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의 첫 사춘기 공부 - 초4부터 중3까지, 사춘기가 끝나기 전 꼭 읽어야 할 책
유하영 지음 / 위닝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집 서열 1위가 바뀌었다. 그동안 초등학교 3학년인 떼쟁이 둘째 딸아이가 엄마, 아빠를 제치고 비선실세(?)의 맛을 제대로
보고 있었는데, 중학교 1학년인 큰딸아이에게 사춘기라는 녀석이 찾아오고 부터는 명실공히 그녀가 서열 1위가 되어버렸다. 모두가 그녀 앞에만
서면 슬슬 눈치를 보며 그녀의 심기를 살피기가 바쁘다. 그녀의 기상상태를 살펴보면 하루에도 수차례 비가 왔다가 맑았다가 태풍이
몰아치기 일쑤이며, 체중이 제일 많이 나가는 애들 아빠의 발걸음보다 더 큰 발자국 소리를 내며 이방저방을 쿵쿵쿵쿵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온 세상을 환히 밝혀줄 것만 같던 그녀의 환한 미소로 가득한 어릴 적 사진들이 내 휴대폰에는 아직도 가득한데, 이제는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시간만 나면 휴대폰 삼매경에 빠지기 일쑤이고, 주말만 되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여기저기 다니기 바쁘며, 애써
말을 걸어도 가시돋친 말들로 화답하고야마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기염소들을 잡아먹고 늘어지게 잠자는 동화속 늑대가 오버랩이 된다. 순한 어린 양 같던 내 딸을 꿀꺽 삼켜버린
그녀........ 난 오늘도 그녀에게 내 딸을 돌려달라고 하소연을 하듯 또 한 차례의 전쟁을 벌였다.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도 1학년이라더니, 아이가 중1이다보니 나역시 중1 수준밖에 안되나보다. 하루하루 사춘기의 절정을 갱신하고
있는 딸아이를 볼 때마다 도대체 앞으로 남은 사춘기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암담할 따름이던 찰나 이 책을 만났다. '엄마의 첫 사춘기
공부'라는 제목만 보는데도 벌써부터 위안이 되니 나도 참 위로와 조언이 많이 갈급했던 모양이다.
'초4부터 중3까지, 사춘기가 끝나기 전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짙은 글씨로 쓰여있는 책표지의 부제를 보며 그야말로 나에게
딱인 책이다 싶었다. 한창 현재진행형인 사춘기의 적진에서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큰아이는 물론이고, 장차 그 적진으로 곧 합류할 둘째 딸아이를
위해서 내가 중무장하기에 그야말로 제격인 책이겠다 싶었다.
<사춘기 자녀 감정연구소>대표인 저자는 1남 2녀의 세 자녀를 키우며 쌓은 자녀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육학을
공부하고 부모,자녀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춘기를 힘들게 보내는 아이와 부모에게 도움을 주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카페,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주소 뿐 아니라 심지어 개인 휴대폰 연락처까지 책표지에 기재하며 힘들 때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라는 친절한 안내에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든든해져왔다. 사실 책을 읽기도 전에 전화로 상담부터 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책은 모두 다섯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야말로 사춘기 자녀들을 다루는 실용적인 매뉴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요긴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 중 저자는 무엇보다 부모의 이해와 기다림을 강조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이해'와 '기다림'을.......
|
부모는 아이의 대답을 들으려고 억지스럽게 다가가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들으려고 하는 것으로 인해 아이와 더 멀어질 수 있다. 아이도 이 시기 자신의 혼란한 감정을 잠재우려고 노력한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면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많은 세포들이 움직인다. 이러한 에너지들을 아이 스스로 소모하기 때문에 유독 사춘기 때 잠을 많이 잔다. 부모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문제는 문제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현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 본문 37쪽 인용
- |
뜨끔했다. 아이가 평소답지 않게 말하고 행동할 때마다 발끈하며 일일이 응대했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후회가 밀려왔다. '조금만
더 기다려줄 걸......', '조금은 모르는 척 해줄 걸.......' 하는 생각과 함께 여유로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이가 더
흥분하고 힘들어한 건 아니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아이의 사춘기는 결국 지나갈 건데 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어느
글귀처럼 언젠가는 지나갈 통과의례와도 같은 건데, 마치 한 평생 아이가 그러면 어떡하나 싶은 조바심에 나 혼자 안절부절하지 못한 것 같아 참
부끄러웠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면 될 것을 말이다.
PART 4를 펼치니 '사춘기 아이에게 해야할 말,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소개되어 있었다.
|
- 아이에게 해야할
말 - 아이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
1) 지금도 잘하고
있어! 1) 너는 엄마의 희망이야!
2) 괜찮아, 나는 너를
믿어! 2)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3) 너는 특별한
존재야! 3) 넌 왜 하는 것마다 그 모양이니?
4) 잘했어, 그 정도면 충분해!
4) 공부는 언제 할 거니?
5) 사랑해,
수고했어! 5) 너도 저 집 아이 반만 닮아
봐! |
애석하게도 평소 나는 해서는 안되는 말들을 더 많이 한 것이 아닌가!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공부는 언제 할
거니?', '엄마친구 딸은 이렇다는데 걔 좀 닮아봐라!' 등의 말들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아이도 처음 겪는 사춘기지만, 나 역시
엄마로서 처음 겪는 아이의 사춘기인지라 어찌 해야 할 지 종잡을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이 책을 읽고 많은 반성도 많이 하고, 쏠쏠한
정보도 얻었을 뿐 아니라 먼저 경험한 선배엄마의 노하우도 배워봄으로써 남은 사춘기는 이제 당황하지 않고 여유있게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둘째녀석 사춘기도 거뜬히 넘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겨나고 말이다.
책을 덮고났는데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구절이 있었다. 우리집 서열 1위인 '그녀'와 그런 '그녀'를 내 손아귀에 넣고 내
뜻대로 이리저리 끌고다니고 싶어하는 나에게 제일 필요한 두 가지를 알게 해 준 구절......
|
부모와 자녀는 서로 아는 만큼 신뢰하게 되고 믿게 된다. 이런 믿음은
소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기반이 제대로 다져지면 그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 관계 유지의 첫 번째는 대화이다. 대화는
연속성을 띠며 매일같이 실행된다.
- 본문 261쪽 인용
- |
그렇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믿음'과 '대화'이다. 무조건 '그녀' 편에 선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든든한 조력자 및
비빌 언덕이 되어줌으로써 '그녀'와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이 사춘기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날마다 읊조리고 또 읊조리는 요즘 나의 좌우명을 다시 한 번 외쳐보며 그 날을 기다려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