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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 귀신과 通하다 - 조선에서 현대까지, 귀신론과 귀신담 ㅣ 조선의 작은 이야기 1
장윤선 지음 / 이숲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난 어려서부터 무서움을 많이 탔다. TV에 나오는 귀신 드라마는 아예 보지 않을 정도다. 그런 내가 영혼세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있었다. 책의 제목을 보고는 조선 선비들의 깊이 있는 귀신담 이겠구나!! 싶어 기쁜 마음에 책을 들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저자는 조선시대 유교사상 귀신론을 논하고 있었다. 좀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理와 氣 즉 음과 양의 조화와 변화의 과정, 生死를 말하고 있으며, 또한 유교의 귀신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양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 이라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음과 양의 두 기질이 모든 사물에 작용하여 생명을 만들고, 이들이 대단히 역동적인 운동을 통해 조화와 통일을 꾀하고 있다고 본다.
음과 양은 변화의 과정에 있으면서도 조화와 상호 보완성을 지향하는 대립적이고도 근원적인 두 종류의 기질이다.(p70)
어머니 ,아버지의 만남이 있었기에 내가 존재한다. 즉 음과 양이 만나야 새 생명의 탄생이 있다. 그렇다면 모든 만물은 음과 양의 두 기질의 서로 반목과 대립 조화로서 이 우주는 돌아간다고 하는 것이다. (氣=陰陽)
氣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생명을 이루는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에너지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p72)
理란 변치 않는 원리, 원칙, 그리고 법칙을 일컫는 개념이다. 리는 철저히 관념적인 것으로, 인간의 정신세계에 관계된 개념이다.
유교의 귀신관이 독특한 사상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神이란 음양의 조화 속에서 생명이 살아 있는 상태 이지만, 鬼는 氣의 소멸로 죽음의 상태를 말한다. 즉 음양이 모이면 神이 되고, 음양이 소멸하면 鬼가 된다고 정의한다. 그렇기에 모든 천지만물은 곧 鬼神 이라는 것이다.
유교의 귀신관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귀신은 존재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창조주는 기독교의 하나님과 같은 그러한 인격신이 아니다. 오로지 음양이라는 두 가지 기운의 기능에 따라 천지 만물이 생겨나며 자연스럽게 소멸한다.
천지 만물의 생성과 생사의 원리가 인격적 신의 손에 달렸다고 믿기보다는,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p84)
유학자들이 인격적 귀신을 배격했지만 모든 귀신을 부정 한 것은 아니다. 바로 죽은 조상의 영혼이다. 이 문제는 귀신을 자연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유학의 기본 관점이 인격적 귀신인 조상신에 대한 인정과 배치된다. 문제의 본질을 주자나 퇴계의 말은 빌자면 귀신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설은 모호한 느낌을 받게 된다.
자손이 제사를 지내며 조상의 생애를 기억하고 추모하면 죽어 흩어졌던 기가 일시적으로 다시 모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제사에 조상의 혼을 부를 수 있고, 이런 제사를 통해 조상과 자손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p90)
결국, 자손은 조상의 기이다. 조상의 기가 비록 흩어졌다고 해도 그 뿌리는 자손에게 있다. 그래서 자손이 정성과 공경을 다하면 또한 조상의 기를 불러 여기에 모을 수 있다(p91)
조상이 자손에 의해 자신의 영속적 삶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조상 제사를 극진히 모시는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전통이 후세에도 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누구에게나 추억속에 귀신 이야기에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머리 풀은 귀신, 화장실 귀신 얘기를 들으며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
유교사상이 뿌리 깊었던 조선시대의 귀신담은 귀신론과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귀신 세상에서도 여자들의 성차별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무릎쓰고 순결을 지키는 것이 여성의 미덕임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는 아랑 이야기나 혼례를 치른 첫날밤 신부를 음탕한 여자로 오해 신랑이 도망가 50년이 지나도록 첫날밤 모습 그대로 앉아 죽어버린 신부의 원혼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 온 대목이 있다.
지독히 가난한 미혼모에서 태어나 열 살 때 백인 남자에게 성폭행당하고, 열세 살에 매춘부가 되고, 가수로 성공했으나 운명적인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벽에 가로막혀 방황하다가 결국 마흔넷의 나이에 마약중독으로 숨진 빌리 홀리데이(p158)
그녀가 부른 노래 가사 말은 백인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 되는 어느 흑인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지독하게 고통스런 삶을 살다간 그녀의 생애가 마음을 짖누른다. 얼마나 원과 한을 가지고 죽어 갔을지.... 원한의 귀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상의 혼령 이야기는 조상이 자손을 돌보아 주는 따뜻한 이야기도 있다.
귀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귀신은 무엇보다도 감춰진 자기 사연을 풀어놓고 싶어한다. 수많은 귀신이 저승으로 편히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이유는 자기 사연을 남과 나누고, 위안을 받고 싶어서이다. 그러면 解寃이 된다.(p268)
귀신은 결국 삶에 대한 애정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존재인 것이다.
내 주위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을 열어야겠다. 힘든 상황에 있을수록 더 보듬어 않고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