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청소부
니이츠 하루코 지음, 황세정 옮김 / 성림원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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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본 내용을 읽기 전,  앞부분에 나와 있는 일본 NHK <프로페셔널의 조건> 프로그램의 디렉터가 남긴 추천글을 읽던 중 이 책의 저자와의 인터뷰 내용이 소개되어 있는 부분에서 그만 멈추고 말았다. 짧은 인터뷰이지만 나에겐 상당히 울림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 남들에게 높이 평가받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그런 것까지 바라지 않아요. 그저 어디까지 나의 마음을 다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요. 스스로를 청소의 장인이라 생각하거든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만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누군가가 '이렇게 느꼈다더라, 기뻐했다더라'는 평가가 따라올 수는 있어도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의 평가일 뿐이에요. 처음부터 남들에게 칭찬 받기 위해 일하진 않아요."

                - 본문 11~12쪽 인용 -

     특히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의 평가일 뿐이에요', '남들에게 칭찬받기 위해 일하진 않아요' 이 두 문장은 나에게 큰 위로와 위안을 주었다. 공항 알바생에서 일본 최고 '청소의 신'이 된 사람의 이야기라는 데 호기심이 생겨 '어느 성공인의 자서전같은 이야기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책을 폈는데,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부터 위로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유난히도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평가에 쉽게 흔들리는 나는 평소 마음을 다스리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들, 용기와 포부를 가지는 데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자아를 강인하게 만들어보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 잠깐 회복될 뿐 다시 현장에 나오면 어느 새 주위 사람들의 말과 평가에 또 휘청이며 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자 또다시 나를 채찍질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도 또 잠시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 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뜻하지 않게 갑자기 저자로부터 용기를 받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니이츠 씨는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잔류 일본인 고아 2세라는 이유로 중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에서 상처만 받으며 자신이 있을 곳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노력으로 17살에 어렵게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긴 했으나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으며, 식빵 모서리를 먹으며 끼니를 때운 날도 있었다니 그야말로 힘겨운 삶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잃지 않았다.

       '이것도 없어, 저것도 없는데......' 하는 식으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타인과 일일이 비교하고 있었다면 아마 괴로웠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제게는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힘들게 일했던 그 시간이 고생이 아닌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 본문 37쪽 인용 -

     어디서 나온 무한긍정의 힘일까? 어려운 가정 형편속에서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기 쉬웠을 텐데,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를 그녀의 희망에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시쳇말로 '멘탈갑'이 아닐 수가 없다.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그 시간이 기쁨으로 다가왔다'는 말에 조금만 불편하거나 힘들어도 한숨부터 쉬며 힘빠져 하는 내 모습이 오버랩이 되며 참 부끄러웠다. 아울러 또 한 명의 인생선배를 만난 기분이었다. '멘탈갑'의 인생선배를......

 

 

       17년간 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요즘 사실 매너리즘에 빠졌다. 늘 반복되는 일에 재미도 점점 없어지다보니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불편한 감정들이 예전처럼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 것 같아서 고민이기도 하던 찰나였다. 그런데 '멘탈갑'의 저자의 글을 읽던 중 또 다시 원기를 회복하는 기분이 든다.

      처음부터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해도 처음 1~2년은 고생만 할 뿐, 즐거운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회사에 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고, 그곳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는 정말 사소한 일이라도 좋으니 뭔가 작은 즐거움을 하나 발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출퇴근길에 마음에 드는 가게에 들른다거나, 친한 동료를 만나기 위해 회사에 간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아니면 혼자만 쉴 수 있는 자신만의 아지트를 찾아내는 것도 좋습니다. 주위에 자신을 움직일 원동력이 될 만한 것, 작은 즐거움을 만드는 것입니다. 보람이나 평가는 그런 나날들이 쌓이고 쌓인 후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보물이라 생각합니다.

                               - 본문 129~130쪽 인용 -

      '뭔가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라'는 조언에 바로 실천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차를 직장에 갖다두고, 업무 시작 전 맛있게 탄 커피를 마시며 기분전환을 한 후, 업무 중간중간에는 텀블러 가득 타 둔 차를 마시며 계속 그 기분을 유지해보기로 했다. 아직까지 다소 더운 날씨탓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아침을 상쾌하게 연 후, 요즘 유행처럼 불고 있는 보이차를 수시로 마시며 기분과 함께 건강도 챙겨보기로 했다. 아직 1주일 채 되지도 않은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효과가 있는지 직장에서의 시간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 때도 있다.

 

 

        공항 알바생에서 일본 최고 '청소의 신'이 된 주인공의 삶이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인데, 읽다보니 어느새 내가 치유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힘든 직장생활로 인한 불평이 줄어들고, 앞으로 직장생활을 어떻게 해야할 지 가닥이 잡히는 것 같으니 그야말로 큰 걸 얻은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청소부'인 그녀는 하네다 공항만 세계에서 최고로 깨끗한 공항으로 청소한 게 아니라, 삶의 찌꺼기들로 점점 오염되어 가는 내 마음도 깨끗하게 청소해주어서 책을 읽기전보다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 기분이다. 아울러 그 비워진 자리에는 그녀가 내게 보여 준 자신감으로 채워진 것 같다. 이젠 직장생활이 좀 더 신바람 날 것 같은 기대감에 설렘조차 생긴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마음을 청소해야 할 순간들이 올 때마다, 이 책을 꺼내들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청소부'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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