
결론은 ‘일본인은 이상해~’ 였다는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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