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청소부
니이츠 하루코 지음, 황세정 옮김 / 성림원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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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본 내용을 읽기 전,  앞부분에 나와 있는 일본 NHK <프로페셔널의 조건> 프로그램의 디렉터가 남긴 추천글을 읽던 중 이 책의 저자와의 인터뷰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 부분에서 그만 멈추고 말았다. 짧은 인터뷰이지만 나에겐 상당히 울림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 남들에게 높이 평가받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그런 것까지 바라지 않아요. 그저 어디까지 나의 마음을 다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요. 스스로를 청소의 장인이라 생각하거든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만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누군가가 '이렇게 느꼈다더라, 기뻐했다더라'는 평가가 따라올 수는 있어도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의 평가일 뿐이에요. 처음부터 남들에게 칭찬 받기 위해 일하진 않아요."

                - 본문 11~12쪽 인용 -

     특히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의 평가일 뿐이에요', '남들에게 칭찬받기 위해 일하진 않아요' 이 두 문장은 나에게 큰 위로와 위안을 주었다. 공항 알바생에서 일본 최고 '청소의 신'이 된 사람의 이야기라는 데 호기심이 생겨 '어느 성공인의 자서전같은 이야기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책을 폈는데,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부터 위로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유난히도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평가에 쉽게 흔들리는 나는 평소 마음을 다스리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들, 용기와 포부를 가지는 데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자아를 강인하게 만들어보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 잠깐 회복될 뿐 다시 현장에 나오면 어느 새 주위 사람들의 말과 평가에 또 휘청이며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자 또다시 나를 채찍질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도 또 잠시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뜻하지 않게 갑자기 저자로부터 용기를 받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니이츠 씨는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잔류 일본인 고아 2세라는 이유로 중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에서 상처만 받으며 자신이 있을 곳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노력으로 17살에 어렵게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긴 했으나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으며, 식빵 모서리를 먹으며 끼니를 때운 날도 있었다니 그야말로 힘겨운 삶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잃지 않았다.

       '이것도 없어, 저것도 없는데......' 하는 식으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타인과 일일이 비교하고 있었다면 아마 괴로웠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게는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힘들게 일했던 그 시간이 고생이 아닌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 본문 37쪽 인용 -

     어디서 나온 무한긍정의 힘일까? 어려운 가정 형편속에서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기 쉬웠을 텐데,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를 그녀의 희망에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시쳇말로 '멘탈갑'이 아닐 수가 없다.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그 시간이 기쁨으로 다가왔다'는 말에 조금만 불편하거나 힘들어도 한숨부터 쉬며 힘빠져 하는 내 모습이 오버랩이 되며 참 부끄러웠다. 아울러 또 한 명의 인생선배를 만난 기분이었다. '멘탈갑'의 인생선배를......

 

 

       17년간 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요즘 사실 매너리즘에 빠졌다. 늘 반복되는 일에 재미도 점점 없어지다보니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불편한 감정들이 예전처럼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 것 같아서 고민이기도 하던 찰나였다. 그런데 '멘탈갑'의 저자의 글을 읽던 중 또 다시 원기를 회복하는 기분이 든다.

      처음부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해도 처음 1~2년은 고생만 할 뿐, 즐거운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회사에 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고, 그곳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는 정말 사소한 일이라도 좋으니 뭔가 작은 즐거움을 하나 발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출퇴근길에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른다거나, 친한 동료를 만나기 위해 회사에 간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아니면 혼자만 쉴 수 있는 자신만의 아지트를 찾아내는 것도 좋습니다. 주위에 자신을 움직일 원동력이 될 만한 것, 작은 즐거움을 만드는 것입니다. 보람이나 평가는 그런 나날들이 쌓이고 쌓인 후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보물이라 생각합니다.

                               - 본문 129~130쪽 인용 -

      '뭔가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라'는 조언에 바로 실천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차를 직장에 갖다두고, 업무 시작 전 맛있게 탄 커피를 마시며 기분전환을 한 후, 업무 중간중간에는 텀블러 가득 타 둔 차를 마시며 계속 그 기분을 유지해보기로 했다. 아직까지 다소 더운 날씨탓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아침을 상쾌하게 연 후, 요즘 유행처럼 불고 있는 보이차를 수시로 마시며 기분과 함께 건강도 챙겨보기로 했다. 아직 1주일 채 되지도 않은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효과가 있는지 직장에서의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 때도 있다.

 

 

        공항 알바생에서 일본 최고 '청소의 신'이 된 주인공의 삶이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인데, 읽다보니 어느새 내가 치유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힘든 직장생활로 인한 불평이 줄어들고, 앞으로 직장생활을 어떻게 해야할 지 가닥이 잡히는 것 같으니 그야말로 큰 걸 얻은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청소부'인 그녀는 하네다 공항만 세계에서 최고로 깨끗한 공항으로 청소한 게 아니라, 삶의 찌꺼기들로 점점 오염되어 가는 내 마음도 깨끗하게 청소해주어서 책을 읽기전보다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 기분이다. 아울러 그 비워진 자리에는 그녀가 내게 보여 준 자신감으로 채워진 것 같다. 이젠 직장생활이 좀 더 신바람 날 것 같은 기대감에 설렘조차 생긴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마음을 청소해야 할 순간들이 올 때마다, 이 책을 꺼내들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청소부'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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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사전 - 법칙, 원리, 공식을 쉽게 정리한 그린북 과학 사전 시리즈
와쿠이 요시유키 지음, 김정환 옮김, 이동흔 감수 / 그린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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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큰딸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을 때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중학생 시절이었던 이유 때문인지 아이가 중학생이 된다는 사실에 제가 설레기도 했답니다. 교복을 입고 학교를 가는 아이를 볼 때마다 제가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 좋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구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아이는 중학교가 너무 힘들다며 다시 초등학생이 되고 싶다고 우는 소리를 하기 시작하더니,

2학기가 시작된지 이제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겨울방학을 기다리고 있네요. 앞으로 90여일 조금 넘게 남았다며 하루하루 손꼽아 겨울방학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힘든가 싶어서 아이와 얘기를 나눠봤더니 공부량이 많아져서 힘든데, 그 중에서도 수학이 그렇게나 싫다네요. 왜 수학을 배워야 하냐면서 급기야는 어렵고 싫은 수학이라는 과목이 사라지면 좋겠다는 소리까지 하네요. 그야말로 대략난감입니다. 저도 사실 수학이 어려워서 많이 힘들었는데, 수학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수학공부에 전념을 다한 덕분에 나중에는 수학성적도 오르고, 수학이 좋아하는 과목이 된 기억이 있어서 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득을 했답니다. 지금 당장 힘들어도 좀 참고 공부를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수학이 재밌어질거라고 저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어르고 달래보았지만도 아이는 그래도 고개를 절레절레 하더라구요. 벌써부터 수포자가 되는 건 아닌지 엄마인 제  마음은 조마조마했구요. 그러던 찰나 '수학사전'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답니다. 딱딱한 수학문제집이나 해설서가 아닌 쉽고 편하게 책읽듯 읽을 수 있게 구성된 책이라기에 서둘러 읽어보았답니다. 혹시나 우리 아이에게 수학의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지요.



   

    수학은 기본적으로 한 층 한 층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야 하는 학문입니다. 바탕을 이루는 부분에 대한 이해가 모호한 상태에서 그냥 넘어가 버리면 그 위에 구축된 부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지요. 또 그렇다고 해서 각 단원을 완전히 독립시켜 설명하려 하면 페이지 수가 방대해지고 중복투성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공식과 정리, 수학적인 중요한 개념을 분야별로 정리하고 순서대로 해설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전처럼 이용하면서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순서대로 읽어 나가면 이해가 수월해질 것입니다.

                          - 머리말 인용 -

    머리말에도 나와 있듯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전처럼 꺼낼 수 있는 책이더라구요. 특히나 중학교 1학년이 우리 아이가 지금 당장 100% 모두 소화해 낼 수 있는 내용들이지는 않지만 중,고등학교 시기를 보내면서 공부의 비상약으로 늘 곁에 두어 책꽂이 한 켠에 이 책을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면 되겠다 싶었답니다. 안그래도 아이가 책 읽다가, 또는 생활속에서 궁금하거나 모르는 내용이 있을 때면 백과사전을 잘 찾아보는 편이라 앞으로 잘만 활용하면 '수학사전'이라는 책 제목 그대로 모를 때마다 찾아보는 사전처럼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목차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답니다.

       1. 증명과 논리

       2. 수와 식

       3. 도형과 방정식

       4. 복소수, 벡터와 행렬

       5. 함수

       6. 수열

       7. 미분

       8. 적분

       9. 순열, 조합

      10. 확률, 평균

      제 기억에 중학교 3학년 때 피타고라스의 정리, 사인 법칙, 코사인 법칙을 배운 것 같아서 해당 페이지를 펼쳐서 읽어보니 설명이 자세하고도 쉽게 되어 있네요. 단순히 공식만 나와있는 것이 아니라 공식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림과 설명으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왜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성립할까?'라는 제목으로 증명하는 과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놓았구요. 아울러 수학자들의 에피소드 및 '개념넓히기'라는 코너에는 좀 더 확장된 설명까지 나와있답니다. 그야말로 개념을 철저하게 읽힐 수 있도록 야무지게 구성이 되어있어요.



   

       오늘도 딸아이는 수학과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어르고 달래며 수포자가 되지 않도록 옆에서 잘 도와야겠다는 절실한 사명감까지 느낍니다. 이땅의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수포자가 되지 않도록 '수학사전'을 통해 꾸준히 수학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당장 우리 아이부터 시작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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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분 세계사 - 매일 한 단어로 대화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
김동섭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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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년대에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나는 세계사라는 과목을 고2때 처음으로 만나겠되었다. 사촌언니, 오빠들이 '세계사 어렵다'고 미리 겁을 주곤 했었어도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세계사 과목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당시 책이 풍족하지 않던 시대였던터라 세계사는 오직 교과서로밖에 만날 수 없어서 교과서에 실린 짧은 설명과 함께 한 귀퉁이에 실린 조그마한 흑백사진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면 지금처럼 관련 서적이나 영상자료들이 풍족하지 못했던 게 오히려 내게 더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프랑스어를 전공하신 언어학 박사님이 언어를 연구하다 언어의 역사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던 중에 발간하게 되었다. 언어학 박사님이시다보니 세계사를 그냥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핵심단어를 제시한 후 그 단어의 어원과 유래를 탐험하며 자연스레 세계사를 이끌어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여정이 쉽지는 않다. 나는 최대한 독자들이 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그리고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색다른 형식을 택했다. 누구든 하루에 3분씩만 시간을 할애하면 된다. 3분 동안 핵심 단어 1개의 어원과 유래를 탐험해보는 것이다.

     단어는 풍성한 역사적 배경과 지식을 품고 있으므로, 이 책이 제시하는 대로 100일 동안 따라가기만 한다면 머릿속에 수많은 역사상식이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 본문 5~6쪽 인용 -

     저자의 취지에 걸맞게 이 책은 마치 천일야화처럼 하루에 한 개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Day 1, Day 2, Day 3  이런 식으로 Day 100까지 세계사 이야기들이 소개되어져 있다. 물론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갈 수도 있고, 나처럼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목차에 실린 매일매일의 제목을 보다가 급궁금해지는 제목을 보면 그것부터 읽어도 된다. 책을 펼치는 순간 눈길이 가던 주제가 몇 개 있었는데 제목만 봐도 읽지 않고서는 못 배길 주제들이었다.

      - Day   6.   남편은 집 지키는 사람이다?

      - Day  12.   손수건은 코만 푸는 천이었다?

      - Day  24.   밀가루는 왜 꽃과 같은 발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 Day  49.   크리스마스를 왜 X-마스라고 하게 된 걸까?

      - Day  60.   네덜란드 축구 팀은 왜 오렌지 군단이라고 불릴까?

      - Day  69.   타이타닉 호는 침몰할 수밖에 없었다고?

      - Day  91.   캐나다는 실수로 붙여진 이름이다?

      - Day  94.   왜 성경에는 40이라는 숫자가 많이 나올까?

      - Day  99.   이메일 주소에 쓰는 골뱅이는 어디서 왔을까?



    내가 제일 먼저 읽은 내용은 Day 94의 '왜 성경에는 40이라는 숫자가 많이 나올까?'였다. 정말 그렇다. 성경을 읽다보면 노아가 방주를 만들고나자 몇날 며칠 비가 내리는데 그 날수가 40일이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땅에 끌려가서 40년이라는 세월동안 노예생활을 했으며, 그 백성들을 데리고 애굽에서 나온 모세의 경우를 보면 40세 때 살인을 하고 미디안 땅으로 도망갔다가, 40년 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데리고 애굽땅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게 되는데, 역시 광야에서도 40년의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뿐만 아니라 광야에서 마귀의 시험에 들지 않기 위해 예수님이 금식을 한 일수도 40일이다.  사실 성경책을 읽다보니 유난히 40이라는 숫자가 많다는 건 이미 느끼고 궁금해하고 있던터라 얼른 Day 94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저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수메르인과 접목하여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크리스찬인 나에게 있어서는 사실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렇게 연결지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저자의 세계사적 지식이 방대함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호기심을 자극하기 좋은 주제와 쉬운 설명덕에 학생들이 읽어도 좋겠다 싶었다. 물론 세계사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익힐 수 있는 형식은 아니지만, 초.중.고 학생들 모두가 읽어도 될 정도로 부담없이 읽기 좋다. 세계사를 배우기 전에 읽으면 배경지식 쌓는데 도움일 될 것이고, 세계사를 배우는 단계의 학생들이라면 잠시 쉬어가며 부담없이 가볍게 소화시키기에 좋을 것 같다. 안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무슨 책이냐며 자꾸 관심을 보이길래, 엄마 다 읽으면 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편하게 세계사에 접근할 수 있는 이 책이 온 가족 모두 세계사 상식을 쌓아가는데 일조할 것 같다는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언제쯤 엄마가 이 책을 다 읽나하고 기웃기웃거리는  딸아이에게 얼른 갖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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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첫 사춘기 공부 - 초4부터 중3까지, 사춘기가 끝나기 전 꼭 읽어야 할 책
유하영 지음 / 위닝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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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서열 1위가 바뀌었다. 그동안 초등학교 3학년인 떼쟁이 둘째 딸아이가 엄마, 아빠를 제치고 비선실세(?)의 맛을 제대로 보고 있었는데, 중학교 1학년인 큰딸아이에게 사춘기라는 녀석이 찾아오고 부터는 명실공히 그녀가 서열 1위가 되어버렸다. 모두가 그녀 앞에만 서면 슬슬 눈치를 보며 그녀의 심기를 살피기가 바쁘다. 그녀의 기상상태를 살펴보면 하루에도 수차례 비가 왔다가 맑았다가 태풍이 몰아치기 일쑤이며, 체중이 제일 많이 나가는 애들 아빠의 발걸음보다 더 큰 발자국 소리를 내며 이방저방을 쿵쿵쿵쿵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온 세상을 환히 밝혀줄 것만 같던  그녀의 환한 미소로 가득한 어릴 적 사진들이 내 휴대폰에는 아직도 가득한데, 이제는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시간만 나면 휴대폰 삼매경에 빠지기 일쑤이고, 주말만 되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여기저기 다니기 바쁘며, 애써 말을 걸어도 가시돋친 말들로 화답하고야마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기염소들을 잡아먹고 늘어지게 잠자는 동화속 늑대가 오버랩이 된다. 순한 어린 양 같던 내 딸을 꿀꺽 삼켜버린 그녀........ 난 오늘도 그녀에게 내 딸을 돌려달라고 하소연을 하듯 또 한 차례의 전쟁을 벌였다.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도 1학년이라더니, 아이가 중1이다보니 나역시 중1 수준밖에 안되나보다. 하루하루 사춘기의 절정을 갱신하고 있는 딸아이를 볼 때마다 도대체 앞으로 남은 사춘기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암담할 따름이던 찰나 이 책을 만났다. '엄마의 첫 사춘기 공부'라는 제목만 보는데도 벌써부터 위안이 되니 나도 참 위로와 조언이 많이 갈급했던 모양이다.

 

 

       '초4부터 중3까지, 사춘기가 끝나기 전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짙은 글씨로 쓰여있는 책표지의 부제를 보며 그야말로 나에게 딱인 책이다 싶었다. 한창 현재진행형인 사춘기의 적진에서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큰아이는 물론이고, 장차 그 적진으로 곧 합류할 둘째 딸아이를 위해서 내가 중무장하기에 그야말로 제격인 책이겠다 싶었다.

      <사춘기 자녀 감정연구소>대표인 저자는 1남 2녀의 세 자녀를 키우며 쌓은 자녀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육학을 공부하고 부모,자녀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춘기를 힘들게 보내는 아이와 부모에게 도움을 주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카페,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주소 뿐 아니라 심지어 개인 휴대폰 연락처까지 책표지에 기재하며 힘들 때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라는 친절한 안내에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든든해져왔다. 사실 책을 읽기도 전에 전화로 상담부터 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책은 모두 다섯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야말로 사춘기 자녀들을 다루는 실용적인 매뉴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요긴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 중 저자는 무엇보다 부모의 이해와 기다림을 강조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이해'와 '기다림'을....... 

        부모는 아이의 대답을 들으려고 억지스럽게 다가가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들으려고 하는 것으로 인해 아이와 더 멀어질 수 있다. 아이도 이 시기 자신의 혼란한 감정을 잠재우려고 노력한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면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많은 세포들이 움직인다. 이러한 에너지들을 아이 스스로 소모하기 때문에 유독 사춘기 때 잠을 많이 잔다. 부모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문제는 문제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현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 본문 37쪽 인용 -

       뜨끔했다. 아이가 평소답지 않게 말하고 행동할 때마다 발끈하며 일일이 응대했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후회가 밀려왔다. '조금만 더 기다려줄 걸......', '조금은 모르는 척 해줄 걸.......' 하는 생각과 함께 여유로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이가 더 흥분하고 힘들어한 건 아니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아이의 사춘기는 결국 지나갈 건데 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어느 글귀처럼 언젠가는 지나갈 통과의례와도 같은 건데, 마치 한 평생 아이가 그러면 어떡하나 싶은 조바심에 나 혼자 안절부절하지 못한 것 같아 참 부끄러웠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면 될 것을 말이다.

 

 

 

      PART 4를 펼치니 '사춘기 아이에게 해야할 말,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소개되어 있었다.     

     - 아이에게 해야할 말                                - 아이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

        1) 지금도 잘하고 있어!                              1) 너는 엄마의 희망이야!

        2) 괜찮아, 나는 너를 믿어!                         2)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3) 너는 특별한 존재야!                              3) 넌 왜 하는 것마다 그 모양이니?

        4) 잘했어, 그 정도면 충분해!                       4) 공부는 언제 할 거니? 

        5) 사랑해, 수고했어!                                 5) 너도 저 집 아이 반만 닮아 봐!  

      애석하게도 평소 나는 해서는 안되는 말들을 더 많이 한 것이 아닌가!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공부는 언제 할 거니?', '엄마친구 딸은 이렇다는데 걔 좀 닮아봐라!' 등의 말들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아이도 처음 겪는 사춘기지만, 나 역시 엄마로서 처음 겪는 아이의 사춘기인지라 어찌 해야 할 지 종잡을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이 책을 읽고 많은 반성도 많이 하고, 쏠쏠한 정보도 얻었을 뿐 아니라 먼저 경험한 선배엄마의 노하우도 배워봄으로써 남은 사춘기는 이제 당황하지 않고 여유있게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둘째녀석 사춘기도 거뜬히 넘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겨나고 말이다.

 

 

      책을 덮고났는데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구절이 있었다. 우리집 서열 1위인  '그녀'와 그런 '그녀'를 내 손아귀에 넣고 내 뜻대로 이리저리 끌고다니고 싶어하는 나에게 제일 필요한 두 가지를 알게 해 준 구절......

       부모와 자녀는 서로 아는 만큼 신뢰하게 되고 믿게 된다. 이런 믿음은 소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기반이 제대로 다져지면 그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 관계 유지의 첫 번째는 대화이다. 대화는 연속성을 띠며 매일같이 실행된다.

                   - 본문 261쪽 인용 -

      그렇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믿음'과 '대화'이다. 무조건 '그녀' 편에 선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든든한 조력자 및 비빌 언덕이 되어줌으로써 '그녀'와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이 사춘기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날마다 읊조리고 또 읊조리는 요즘 나의 좌우명을 다시 한 번 외쳐보며 그 날을 기다려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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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한 달을 살다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전혜인 글.사진 / 알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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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대한 낯가림이 있는 나는 프롤로그, 여는말, 서문 등 책의 앞쪽에 자리하고 있는 책 소개 및 저자의 책을 쓰게 된 동기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내용만 봐도 이 책이 쉽게 소화가 될 책인지, 오래 두고 꼭꼭 씹어 읽어야 할 책인지, 씹어 삼켜도 소화불량으로 가슴이 답답해질 책인지 어느 정도의 감이 온다. 물론 늘 그 예감이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적중률 80% 정도의 나름 신빙성 있는 나만의 직감이다. 책 표지부터 상큼하게 다가온 이 책은 본 내용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프롤로그를 읽다말고 그만 저자에게 격한 공감을 하며 씹을 새도 없이 소화가 다 되어버렸다. 마치 내 마음을 열어보고 그대로 옮겨놓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건 아마도 내가 '서른을 넘긴 직장인 유부녀'가 되었기 때문일겁니다. 낯선 곳에서 혼자 한 달을 보내는 자유는 이제 내가 누릴 수 없는 사치가 되어 버린 걸까요?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안정감'이라는 녀석은 '유부녀', '며느리', '성실한 직장인' 같은 여러 겹의 코르셋을 가지고 제 인생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덕분에 나는 항상 신나는 일을 벌이는 '나'의 본모습을 어딘가 묻어둔 채, '서른을 넘긴, 직장인, 유부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내가 어느새 '나'를 잃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프롤로그 인용 -

       '유부녀, 며느리, 성실한 직장인 같은 여러 겹의 코르셋', '서른을 넘긴 직장인 유부녀의 역할', '내가 어느새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는 구절을 읽는데  어쩜 이렇게 콕 찝어 표현을 잘하는지 나보다도 어린 저자가 퍽 대견하고도 기특(?)하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현재 나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한 집안의 맏딸, 또 다른 집안의 며느리,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마흔을 넘긴  직장인 등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내 몸도 역시 '여러 겹의 코르셋'으로 꽁꽁 싸매져 있다. 때로는 숨이 막히고 답답해서 코르셋을 벗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코르셋들로 답답하리만치 싸매져 살다보니 나의 본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심지어 내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은 불안감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을 때도 종종 있는데, 저자는 현명하게도 실천을 한 것이다. 파리에서 한 달간 살아보는 것으로 말이다. 그야말로 대박사건이다. '여행'이 아닌 '살기'라니....... 그것도 한 달이나 말이다.

 

 

 

      이제 30대 초반의 나이인 저자에게 하나 배운 게 있다. 평소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나로서는 여러 개의 물건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사야할 때 그야말로 심사숙고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일 뿐 아니라, 양자택일의 상황인 경우에는 더더욱 고민에 고민을 더하다보니 그것처럼 괴로운 일도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저자가 소개하는 '엄마로부터 배운 인생공식' 덕분에 앞으로 더 이상 '결정장애'로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름하여 '50살 척도'. 쉰을 넘긴 엄마가 지난날을 돌아보며 하는 말을 듣다가 떠올리게 된 인생 공식이다.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결정의 주체를 지금의 내가 아닌 50살의 나로 가정하는 것이다. 나이 오십이 된 내가 지금 이 순간을 회상한다면 어떤 말을 할까. 파리에 가서 한 달을 살아 보라고 할까, 아니면 평소처럼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할까? 워커홀릭 성향이 다분해서 놀 때보다 일 할 때 마음이 편한 현재의 나는 '소처럼 일이나 해서 성과를 잘 내겠다'고 대답하겠지만, 쉰 살의 나는 그렇게 말할 것 같지 않았다. 망설이지 말라고, 나이에는 무게가 있어서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엉덩이를 떼는데 점점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그렇게 나의 등을 떠밀 게 분명했다.

                                    - 본문 14~15쪽 인용 -

      '50살 척도' 덕분에 앞으로는 선택하기가 좀 쉬울 듯 하다. 무엇을 사야할 지, 어디로 가야할 지, 무엇을 해야할 지 등 내가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 이제껏 늘 그랬듯이 소극적인 자세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던지, 꼬리를 슬그머니 내리는 행동 따위는 더이상 하지 않을 것 같다. 좀 더 대범하게, 좀 더 자신있게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자신감지수가 상승함이 느껴진다.

 

 

 

        남편은 물론이요 친정, 시댁 식구들의 동의를 얻었을 뿐 아니라, 직장동료들의 양해를 구하여 한 달이라는 시간을 확보한 저자는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통해 파리에 있는 월세 스튜디오를 한 달간 빌리게 된다. 여기서 스튜디오란 사진을 찍는 작가들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풀옵션 레지던스'같은 집을 말하는 것이란다. 파리의 동남쪽 베르시(Bercy) 쪽에 위치한 2층짜리 다세대 주택인데, 관광지가 아닌 현지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고 싶어 주거 중심지역으로 집을 구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찬찬히 동네를 둘러본다. 나를 무엇보다 기쁘게 한 것은 스튜디오가 위치한 골목의 상점들이다.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정면에 보이는 빵집, 가게 바깥에까지 동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빵을 사 먹는 걸 보니 대단한 맛집이 틀림없다. 빵집 옆엔 구린 냄새를 풍기는 치즈 가게가, 그리고 맞은편엔 예쁜 꽃을 파는 소담한 꽃가게가 있다. 골목의 끝엔 멋스러운 테라스 카페가 파리다움을 뽐내고 있고, 그 건너편엔 모노프리라는 대형마트가 있다. 오 분쯤 걸어나가면 인근에 지하철역이 두 개나 있고, 근방엔 밥집과 카페가 줄을 잇는다.

                           - 본문 26쪽 인용 -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향긋한 빵냄새가 골목 가득 퍼져있고, 골목길 따라 얌전히 자리잡고 있는 치즈 가게, 꽃집, 카페의 모습들이 마치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다. 어쩜 이렇게 집을 골라도 야무지게 골랐을까나. 그 집이 어디인지 알아내어 내가 가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저자는 한 달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동안 바쁜 여행객처럼 수학여행 다니듯 파리의 유명한 곳들만 골라 골라 다니는 게 아니라 동네를 시작으로 이 길, 저 길 따라 여유있게 걸아다니며 점점 파리의 여유로움과 낭만에 대해 알아간다. 센 강가를 걸으며 여유로운 사색에도 잠겨보고, 동네 로컬 상점을 찾아다니며 쇼핑도 하고, 책도 사며 벼룩시장에서 인생템이 될만한 물건도 구입한다. 뿐만 아니라 메뉴 주문을 잘못해서 육회를 먹게 되는 상황에도 처해보고 뜻하지 않게 쌀국수 맛집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도 안게된다. 파티에도 초대되어 영화속에서나 볼법한 무도회의 분위기도 느껴보는 등 한 달이라는 일정동안 그야말로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삶의 여유를 찾고 인간관계에서 생겨난 상처들이 하나 둘 치유되어 가며 그야말로 힐링되어 가는 저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 내 마음을 제일 흔드는 장면이 있었다. 심금을 울렸다고나 할까?

         아침이 되면 쏟아지는 햇살에 슬며시 눈을 뜬다. 띠디디띠 띠띠띠, 띠띠디띠 띠띠띠 하고 울리는 알람 따위는 파리에 도착한 첫날 밤에 진작 삭제해 버렸다. 휴일에 소파에 누워 '미드'를 보다가도 나를 흠칫 놀라게 했던 전 세계인의 공통 알람, 바로 아이폰의 알람을. 이 시점부터 나의 행복은 시작된다. 알람 없는 일상이라니! 필요한 만큼 푹 자서 저절로 눈이 떠지면 아침햇살에게 꽃이라도 선물 받은 양 기분이 좋다. 기지개를 쭉 켜고 팔을 좌우로 흔들흔들 하다 보면 두 팔을 프로펠러 삼아 붕-날아오를 수 있을 것만큼 몸도 가볍다.

                        - 본문 27~28쪽 인용 -

 

 

      이 역시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저자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어느새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된다. 그야말로 모든 현대인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다. 알람이 없는 세상....... 기상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에 저절로 몸이 깨어나는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인 기상이니 몸이 절로 건강해질 것만 같다. 저자가 여기 저기 다니며 구경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물건을 사고 하는 것도 부러웠지만 그것보다 더 부러운 게 바로 이 자연친화적인 기상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언제쯤 나도 해볼 수 있을까? 마냥 저자가 부럽다.

 

 

 

         한때 '제주에서 한 달 살기' 붐이 일던 적이 있었다. 잠시 사그러드나 싶더니 어느 연예인의 민박운영이 컨셉이 된 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요즘 다시 제주도 열풍이 부는 것 같다. 그런 열풍과는 상관없이 난 예전부터 제주에서 살고 싶은 작은 꿈이 있었다. 마냥 도피해서 숨어사는 게 아니라, 주말이 되기 무섭게 고향집으로 달려가서 엄마가 해주시는 집밥을 먹으며 한 템포 쉬어가는 대학가의 자취생처럼 나도 힘들때면 제주도로 가서 한 달간 숨고르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그것도 나 혼자서 말이다. 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혼자서 되뇌이면서도 말이다. 그런데 저자의 한 달간의 파리 체류 기록을 보면서 내가 조금 변했음이 느껴진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과 마음의 성장판'이 닫힐 줄만 알았는데 그게 다시 열린 것 같다고나 할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꼭 실천해보리라 다짐을 해본다. 저자처럼 파리까지 가보지는 못하겠지만, 늘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제주에서 한 달....아니면 두 달..... 살기를 해보리라고.  '몸과 마음의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꼭 실천해보리가 다짐에 다짐을 하게 해 준 저자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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