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괜찮겠지만 난 아니라고 - 말하자니 뭐하고 말자니 목 막히는 세상일과 적당히 싸우고 타협하는 법
강주원 지음 / 유노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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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항상 책을 읽기 전에는 누구나 그러하듯 프롤로그, 여는글 등을 먼저 꼼꼼히 살펴본다. 아무래도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서 '책의 복선' 역할을 해주는지라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분위기 파악'에 큰 도움이 되기에 나는 항상 여는글부터 천천히 곱씹어보며 저자의 입장을 유추해보곤 한다. 일종의 나만의 통과의례인 셈이다.

   이 책 역시 여는글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한 장을 넘기자마자 책내용의 핵심이자 저자의 집필의도가 그대로 담겨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괜차니스트'들의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괜찮지 아니한 순간들에 귀를 기울였다. '괜찮다'의 사전적 정의를 뒤집어 '꺼려지거나 문제될 것 있는', '탈이나 이상이 있는' 상황을 그렸다. 일상의 불편과 타인과의 불화, 이유있는 불만과 원인 모를 불안이 여기, 펜으로 짠 그물 안에 퍼덕거린다.

   불편을 논한다는 것은, 그 말마따나 편치 않은 일이다. 아는 사람이 도마 위에 오르는가 하면 지난날의 내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어쩔 도리가 없다. 뻔뻔해지는 수밖에. 이럴수록 정면 돌파, 이참에 자기반성이다.

             - 본문 5쪽 인용 -

    이것만 읽었는데도 눈이 똥그래지고 앞으로 전개될 내용들이 기대가 되며 심지어 설레기까지 했다.  누가 콕 집어 얘기해준 것은 아니지만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좋은 게 좋은거다'라는 게 인간관계에서의 미덕일 때가 많다는 것을 이미 익히 잘 알고 있던터라, 불편한 상황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펜으로 짠 그물 안에 퍼덕거리게' 할 저자의 입담이 너무 기다려졌다.



 

    이 책은 모두 네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딱히 피해준 건 아니지만

                PART 2.   동의없이 치고 들어오는 사람들

                PART 3.   때로는 내로남불의 순간이 온다.

                PART 4.   세상과 매듭을 푸는 슬기로운 마음 타협법

    각 파트별로 소주제 아래에 짤막짤막하게 글이 전개되고 있다. 소주제 제목들만 봐도 재미있을 정도로 저자의 위트는 센스와 기발함으로 충만하다. '복사+붙여 넣기가 안 되는 순간', '딸 바보 아빠의 딸은 이상하게 힘이 든다', '아무리 예뻐도 용서할 수 없는 여자', '욕도 사랑과 관심입니다', '의미부여가 인생을 복잡하게 만든다', '비워야 한다면 일단은 채워라', '감정 투기자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 등의 소주제 제목의 흡인력이  뛰어나다 보니 한 번 책을 펼치면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문장의 호흡도 짧고 각 주제마다 전개되는 내용들 또한 단문이며 곳곳에서 반전의 묘미를 선보이는 저자의 '까칠 DNA' 덕분에 읽는 내내 통쾌함과 더불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살아가면서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해야 했던 불편함들이 내 마음 구석구석에 묵은 때가 되어 끼어 있었는데, 저자는 어느새 '이태리 타월'이 되어 그 묵은 때들을 벗겨내고 있었다. 그야말로 시원하고 개운했다. 뿐만 아니라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고 혼자 소심하게 숨겨오던 생각들이었는데 이 책의 곳곳에 스스럼없이 소개되고 있는 내용들을 읽다보니 든든한 동지를 한 명 얻은 기분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공감받는 기분이었다. 재미있고 위트있는 책일 거라고 짐작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나는 마음에 위로를 얻고 공감을 받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가 책 표지에서 부제로 밝혔듯이 '말하자니 뭐하고 말자니 목 막히는 세상일과 적당히 싸우고 타협하는 법'을 배움과 동시에 든든한 '페이스 메이커'를 만난 기분이다. 앞으로도 복잡하고 불편한 삶의 장면들을 만나게 될 텐데 그 때마다 이 '페이스 메이커'가 해준 이야기들을 떠올려야겠다. 그래서 인사치례로 하는 "괜찮아요."가 아니라 정말 괜찮아서 "괜찮아요."라고 할 수 있는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내 인생마라톤을 완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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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정강현 지음 / 푸른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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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만난 건 작년 5월이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답게 늘 5월이면 여기 저기 꽃구경을 다니며 즐겁게만 보내곤 했는데, 작년 5월은 예년과 달리 그러하질 못했다. 날씨도 봄날 같지 않게 아침 저녁으로 스산하기만 했고,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일이 연거푸 쏟아지는 통에 정말 계절의 제맛을 보지도 못하며 그렇게 5월을 보내고 있었다. 유난히 힘든 봄을 보내는 탓인지 40이 훌쩍 넘은 이 나이에 어린애 마냥 혼자서 훌쩍훌쩍 우는 일들도 잦아졌고 말이다.

    그렇게 힘든 봄을 보내던 어느 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라는 제목만 봤을 뿐인데도 나는 나와 동갑내기인 저자에게 이미 위로와 위안을 다 받은 것만 같았다. 누가 볼새라 혼자 숨죽여 울고, 티슈로 눈과 코를 틀어막고 울던 나였는데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라는 제목을 보니 마치 내 눈물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만 같아서 뿌듯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는 중앙일보에서 사회, 문화, 정치 담당 기자생활을 한 작가로서 2016년에 JTBC 보도국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도 JTBC <정치부회의>에 출연중이라고 한다.(2019년 현재까지도 진행형인지는 모르겠다)  바쁜 직업 중의 하나인 기자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쓰는 저자의 모습에 감탄스러웠다. 나와 같은 나이에 벌써 벌써 이 책이 세 번째 산문집이라고 하니 존경심과 함께 샘(?)이 나기도 할 정도이다.

     저자가 서른 즈음부터 마흔 즈음에 걸쳐 썼던 에세이를 묶은 책 답게 이 나이 무렵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과 동질감을 느낄 만한 주제들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신변잡기적인 주제들, 애잔하게 바라봐지는 가족의 일상사들, 3040세대로서 제법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지는 정치계의 모습들, 그리고 전국민이 통탄의 눈물을 흘리며 힘없이 지켜봐야했던 세월호 사건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통해 저자는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듯 팩트와 감정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와닿았던 내용이 있었다. 한 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계속 나에게 여운을 남기며 말이다.

 < 생일 >

   삼십대 중반을 넘어셔면서부터 생일이 닥칠 때마다 나는 문득 서러워진다. 청춘에서 점점 멀어지는 내 나이 때문이 아니라, 내 부모의 나이가 떠올라서다. 막내아들이 중년에 가까워지는 동안 아버지와 엄마는 이 나라의 법이 정해놓은 노인의 기준을 이미 충족했다. 내가 힘껏 나이를 먹는 동안 내 부모 역시 최선을 다해 늙음에 도달했던 것이다. 나는 어느새 생일이 마냥 즐거운 날이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에 이르렀다. 생일이 돌아왔다는 것은 내가 한 해만큼의 생명을 소진했다는 뜻이니까. 늙은 부모의 삶 또한 그만큼 닳아버렸을 테니까. 중년이 임박한 내게 생일은 다급한 생명의 신호다. 소중한 이들을 사랑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엄중한 경고문이다.

                                                                             -  본문 137쪽 인용 -

     나 역시 사십대의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입장이다 보니 저자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건조한 말투로 차분히 써내려간 글 같지만, 행간 여기저기에서 가족들을 향해 사랑한다고 외치는 저자의 외침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자꾸만 저자의 성별을 확인해보곤했다. '정말 남자가 쓴 글이 맞아?'라는 의구심을 가지며 말이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와 '한때 소중했던 것들'을 읽으면서도 몇 번이고 그랬는데, 이 책 역시 그러했다. 그만큼 저자는 각 주제마다 아주 섬세하게 터치하고 있으며  디테일한 감정까지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동성의 친구와 대화를 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저자가 삶의 변곡점마다 흘린 눈물들이 글의 씨앗이 되어 한 권으로 완성된 이 책을 읽고 나니 답답했던 마음이 정화된 기분이다. 시원하게 한 판 울고 난 것처럼 말이다. 맘이 답답할 때, 외로울 때, 속상할 때, 울고싶을 때 나는 아마 이 책을 또 펼쳐서 읽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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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갱신 - 부모가 변해야 자녀가 성장한다!
조봉희 지음 / 교회성장연구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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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어린 시절 집안 모습을 떠올려보면 집안 여기저기에 책이 널려 있었고, 부모님 두 분 역시 어디서나 책을 가까이 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쇼파에서 두툼한 책을 보고 계셨고, 엄마는 더운 여름날 선풍기 바람 아래 대나무 돗자리에 누워 책을 읽으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그래서인지 나역시 책을 늘 가까이 하며 우리집 역시 온 방마다 책이다.  모든 벽면을 책꽂이로 채울만큼 말그대로 '책으로 도배한' 듯한 모습이 우리집 풍경이기도 하다. 그 덕분인지 우리 아이들 역시 어릴 때부터 책을 장난감 삼아 친구 삼아 지내온 터라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책을 즐겨 읽는 편이다.

         이렇게 부모의 책읽는 모습을 자연스레 닮는가 하면 나와 남편의 성격 중 닮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들 또한 아이들이 어느새 닮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순간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이렇게나 흡수가 빠른가 싶은 생각에 다시금 나를 바로잡기도 하고 말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이고, 나를 가장 잘모르는 사람도 나 자신이다. 따라서 부모의 숨겨진 상처와 왜곡된 성품이 자녀들에게 전이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갱신이 먼저다. 부모가 달라지는 만큼 자녀들이 성숙한다. 자녀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가정의 앞마당 못지않게 뒷마당의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부모의 모습은 앞뒤가 같아야 한다. 그래야 자녀들이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하며 살아간다.

                            - 서문 인용 -

           '가정의 뒷마당 정리정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든다.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나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답습하진 않았는지 반성이 되며 서문만 읽었음에도  '부모갱신'의 필요성을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지구촌 교회 담임목사이신 조봉희 목사님이 쓰신 책으로 책의 구석구석마다 기독교 신앙에 입각한 부모로서의 올바른 자세들로 가득하다. 나역시 기독교인이라 많은 부분들을 공감하며 읽었는데  그 중 바늘로 콕 찌를만큼 뜨끔했던 내용이 있었다.      

        목회 경험이 풍부한 어느 목회자가 한 남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좋은 신자인가요?"

         목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아직 말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그의 부인과 자녀들을 만나 보지 못했거든요."

         깊게 생각해 볼 답변이다. 가정을 이룬 한 남자의 성공은, 아내와 자녀들을 통해 드러난다. 당신은 가족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 본문 14쪽 인용 -

             앞서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부모의 뒷모습을 닮는 자녀 뿐 아니라 나의 모습을 통해 서서히 변모되어 가는 아내 혹은 남편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민낯을 들여다봐야함을 조봉희 목사님은 말씀하고 계신다. 사실 요즘 들어 내가 남편과 아이들에게 불만이 많아서 좀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가정의 달인 이 5월에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힘들어 하며 말이다. 결혼한지 16년이 되었건만 남편은 나와 합일점을 못 찾고 있는 것 같아 늘 마음 한구석이 시렸고, 사춘기의 정점을 매일 갱신하고 있는 큰아이로 인해 내가 어느새 지쳐있었던 것이다. 늘 남편탓, 아이탓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나로서는 '당신은 가족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차!'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는 과연 남편과 아이들에게 어떤 배우자이며 어떤 엄마인지 궁금함과 동시에 반성이 밀려왔다. 그와 함께 주일예배시간에, 우리는 대접받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대접하고 베풀기 위해 결혼하는 것이라고 설교하시던 담임목사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목사님 말씀처럼 가족들을 위해 베풀고자 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5월 한 달 동안 힘들었던 시간들도 행복한 시간들로 바뀌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밀려왔다.

            

              

           자녀를 만드신 분이 누구신지를 기억할 때, 우리는 자녀의 모습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작품을 내 얕은기준으로 판단할 수 는 없는 일이다. 하나님은 내 자녀를 위해 독생자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하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녀들을 하나님께서 사랑하고 축복하시는 대상으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 특히 우리 가정에 보내신 선물이기에 있는 그대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

                    - 본문 186~187쪽 인용 -

         이 내용을 읽으면서 많은 회개를 했다. 설교시간에 너무도 많이 들은 내용이라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는 내용인 반면 생활 속에서 잘 실천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기에 말이다.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이자 우리집에 보내주신 귀한 선물인 아이들 역시 하나님의 귀한 자녀이기에 동등한 '하나님의 자녀'의 입장으로서 우리가 함부로 자녀를 욕할 수 없고 때릴 수 없으며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머릿속에 박혀있는 진리와도 같은 사실인데, 살다보면 참 실천하기 어렵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아껴줘야 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건만 어찌 이리 힘들단 말인가.

          힘든 5월이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가정의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나를 다잡으며 바닥으로 떨어지려고 하던 부모로서의 자존감도 다시 회복되고 있고, 믿는 부모로서 자녀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 구체적인 경로도 찾게 되었다. 그야말로 '자기갱신'이 된 것이다. 앞으로도 '부모에너지'가 방전되려고 할 때마다 꺼내보며 재충전을 해야겠다 싶다.  '내 인생의 보조배터리'같은 책을 만난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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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5미터의 행복
다카시마 다이 지음, 전화윤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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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태명이 '행복이'였다. 의외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일이 없다보니 태명이라도 '행복이'라고 지어서 그 말을 자주 입에 담고픈 나의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임신기간에 수시로 뱃속의 아이와 태담을 나누며 '행복'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제 40대 초반에 접어든 내가 살아오면서 쓴 '행복'이라는 단어의 90%는 그 기간에 다 썼을 정도니 태명을 많이 불렀기에 그랬기도 했고, 그 이후로 '행복'이라는 단어를 내가 쓸 일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듣기만 해도, 글로 쓰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이라는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참 사용할 일이 없다. "나 행복해요!", "너무너무 행복해요!"라는 문장은 광고 속의 예쁘고 멋진 배우들이 사용하는 광고문구처럼만 느껴질 정도로 입에 담기에 참 낯간지러운 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바쁜 삶 속에서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여유롭게 '행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가 때로는 사치스럽다게 여겨질 정도이기도 하다.

      이렇듯 가까이 하기에 먼 '행복'이건만, 저자는 '반경 5미터의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반경 5미터'면 그야말로 나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 주변에 머무는 곳까지의 거리이다. 즉 가족, 직장 동료, 친구들과 나와의 거리인 셈이다. 제목만 보고도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권태기인 듯 권태기 아닌 권태기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남편, 한창 사춘기의 절정을 내달리고 있어서 하루에도 수차례 엄마인 내 가슴에 상처주기 바쁜 딸아이를 생각해보면 '반경 5미터의 행복'은 나에게 있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데 저자는 어떻게 했기에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았을까 하는 생각에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더군다나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한부모 가정에서 가난하게 살았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며 중학교도 겨우 졸업했으며 자신감도 배경도 돈도 없었던 저자가 어떻게 주변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건지 빨리 알고 싶어서 책을 서둘러 펼쳐보았다.

 

 

       

        저자는 책의 목차에서 이미 '반경 5미터'에 관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   

        - 1m, 바로 곁에 그대 : 행복은 나로부터 번져가는 것

        - 2m, 인생의 짝 : 완벽하지 않아도 행복해

        - 3m, 소중한 선물 아이 : 희생하는 부모보다 행복한 부모

        - 4m, 사랑하는 연인 : 상대는 나를 비추는 거울

        - 5m, 나를 둘러싼 이들 : 스스로 행복해지기

                 - 목차 인용 -

        반경 1m 내에 있는 나로부터 행복은 번져간다는 제목만 봤을 뿐인데 가슴이 뭉클해졌다. 요즘의 나는 사실 행복할 일이 없었다. 많은 일들로 인해 '인생은 정말 혼자구나',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거구나'를 뼈저리게 깨달으며 울적할 때가 많았는데, '행복은 나로부터 번져가는 것'이라는 저자의 표현에 짧은 찰나였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 내 삶이 어디서부터 틀어졌는지 짐작도 가며 나의 인생의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깨달음 또한 얻게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저자의 아내가 참 부러웠다.

           햇살이 맑고 따뜻한 날에도

           비가 와서 춥고 어두운 날에도

           매일매일 지켜보며 넉넉한 사랑을 주고 싶다.

           딸아이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라든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부모로서 늘 되새기는 약속이다.

 

           그렇게 되새기는 동시에 늘 아내를 떠올린다.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도 딸아이와 똑같이

           자식의 행복만을 바라는 부모님에게

           누구보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라는 걸.

                       - 본문 23~24쪽 인용 -

          그러면서 저자는 한 가지 더 덧붙여 말하고 있다. '소중히 아낀다는 건, 그 뒤에 있는 이야기까지도 함께 끌어아는 일'이라고 말이다. 이 대목을 읽는데 저절로 눈물이 또르륵 떨어졌다. '그 뒤에 있는 이야기까지도 함께 끌어안는다'라는 말 속에 담긴 모든 상황들이 충분히 짐작이 되었으며, '내 뒤에 있는 이야기'가 오버랩되며 과연 나의 배우자는 '내 뒤에 있는 이야기'를 끌어안아주고 있나 생각해보게 되었고, 아울러 나 역시 '내 배우자 뒤에 있는 이야기'를 끌어안아주었는지 되짚어보게되었다. 참 쉽지 않은 일인데 저자는 그렇게 했기에 '행복'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삶을 예쁘게 가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번역본이라 그다지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한 게 사실이건만 책이 점점 중반부, 후반부로 넘어가도록 번역본이라는 생각을 할 사이가 없었다. 감동을 받거나, 밑줄을 그어 둘 정도로 마음에 와닿는 내용들이 넘치고도 넘쳐서 급기야 처음에 밑줄 그어가며 읽어가던 것을 나중에는 멈춰야 했다. 그렇게 읽다가는 책의 모든 내용에 밑줄을 그어야 할 판국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파랑새'라는 명작동화를 읽었던 적이 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행복을 찾아 여기저기를 찾아헤매다가 결국 집에 와서 행복을 찾는다는 이야기였는데,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반경 1m내에 있는 나로부터 시작되어 점차 번져간다는 것! 그게 바로 행복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행복해져야 내 주위의 사람들도 행복해지는 것이니 내가 먼저 행복해지기로 말이다. 그러다보면 반경 5미터, 10미터, 50미터까지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하지 않을까 하는 기분좋은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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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잘 먹겠습니다 1 - 삼시세끼 현지 음식 먹고 그곳의 문화를 맛보다, 해외편 여행, 잘 먹겠습니다 1
신예희 지음 / 이덴슬리벨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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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참 많은 여행을 해보았다. 그 많은 여행들 중 굵직굵직한 여행들을 손꼽아보자면 떠나기 몇 달 전부터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수차례 흔들기 바쁘던  '수학여행'을 비롯해서, 대학시절 교수님을 모시고 친구들, 복학생 선배들과 함께 우리 과의 특성을 살린 장소들을 선정하여 떠났던 '졸업여행', 그리고 결혼 후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 본 '신혼여행', 아이들이 좀 자라서 자기 가방을 멜 수 있을 무렵 온 가족이 함께 다녀온 '가족여행' 등 나의 사진첩에는 그 때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래서인지 여러 번의 반복을 거쳐서 나중에는 종만 쳐도 개의 입에서 침이 흐르는 실험을 했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여행'이라는 말만 들어도 내 입꼬리는 자동으로 올라가고 우울하거나 답답했던 마음도 어느새 사라져버리곤 한다. 이렇듯 '여행'은 나에게 천연치료약같은 마법같은 녀석이기도 하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도 그러리라.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정말로 '여행'이 없었다면 아마 숨쉬기조차 못했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질만큼 여행을 제대로 즐길 줄 알고, 느낄 줄 알고, 맛을 제대로 아는 그야말로 타고난 여행가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는 타고난 미식가이기도 하다.

     그곳의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똥을 싸기. 이것은 내 마음대로 공표하는 내 여행의 핵심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그 나라, 그 지방, 그 민족의 맛있는 음식들 속에는 기후가, 지형이, 역사가, 그리고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다. 냠냠 씹어 꿀꺽 삼키는 이 행복한 행위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 prologue  중...... -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똥을 싸기'~!   그야말로 직설적인 표현이지만 이 말처럼 여행의 참맛을 표현할 수 있는 말도 없을만큼 너무나도 와 닿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40여 차례의 해외여행을 다녀봐서인지 요즘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한 곳에 일정기간을 머물며 그곳의 모든 것을 느껴보는 여행을 한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런 여행을 늘 꿈꾸고 있다. 언젠가 읽었던 '파리에서 한 달을 살다' 의 저자처럼 한 도시에서 한 달을 머물러 보며 마치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게 나의 꿈인데 저자는 최근 그런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니 부러움이 더 배가 된다. 

 

 

 

     이 책은 2권이 세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은 '미식여행가 신예희가 세계 낯선 나라에서 음식 즐기는 법', 2권은 '미식여행가 신예희가 우리나라에서 낯선 음식 즐기는 법'이라는 부제가 각각 붙어 있다. 1권은 불가리아, 말레이시아, 신장 위구르, 벨리즈에서 그곳의 음식, 문화를 느낀 것들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2권은 이태원, 명동, 혜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 여러나라의 음식, 문화들에 관한 내용들에 관한 내용이다.

     '불가**'라는 유산균 음료 이름의 이미지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잘 알지 못하는 '불가리아'를 시작으로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약 50시간 동안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신장 위구르', 다른 동남아국가들에 비해 아는 게 없어서 선택했다는 '말레이시아' 그리고 나도 즐겨보는 EBS <세계테마기행>에 출연하게 되어 가게 되었다는 '벨리즈'  이 4개국을 다니며 저자는 정말로 많은 음식들을 먹어봤다. 낯선 땅에서 낯선 음식에 도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저자는 마치 현지인처럼 삼시세끼를 그 곳 사람들과 함께 먹고 느끼며 여행의 참된 묘미를 느낀다. 맛이 있어서 먹는다는 게 아니라 어떤 음식인지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탐구자세가 느껴질 정도로 저자의 도전과 실험정신은 박수를 받을 정도이다. 

      불가리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일 흔히 볼 수 있는 식당은 피자집이라는 사실, 말레이시아의 식당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은 밥과 국수이며 국민음료는 '떼 따릭'이라는 것, 말레이시아의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콘지'죽(이건 나도 홍콩여행 중 먹어봤는데 아침식사 때마다 생각나는 부드러운 죽이다), 벨리즈에서 맛 본 공포의 매운 맛 '하바네로' 등 외에도 많은 에피소들들을 읽다보니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보는 내내 자꾸 달력을 들여다보고 나의 스케줄을 확인해보며 실현가능성은 극히 적으나 혼자서 여행일정을 잡아보며 혼자만의 상상에도 빠져보았다. 그정도로 저자의 입담 아니 글담은 읽는 독자들의 여행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특히나 나처럼 개인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아내이자 주부이자 엄마인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꿈꾸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저자는 2권을 펴냈다.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는 외국음식, 외국문화를 소개하며 말이다.

        2권에서는 이태원 이슬람 거리, 가리봉동 연변 거리, 광희동 몽골.러시아.우즈베키스탄 거리, 안산 다문화 거리, 창신동 네팔 거리, 시흥시 정왕시장 골목, 혜화동 필리필 벼룩시장, 건대 양꼬치 거리, 평택 미국부대 앞 거리, 인천 차이나타운, 이태원 아프리카 거리, 명동 콴챈루 등 지하철이나 전철을 타고 금방 갈 수 있는 곳들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읽다보니 지방에 사는 나로서는 이 또한 마냥 부러운 일이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전철만 타면 쉬이 갈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방학 때 아이들 데리고 서울 주변으로 갈 일 있으면 유명한 곳에만 가곤 했는데, 이젠 이 책을 들고 식도락 여행도 해볼까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코스대로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책에 안내되어 있던 그 나라에 관한 이야기들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 등을 들려주며 말이다.  그래서 나도 '여행 한 번 잘 먹어보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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