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섬으로 가다 -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
김선미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찌는 듯이 무더운 7월의 뜨거운 한 여름날 새벽, 남춘천 산자락에 위치한 외갓집 사랑방에서 태어났다. 7살, 9살 터울의 외삼촌들과 거의 남매처럼 지내며 유년 시절을  남춘천 신동면의 산자락에서 보냈던 탓에 '춘천'은 내게 그야말로 고향같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소양댐, 닭갈비, 막국수 등등 춘천과 관련된 단어만 들어도 가슴 한 켠이 설레곤 하는데, 정작 남이섬은 모르고 살아왔다. 남이섬을 인지한 것은 한창 '겨울연가' 드라마가 유행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결혼하고 큰 아이를 낳아 기르던 그 시절 우연히 드라마를 보고 남이섬이라는 곳이 있다는, 그 섬이 행정구역상 춘천이라는 것도 그제서야 알았으니 나도 참 헛똑똑이다 싶다.

 

 

       큰아이가 4살이 되던 그 해 1월, 친정엄마를 모시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고향방문 겸 춘천을 찾아 여행을 하던 중 한창 유행하던 드라마의 배경지인 남이섬에도 가보자는 의견이 나와 얼떨결에 남이섬으로 향하게 되었다. 추운 겨울이라 배를 타고 들어가는 강 여기저기에는 얼어붙은 얼음덩어리들로 가득했고, 배가 도착한 선착장에는 아예 얼음폭포기둥이 우리를 반기던 모습이 내 기억을 장식하는  남이섬의 첫인상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남이섬' 하면 추운 겨울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마치 '남이섬 = 겨울왕국'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남이섬의  4계절을 만날 수 있어서 내겐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다.  남이섬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게 당연한 사실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나에겐 남이섬의 겨울 이미지밖에 없으니 그런 생각을 했음도 무리가 아니지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남이섬의 4계절의 변화무쌍한 모습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의 사진과 함께 그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 역사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어서 나로서는 참 좋았다.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라는 부제에 맞게 저자는 1년 내내 한 달에 한 번, 3~4일씩 꼭 남이섬에 머물면서 나무사진들을 찍고, 나무들과 대화하며, 오롯이 나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보냈다고 한다.

      나무를 보려면 수목원에 가지 왜 하필 남이섬에 갔을까. 수목원은 해답이 쉽게 보이는 참고서 같았다. 남이섬은 수목원처럼 한곳에서 다양한 수종을 관찰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친절하지 않아서 좋았다. 이름표를 붙여놓은 나무도 많지 않았고, 있어도 잘 드러나지 았았다. 그렇다고 야생의 숲처럼 너무 막막하지도 않았다. 나처럼 나무에게 걸음마를 떼려는 사람한테는 안성맞춤이었다.

                                       - 본문 8쪽 인용 -

     저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이해가 된다. 나 역시도 그랬을 것 같으니 말이다. 쉽게 잘 닦인 등산로를 따라만 가며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이리 저리 가보며 내가 길을 찾아서 산 정상에 도달했을 때의 뿌듯함 같은 걸 이 책의 저자도 느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입춘 무렵부터 그 이듬해 대한 즈음까지 그 계절에만 볼 수 있는 꽃들을 비롯해서 나무의 성장과정을 주욱 지켜보며 남이섬과 함께 한 저자가 몹시도 부러웠다. 마치 아이가 태어나서 1년 동안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1년 뒤 소박한 돌잔치를 차려주며 참석한 지인들에게 아이의 성장과정을 하나 둘 풀어놓으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엄마를 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안되겠다. 올해의 버킷리스트에 또 하나를 추가해야할 듯 싶다. 나무에 물이 오르고 봄꽇이 꽃망울을 피우는 봄이 오면 내 꼭 한 번 남이섬에 가리라. 겨울이미지로만 가득한 남이섬의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어 준 이 책을 들고 내 꼭 나무답사하러 남이섬으로 가리라. 그래서 꼭 남이섬의 봄을 만끽해야겠다. 연두빛으로 가득할 남이섬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니 이번 미션은 왠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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