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섬으로 가다 -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
김선미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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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찌는 듯이 무더운 7월의 뜨거운 한 여름날 새벽, 남춘천 산자락에 위치한 외갓집 사랑방에서 태어났다. 7살, 9살 터울의 외삼촌들과 거의 남매처럼 지내며 유년 시절을  남춘천 신동면의 산자락에서 보냈던 탓에 '춘천'은 내게 그야말로 고향같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소양댐, 닭갈비, 막국수 등등 춘천과 관련된 단어만 들어도 가슴 한 켠이 설레곤 하는데, 정작 남이섬은 모르고 살아왔다. 남이섬을 인지한 것은 한창 '겨울연가' 드라마가 유행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결혼하고 큰 아이를 낳아 기르던 그 시절 우연히 드라마를 보고 남이섬이라는 곳이 있다는, 그 섬이 행정구역상 춘천이라는 것도 그제서야 알았으니 나도 참 헛똑똑이다 싶다.

 

 

       큰아이가 4살이 되던 그 해 1월, 친정엄마를 모시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고향방문 겸 춘천을 찾아 여행을 하던 중 한창 유행하던 드라마의 배경지인 남이섬에도 가보자는 의견이 나와 얼떨결에 남이섬으로 향하게 되었다. 추운 겨울이라 배를 타고 들어가는 강 여기저기에는 얼어붙은 얼음덩어리들로 가득했고, 배가 도착한 선착장에는 아예 얼음폭포기둥이 우리를 반기던 모습이 내 기억을 장식하는  남이섬의 첫인상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남이섬' 하면 추운 겨울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마치 '남이섬 = 겨울왕국'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남이섬의  4계절을 만날 수 있어서 내겐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다.  남이섬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게 당연한 사실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나에겐 남이섬의 겨울 이미지밖에 없으니 그런 생각을 했음도 무리가 아니지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남이섬의 4계절의 변화무쌍한 모습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의 사진과 함께 그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 역사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어서 나로서는 참 좋았다.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라는 부제에 맞게 저자는 1년 내내 한 달에 한 번, 3~4일씩 꼭 남이섬에 머물면서 나무사진들을 찍고, 나무들과 대화하며, 오롯이 나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보냈다고 한다.

      나무를 보려면 수목원에 가지 왜 하필 남이섬에 갔을까. 수목원은 해답이 쉽게 보이는 참고서 같았다. 남이섬은 수목원처럼 한곳에서 다양한 수종을 관찰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친절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름표를 붙여놓은 나무도 많지 않았고, 있어도 잘 드러나지 았았다. 그렇다고 야생의 숲처럼 너무 막막하지도 않았다. 나처럼 나무에게 걸음마를 떼려는 사람한테는 안성맞춤이었다.

                                       - 본문 8쪽 인용 -

     저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이해가 된다. 나 역시도 그랬을 것 같으니 말이다. 쉽게 잘 닦인 등산로를 따라만 가며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이리 저리 가보며 내가 길을 찾아서 산 정상에 도달했을 때의 뿌듯함 같은 걸 이 책의 저자도 느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입춘 무렵부터 그 이듬해 대한 즈음까지 그 계절에만 볼 수 있는 꽃들을 비롯해서 나무의 성장과정을 주욱 지켜보며 남이섬과 함께 한 저자가 몹시도 부러웠다. 마치 아이가 태어나서 1년 동안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1년 뒤 소박한 돌잔치를 차려주며 참석한 지인들에게 아이의 성장과정을 하나 둘 풀어놓으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엄마를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안되겠다. 올해의 버킷리스트에 또 하나를 추가해야할 듯 싶다. 나무에 물이 오르고 봄꽇이 꽃망울을 피우는 봄이 오면 내 꼭 한 번 남이섬에 가리라. 겨울이미지로만 가득한 남이섬의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어 준 이 책을 들고 내 꼭 나무답사하러 남이섬으로 가리라. 그래서 꼭 남이섬의 봄을 만끽해야겠다. 연두빛으로 가득할 남이섬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니 이번 미션은 왠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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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필 무렵 당신을 보내고
이춘기 지음, 이복규 엮음 / 학지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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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초가 되면 늘 두 가지를 준비한다. 그날 그날 스케줄을 메모할 수 있는 휴대용 다이어리 한 권과 그해 일기를 쓸 수 있는 그야말로 '다이어리' 한 권을 준비하는 게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이기도 하다. 뭔가를 끄적거리는 걸 좋아하는 습관탓에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늘 해오는 의식이기도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1년을 꼬박 다 써 본 다이어리는 없다. 처음에는 늘 새로운 포부와 각오를 가지고 꼬박꼬박 기록을 하다가도 2월, 3월, 4월이 되어가며 계절이 바뀌어갈 때마다 점점 쓰는 횟수가 줄어들며 가을무렵부터는 급기야 다이어리가 백지상태가 되곤했다. 아예 펼쳐보지도 않게 되고 말이다. 이렇듯 일기를 1년 아니 몇 달만이라도 꼬박꼬박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수십 년 간 해오신 분이 계시니 바로 이춘기 옹이다. 1961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30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쓰신 것이다. 매일 일기를 쓰다가도 어쩌다 바쁜 농사일로 인해 일기를 빼먹게 되면 밀린 일기를 하나도 빠뜨림 없이 한꺼번에 쓰셨다고 한다. 어지간한 끈기와 인내와 없으면 참 하기 어려운 일일텐데 말이다. 그것도 그냥 신변잡기적인 일상들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수입과 지출, 장거리 여행을 할 경우 타게 된 차의 시각, 열차번호, 도착 시각, 차비, 당시의 물건값, 인부들의 품삯 등 그 시대만의 팩트들을 일기에 기록해둠으로써 30년간의 물가와 경제상황 등을 짐작해볼 수 있다는 가치 또한 지니게 된 것이다.

 

 

        초반부에 나오는 부인의 투병 및 사망에 관한 일기를 읽는 동안에는 가슴이 뻐근하리만치 아팠다. 이춘기 옹의 부인은 의료기술도 열악했을 1960년 12월 무렵 발병한 암으로 인해 힘든 투병 끝에 1961년 4월 17일 끝내 눈을 감는다. 아직 어린 두 아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야 함을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하는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 대목에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엄마의 부재로 인해 한 가정이 점점 기울어져가는 모습 또한 일기를 통해 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서두르게 된 재혼과 잇따른 실패로 인해 온 가족의 힘듦이 일기의 곳곳에 묻어나옴을 보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아! 엄마가 건강해야 하는구나. 내가 건강해야겠구나. 내가 아프거나 오래 살지 못하면 내 가족들이 고생하고 힘들어지는구나.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도 내가 건강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가족들 건강만 챙겼지 내 건강은 사실 잘 못챙기기 일쑤였는데 나의 건강을 비롯해서 가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었다.

 

 

        목련꽃 필 무렵인 4월 17일에 아내와의 사별을 맞이하게 된 이춘기 옹은 해마다 아내의 기일이 되면 하얀 목련꽃을 꺾어다 아내의 무덤앞에 놓고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내를 그리워하곤 했다고 한다. 자신이 가지 못하면 자식을 시켜서라도 그렇게 하였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아내가 그리울 때마다 일기장에 시를 쓰기도 했으니 그 그리움이 얼마나 깊고도 절절했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한 인간의 일생에 걸친 대서사시이자 한 가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일기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가족의 소중함부터 시작해서 가족의 건강, 특히나 안주인인 엄마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지 무엇보다 크게 깨닫게 된 경험이었다.

        올해도 벌써 한 달이나 지나갔다. 늘 연초가 되면 마음먹고 일기를 쓰다가도 어느 순간 접어버리곤 해서 올해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2월부터라도 시작해볼까 한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 지금보다 훨씬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돋보기 안경을 쓰고 낡은 나의 일기장을 들춰보며 추억을 회상해보고 싶다. 여건이 된다면 내 자녀들에게도 물려주고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내 건강을 좀 더 잘 챙겨야겠다. 내 건강이 곧 우리집안의 건강임을 잊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야겠다. 이춘기 옹의 일기로 인해 좀 더 부지런하고 건강한 2018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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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한국 현대사 - 빛바랜 한 장의 사진이 품고 있는 속 깊은 역사, 그 순간의 이야기
표학렬 지음 / 인문서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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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진찍기'란 내가 모델로 찍히는 사진이 아니라 내가 찍는 사람이 되어 사진찍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이 태어나던 무렵 인터넷상에서 유행했던  '**월드'라는 사이트를 활용하여 그날 그날 찍은 사진을 올리며 육아일기처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블로그라는 게 생겨 본격적으로 블로그에 육아일기를 기록하게 되었는데, 점점 범위가 넓어져 다양한 주제로 사진과 글을 올리는 취미활동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매일매일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서 그 날 먹었던 음식, 그 날의 하늘 모습, 시장에서 장본 것들, 집안 일 하기 전과 후의 모습, 아이들과 치과에 가서 뺀 치아들, 가족들과 함께 간 여행지의 모습 등 다양한 장면들을 찍어서 일상을 흔적들을 남기곤 했는데, 어떤 날은 사진만 올린 날도 많았다. 그러다 또 시들해져서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최근 들어 블로그에 서평을 쓰면서 다시 예전의 그 흔적들을 보게 되었다. 자세히 설명을 남겨놓은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사진만 올려놓은 것도 많았다. 그런데 딱히 설명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진만 봐도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아이가 왜 울었는지 등 그 날 있었떤 구체적인 일들이 마치 얼만 전 일들처럼 상세히 떠오르는 것이었다.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여행지에 가면 다들 "야~! 남는 건 사진뿐이야. 얼른 찍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에도 사진이 여러 장 실려있다. 그것도 그냥 사진이 아니라 우리 나라 현대사의 중요 장면들을 어렵게 찍은 33장의 흑백사진들이 고스란히 실려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자주 봐서 익숙한 사진들도 있고, 언젠가 박물관에서 개최한 사진전에서 본 듯한 사진도 있으며, 아예 처음 보는 사진들도 많았다. 흑백사진이라 그런건지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의 암울한 시대의 사진들이라 그런건지 사진들을 보다보면 마음 한 구석이 착잡해져옴이 느껴진다. 어떤 사진은 심지어 마음이 쓰리도록 아프기도 했다. 그 중 가장 먹먹했던 사진은 이봉창 의사의 마지막 기념사진이었다. 한인애국단이던 이봉창 의사가 임무수행을 위해 임시정부를 떠나기 전에 멋지게 옷을 빼입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찍은 사진을 보는데, 콧등이 찡했다. 자신의 죽음을 안다는 것, 남아있는 삶의 시간을 알고 준비한다는 것이 31살 청년이 감당하기에는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을 터인데, 환한 웃음으로 사진을 찍은 그의 사진을 보니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1960년대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는 초등학생들의 모습 사진이었다. 전후시대 빈곤에 시달리던 그 시절에 삶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은 좋은 대학교를 나와 출세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초등학생, 아니 당시 국민학생이던 시절부터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서울로, 대도시로 좋은 학교에 가려고 기를 썼던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모두가 가난하던 그 시절, 부모들이 가난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아 소 팔아 번 돈으로 자식 밑에 부어가며 우골탑을 쌓았던 그 시절의 모습이 지금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자녀밑에 들어갈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들 뿐 아니라,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고 하니 60년대 초등학생 사진을 보는 내내 역시 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져 옴이 느껴졌다. 

     

 

      낡고 바랜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현재 살고 있는 우리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깨닫는 귀한 시간이었다. 저자도 강조하다시피 역사청산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싶다. 잘못된 것은 사죄하고 반성하며 서로 협력하며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적폐청산이요, 미래를 향한 도약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전직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측근들에 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 입장 발표를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많은 기자들을 불러놓고 자신의 입장 발표만 하고 질문은 받지 않은 채 그 길로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나버린 것이었다. 그의 입장발표 내용은 이러했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인터넷에는 입장발표하는 모습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었다. 인터넷 신문들마다 사진을 올리기 바빴기 때문이다. 아마 그 날의 그 모습이 찍힌 사진 또한 현대사의 또 한 컷이 되어 남겨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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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같은 말 - 시작하는 나에게 끝내주는 한마디
정명섭 지음 / 생각의서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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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락같은 말'........ 

    책 제목이 참 인상적이었다. 학창시절을 한참이나 지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벼락'이라고 하면 시험기간에 벼락치기로 공부하던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걸 보니, 해마다 꼬박꼬박 나이를 먹긴해도 마음은 아직 철들려면 멀었나보다.

    이 책에서의 '벼락'은 책표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늘에서 내리치는 벼락을 의미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빛의 속도로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벼락처럼 언제 어디에서 우리의 뇌리를 스쳐지나갈지 모를 깨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이놈아! 정신차려!"

     호통과 함께 벼락처럼 어깨에 떨어지는 죽비가 해답인지도 모른다.

                         - 본문 4쪽 인용 -

    한 장면이 떠오른다. 심심산중에 있는 조용한 산사에서 가부좌를 한 채 명상에 잠긴 여러 스님들 사이를 거닐고 계시는 노스님 한 분........ 그 분의 손에 들려있는 죽비 하나.......   고요한 가운데 노스님이 거닐며 내는 옷깃 스치는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어느 순간 '딱'하고 누군가의 어깨를 내려치는 죽비소리....... 죽비 한 차례를 맞은 스님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다시 명상에 잠기고.......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돌아보니 '벼락같은 말' 속에 담긴 뜻은 바로 이것이었다. 바쁜 세상사에 치여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벼락같은 말'이 깨달음으로 다가와서 몸과 마음을 추스릴 수 있는 여유를 찾길 바라는 저자의 간절함이라고나 할까? 그런 간절함을 담고 있으면서도 저자는 은근히 밀당을 하고 있다. "이 책에는 옛 스님들의 이런 이런 좋은 말씀들도 있어. 읽어볼래? 아님 말구!"하며 말이다.

      이 책이 옛 스님들의 말씀에 얽힌 이야기를 짜깁기한 그저 그런 책이 될지 아니면 운명을 바꾸는 시작점의 역할을 할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 본문 5쪽 인용 -

    

 

 

      이 책은 4가지 주제에 관하여 다루고 있다. 그 4가지는 사랑, 도전, 노력, 반성인데 옛 스님들이 하신 말씀 한 마디를 먼저 소개한 후 그 말씀을 뿌리삼아 줄기와 가지가 뻗어나간다. 그래서인지 은근히 불교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크리스천인 내가 읽기에 그다지 부담스럽다던가 불편함을 느낄 만큼 힘든 내용들이 아니라 누구나 수긍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읽는 내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중 제일 와닿았던 내용이 있어서 따로 메모를 해서 책상 유리안에 끼워두었다.

       우리는 왜 눈앞의 행복을 제대로 보지 못할까?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얽매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삶이 지니는 무게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사랑이 시작되면 내가 얼마나 간절히 기다려왔는지 깡그리 잊어버리고,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꼽는다. 자신의 욕구가 채워지면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원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갈등과 다툼이 생기고, 결국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사랑에 목말라한다.

               - 본문 36쪽 인용 -    

       이 문구를 처음 읽는 순간 정말 내게 '벼락같은 말'로 다가왔다. 마치 아까 그 노스님한테 죽비로 어깨죽지를 한 대 맞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눈 앞의 행복을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늘 더 받길 바라고, 더 많은 걸 원하는 내 모습을 야단치시며 정신차리라고 호통하시는 것만 같았다.

       

 

 

        삶에 찌들려 하루하루 그냥 달력을 넘기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종교를 떠나 나 자신을 좀 더 돌아볼 수 있고, 내 마음 속 여유공간을 점검해볼 수 있는 시간을 얻기에 참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운명을 바꾸는 시작점의 역할을 할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라고 저자가 힘주어 말했는데, 다행히 나는 시쳇말로 '한 몫 건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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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읽어주는 여자 -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음식에 관하여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지희정 옮김 / 어바웃어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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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주부경력 16년에 비해 딱히 요리실력이라고 내세울 것은 없다. 그래도 그럭저럭 하루하루 밥은 해먹고 살고 있으니 아주 나쁜 편만은 아니다. 해가 갈수록 전업주부로 살고 싶은 맘은 간절해지는데  현실은 직장과 가사일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이다보니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드는 음식보다는 단시간에 상위에 올릴 수 있는 레시피 위주로 만들어야 한다는게 가슴 아프긴 하나 평소 온.오프라인을 통해 원하던 레시피를 얻게 되면 꼭 시간을 내어 만들어서 가족들 밥상위에 자랑스럽게 올리곤 한다. 그러면서 나름 '요리 할 줄 아는 여자'라고 스스로 위안 삼으며 뿌듯해 하곤 한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다고 잘 먹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몇 시간동안 부엌에서 실랑이 하느라 지친 몸에 다시 힘이 샘솟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어른들 말씀처럼 내 새끼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걸 오롯이 느끼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우리 아이들 기억속에 추억의 편린이 되어 오래오래 남아있길 잠시나마 기원해보기도 한다.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분명 사람을 그 날 그 때의 기분이나 인상을 함께 먹게 된다. 그것은 음식과 함께 입으로 들어가 몸속 깊은 곳에 축적된다. 그리고 어느 날 같은 맛 혹은 비슷한 맛과 만나면, 책 사이에 끼워둔 책갈피 끈을 잡아당겨 페이지를 폈을 때처럼 맛의 감정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 본문 239쪽 인용 -

        저자는 음식을 통해 살아온 세월들을 추억하는 놀라운 감성의 소유자다. 물론 음식에 담긴 추억과 사연들이 있어서 특별한 날, 또는 힘들고 지친 날 그 음식을 찾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음식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그야말로 '소울 푸드'가 무한한 멋진 사람이다. 어릴 적 먹었던 오므라이스부터 시작해서 일본 전통 음식들, 다양한 간식들, 심지어 편의점 패스트푸드까지 그녀는 미각과 후각을 총동원해 만든 추억들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녀가 소개하는 다양한 음식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제목붙인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죽이었다. 그녀가 중학교 2학년이던 때, 고열로 며칠을 시달리다가 사흘째 되던 날 아침 어머니가 두툼한 질냄비에 끓여 나무 국자로 떠 주신 죽........ 그녀는 그 음식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다고 한다. 순간 코가 싸해졌다.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가득 담긴 죽이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문자로만 읽고 있는 나에게조차 마치 그 죽을 방금 한 숟갈 떠먹은 것같은 가슴 찡함이 전해져왔다.  

      "죽은 말이야, 이걸로 쒀야 맛있어!"

     그렇게 말씀하시며 어머니께서 뚜껑을 열자,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나무 국자로 너구리처럼 생긴 질냄비에서 죽을 떠 밥공기에 담아주셨다. 그때 났던 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국자가 질냄비 가장자리에 닿을 때마다 "툭, 툭"소리가 났다. 금속과 금속이 서로 긁히는 날카로운 소리와는 달리 질냄비와 나무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둥글고 부드러웠다.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두툼한 질냄비에 끓여 나무 국자로 뜬 죽은 포근포근하고 부드러웠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식탁 위에서 죽 알갱이들이 반들반들 빛났다.

               - 본문 231쪽 인용 -

  

       이 책의 저자 역시 바쁜 직장일로 인해 제대로 요리를 할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늘 어머니께 부엌을 맡긴 채 지내오다가 저자가 50대 중반이 된 어느날, 어머니가 건강상의 이유로 부엌일을 그만하셔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 맛들을 글로 풀어낼 줄만 알았지, 직접 만들어본 적이라고 없는 저자는 그동안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 본 경험들을 떠올려 하나 둘 만들기 시작하며 어머니께 대접하게 된다. 어머니가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용기를 얻은 저자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기쁘게 먹어준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깨닫게 되며 점점 요리의 세계로 한 걸음씩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그동안 먹고 비울 줄만 알았던 그녀가 재료의 신선도, 조리법, 계절 변화 등 음식 맛을 좌우하는 미묘한 차이도 터득하게 되었다니 이제 맛 칼럼니스트에서 요리사로 거듭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음식에 관한 묘사 및 설명, 음식의 역사 등 다양한 상식들을 소개하고 있어 얼핏 보면 음식도감같은 책이기도 한데,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상식이 쌓인 것보다 마음 한 켠이 따뜻해져오는 묘한 느낌이 든다. 마치 누군가 나를 꼬옥 안아주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읽다보면 먹고싶어져서 책 커버에 써있는 문구처럼 이 책은 '한밤중에 읽으면 위험한 글'이긴 하지만 마음이 외롭고 누군가에게 마냥 의지하고 싶은 날,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난 후 이 책을 읽으면 금방 치유가 될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이제 이 책을 서재에 잘 보이는 책꽂이에 꽂아두어서 마음에 탈이 나는 날이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나만의 비상약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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