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분 세계사 - 매일 한 단어로 대화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
김동섭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0년대에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나는 세계사라는 과목을 고2때 처음으로 만나겠되었다. 사촌언니, 오빠들이 '세계사 어렵다'고 미리 겁을 주곤 했었어도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세계사 과목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당시 책이 풍족하지 않던 시대였던터라 세계사는 오직 교과서로밖에 만날 수 없어서 교과서에 실린 짧은 설명과 함께 한 귀퉁이에 실린 조그마한 흑백사진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면 지금처럼 관련 서적이나 영상자료들이 풍족하지 못했던 게 오히려 내게 더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프랑스어를 전공하신 언어학 박사님이 언어를 연구하다 언어의 역사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던 중에 발간하게 되었다. 언어학 박사님이시다보니 세계사를 그냥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핵심단어를 제시한 후 그 단어의 어원과 유래를 탐험하며 자연스레 세계사를 이끌어내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여정이 쉽지는 않다. 나는 최대한 독자들이 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그리고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색다른 형식을 택했다. 누구든 하루에 3분씩만 시간을 할애하면 된다. 3분 동안 핵심 단어 1개의 어원과 유래를 탐험해보는 것이다.

     단어는 풍성한 역사적 배경과 지식을 품고 있으므로, 이 책이 제시하는 대로 100일 동안 따라가기만 한다면 머릿속에 수많은 역사상식이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 본문 5~6쪽 인용 -

     저자의 취지에 걸맞게 이 책은 마치 천일야화처럼 하루에 한 개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Day 1, Day 2, Day 3  이런 식으로 Day 100까지 세계사 이야기들이 소개되어져 있다. 물론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갈 수도 있고, 나처럼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목차에 실린 매일매일의 제목을 보다가 급궁금해지는 제목을 보면 그것부터 읽어도 된다. 책을 펼치는 순간 눈길이 가던 주제가 몇 개 있었는데 제목만 봐도 읽지 않고서는 못 배길 주제들이었다.

      - Day   6.   남편은 집 지키는 사람이다?

      - Day  12.   손수건은 코만 푸는 천이었다?

      - Day  24.   밀가루는 왜 꽃과 같은 발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 Day  49.   크리스마스를 왜 X-마스라고 하게 된 걸까?

      - Day  60.   네덜란드 축구 팀은 왜 오렌지 군단이라고 불릴까?

      - Day  69.   타이타닉 호는 침몰할 수밖에 없었다고?

      - Day  91.   캐나다는 실수로 붙여진 이름이다?

      - Day  94.   왜 성경에는 40이라는 숫자가 많이 나올까?

      - Day  99.   이메일 주소에 쓰는 골뱅이는 어디서 왔을까?



    내가 제일 먼저 읽은 내용은 Day 94의 '왜 성경에는 40이라는 숫자가 많이 나올까?'였다. 정말 그렇다. 성경을 읽다보면 노아가 방주를 만들고나자 몇날 며칠 비가 내리는데 그 날수가 40일이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땅에 끌려가서 40년이라는 세월동안 노예생활을 했으며, 그 백성들을 데리고 애굽에서 나온 모세의 경우를 보면 40세 때 살인을 하고 미디안 땅으로 도망갔다가, 40년 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데리고 애굽땅을 떠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게 되는데, 역시 광야에서도 40년의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뿐만 아니라 광야에서 마귀의 시험에 들지 않기 위해 예수님이 금식을 한 일수도 40일이다.  사실 성경책을 읽다보니 유난히 40이라는 숫자가 많다는 건 이미 느끼고 궁금해하고 있던터라 얼른 Day 94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저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수메르인과 접목하여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크리스찬인 나에게 있어서는 사실 충분한 설명이 되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렇게 연결지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저자의 세계사적 지식이 방대함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호기심을 자극하기 좋은 주제와 쉬운 설명덕에 학생들이 읽어도 좋겠다 싶었다. 물론 세계사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익힐 수 있는 형식은 아니지만, 초.중.고 학생들 모두가 읽어도 될 정도로 부담없이 읽기 좋다. 세계사를 배우기 전에 읽으면 배경지식 쌓는데 도움일 될 것이고, 세계사를 배우는 단계의 학생들이라면 잠시 쉬어가며 부담없이 가볍게 소화시키기에 좋을 것 같다. 안그래도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중학교 1학년인 딸아이가 무슨 책이냐며 자꾸 관심을 보이길래, 엄마 다 읽으면 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편하게 세계사에 접근할 수 있는 이 책이 온 가족 모두 세계사 상식을 쌓아가는데 일조할 것 같다는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언제쯤 엄마가 이 책을 다 읽나하고 기웃기웃거리는  딸아이에게 얼른 갖다줘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의 첫 사춘기 공부 - 초4부터 중3까지, 사춘기가 끝나기 전 꼭 읽어야 할 책
유하영 지음 / 위닝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집 서열 1위가 바뀌었다. 그동안 초등학교 3학년인 떼쟁이 둘째 딸아이가 엄마, 아빠를 제치고 비선실세(?)의 맛을 제대로 보고 있었는데, 중학교 1학년인 큰딸아이에게 사춘기라는 녀석이 찾아오고 부터는 명실공히 그녀가 서열 1위가 되어버렸다. 모두가 그녀 앞에만 서면 슬슬 눈치를 보며 그녀의 심기를 살피기가 바쁘다. 그녀의 기상상태를 살펴보면 하루에도 수차례 비가 왔다가 맑았다가 태풍이 몰아치기 일쑤이며, 체중이 제일 많이 나가는 애들 아빠의 발걸음보다 더 큰 발자국 소리를 내며 이방저방을 쿵쿵쿵쿵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다. 온 세상을 환히 밝혀줄 것만 같던  그녀의 환한 미소로 가득한 어릴 적 사진들이 내 휴대폰에는 아직도 가득한데, 이제는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시간만 나면 휴대폰 삼매경에 빠지기 일쑤이고, 주말만 되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여기저기 다니기 바쁘며, 애써 말을 걸어도 가시돋친 말들로 화답하고야마는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기염소들을 잡아먹고 늘어지게 잠자는 동화속 늑대가 오버랩이 된다. 순한 어린 양 같던 내 딸을 꿀꺽 삼켜버린 그녀........ 난 오늘도 그녀에게 내 딸을 돌려달라고 하소연을 하듯 또 한 차례의 전쟁을 벌였다.    

      아이가 1학년이면 엄마도 1학년이라더니, 아이가 중1이다보니 나역시 중1 수준밖에 안되나보다. 하루하루 사춘기의 절정을 갱신하고 있는 딸아이를 볼 때마다 도대체 앞으로 남은 사춘기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암담할 따름이던 찰나 이 책을 만났다. '엄마의 첫 사춘기 공부'라는 제목만 보는데도 벌써부터 위안이 되니 나도 참 위로와 조언이 많이 갈급했던 모양이다.

 

 

       '초4부터 중3까지, 사춘기가 끝나기 전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짙은 글씨로 쓰여있는 책표지의 부제를 보며 그야말로 나에게 딱인 책이다 싶었다. 한창 현재진행형인 사춘기의 적진에서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큰아이는 물론이고, 장차 그 적진으로 곧 합류할 둘째 딸아이를 위해서 내가 중무장하기에 그야말로 제격인 책이겠다 싶었다.

      <사춘기 자녀 감정연구소>대표인 저자는 1남 2녀의 세 자녀를 키우며 쌓은 자녀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교육학을 공부하고 부모,자녀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춘기를 힘들게 보내는 아이와 부모에게 도움을 주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카페, 블로그, 카카오스토리 주소 뿐 아니라 심지어 개인 휴대폰 연락처까지 책표지에 기재하며 힘들 때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라는 친절한 안내에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든든해져왔다. 사실 책을 읽기도 전에 전화로 상담부터 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책은 모두 다섯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야말로 사춘기 자녀들을 다루는 실용적인 매뉴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요긴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 중 저자는 무엇보다 부모의 이해와 기다림을 강조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이해'와 '기다림'을....... 

        부모는 아이의 대답을 들으려고 억지스럽게 다가가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들으려고 하는 것으로 인해 아이와 더 멀어질 수 있다. 아이도 이 시기 자신의 혼란한 감정을 잠재우려고 노력한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면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많은 세포들이 움직인다. 이러한 에너지들을 아이 스스로 소모하기 때문에 유독 사춘기 때 잠을 많이 잔다. 부모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문제는 문제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현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 본문 37쪽 인용 -

       뜨끔했다. 아이가 평소답지 않게 말하고 행동할 때마다 발끈하며 일일이 응대했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후회가 밀려왔다. '조금만 더 기다려줄 걸......', '조금은 모르는 척 해줄 걸.......' 하는 생각과 함께 여유로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이가 더 흥분하고 힘들어한 건 아니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아이의 사춘기는 결국 지나갈 건데 말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어느 글귀처럼 언젠가는 지나갈 통과의례와도 같은 건데, 마치 한 평생 아이가 그러면 어떡하나 싶은 조바심에 나 혼자 안절부절하지 못한 것 같아 참 부끄러웠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면 될 것을 말이다.

 

 

 

      PART 4를 펼치니 '사춘기 아이에게 해야할 말,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소개되어 있었다.     

     - 아이에게 해야할 말                                - 아이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

        1) 지금도 잘하고 있어!                              1) 너는 엄마의 희망이야!

        2) 괜찮아, 나는 너를 믿어!                         2)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3) 너는 특별한 존재야!                              3) 넌 왜 하는 것마다 그 모양이니?

        4) 잘했어, 그 정도면 충분해!                       4) 공부는 언제 할 거니? 

        5) 사랑해, 수고했어!                                 5) 너도 저 집 아이 반만 닮아 봐!  

      애석하게도 평소 나는 해서는 안되는 말들을 더 많이 한 것이 아닌가!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공부는 언제 할 거니?', '엄마친구 딸은 이렇다는데 걔 좀 닮아봐라!' 등의 말들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아이도 처음 겪는 사춘기지만, 나 역시 엄마로서 처음 겪는 아이의 사춘기인지라 어찌 해야 할 지 종잡을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이 책을 읽고 많은 반성도 많이 하고, 쏠쏠한 정보도 얻었을 뿐 아니라 먼저 경험한 선배엄마의 노하우도 배워봄으로써 남은 사춘기는 이제 당황하지 않고 여유있게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둘째녀석 사춘기도 거뜬히 넘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겨나고 말이다.

 

 

      책을 덮고났는데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구절이 있었다. 우리집 서열 1위인  '그녀'와 그런 '그녀'를 내 손아귀에 넣고 내 뜻대로 이리저리 끌고다니고 싶어하는 나에게 제일 필요한 두 가지를 알게 해 준 구절......

       부모와 자녀는 서로 아는 만큼 신뢰하게 되고 믿게 된다. 이런 믿음은 소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기반이 제대로 다져지면 그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 관계 유지의 첫 번째는 대화이다. 대화는 연속성을 띠며 매일같이 실행된다.

                   - 본문 261쪽 인용 -

      그렇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믿음'과 '대화'이다. 무조건 '그녀' 편에 선다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 든든한 조력자 및 비빌 언덕이 되어줌으로써 '그녀'와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이 사춘기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날마다 읊조리고 또 읊조리는 요즘 나의 좌우명을 다시 한 번 외쳐보며 그 날을 기다려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에서 한 달을 살다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전혜인 글.사진 / 알비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에 대한 낯가림이 있는 나는 프롤로그, 여는말, 서문 등 책의 앞쪽에 자리하고 있는 책 소개 및 저자의 책을 쓰게 된 동기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내용만 봐도 이 책이 쉽게 소화가 될 책인지, 오래 두고 꼭꼭 씹어 읽어야 할 책인지, 씹어 삼켜도 소화불량으로 가슴이 답답해질 책인지 어느 정도의 감이 온다. 물론 늘 그 예감이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적중률 80% 정도의 나름 신빙성 있는 나만의 직감이다. 책 표지부터 상큼하게 다가온 이 책은 본 내용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프롤로그를 읽다말고 그만 저자에게 격한 공감을 하며 씹을 새도 없이 소화가 다 되어버렸다. 마치 내 마음을 열어보고 그대로 옮겨놓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건 아마도 내가 '서른을 넘긴 직장인 유부녀'가 되었기 때문일겁니다. 낯선 곳에서 혼자 한 달을 보내는 자유는 이제 내가 누릴 수 없는 사치가 되어 버린 걸까요?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안정감'이라는 녀석은 '유부녀', '며느리', '성실한 직장인' 같은 여러 겹의 코르셋을 가지고 제 인생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덕분에 나는 항상 신나는 일을 벌이는 '나'의 본모습을 어딘가 묻어둔 채, '서른을 넘긴, 직장인, 유부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나'를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내가 어느새 '나'를 잃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 프롤로그 인용 -

       '유부녀, 며느리, 성실한 직장인 같은 여러 겹의 코르셋', '서른을 넘긴 직장인 유부녀의 역할', '내가 어느새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는 구절을 읽는데  어쩜 이렇게 콕 찝어 표현을 잘하는지 나보다도 어린 저자가 퍽 대견하고도 기특(?)하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현재 나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한 집안의 맏딸, 또 다른 집안의 며느리,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 마흔을 넘긴  직장인 등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내 몸도 역시 '여러 겹의 코르셋'으로 꽁꽁 싸매져 있다. 때로는 숨이 막히고 답답해서 코르셋을 벗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코르셋들로 답답하리만치 싸매져 살다보니 나의 본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심지어 내 모습을 잃어가는 것 같은 불안감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을 때도 종종 있는데, 저자는 현명하게도 실천을 한 것이다. 파리에서 한 달간 살아보는 것으로 말이다. 그야말로 대박사건이다. '여행'이 아닌 '살기'라니....... 그것도 한 달이나 말이다.

 

 

 

      이제 30대 초반의 나이인 저자에게 하나 배운 게 있다. 평소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나로서는 여러 개의 물건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사야할 때 그야말로 심사숙고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일 뿐 아니라, 양자택일의 상황인 경우에는 더더욱 고민에 고민을 더하다보니 그것처럼 괴로운 일도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저자가 소개하는 '엄마로부터 배운 인생공식' 덕분에 앞으로 더 이상 '결정장애'로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름하여 '50살 척도'. 쉰을 넘긴 엄마가 지난날을 돌아보며 하는 말을 듣다가 떠올리게 된 인생 공식이다.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결정의 주체를 지금의 내가 아닌 50살의 나로 가정하는 것이다. 나이 오십이 된 내가 지금 이 순간을 회상한다면 어떤 말을 할까. 파리에 가서 한 달을 살아 보라고 할까, 아니면 평소처럼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할까? 워커홀릭 성향이 다분해서 놀 때보다 일 할 때 마음이 편한 현재의 나는 '소처럼 일이나 해서 성과를 잘 내겠다'고 대답하겠지만, 쉰 살의 나는 그렇게 말할 것 같지 않았다. 망설이지 말라고, 나이에는 무게가 있어서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엉덩이를 떼는데 점점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그렇게 나의 등을 떠밀 게 분명했다.

                                    - 본문 14~15쪽 인용 -

      '50살 척도' 덕분에 앞으로는 선택하기가 좀 쉬울 듯 하다. 무엇을 사야할 지, 어디로 가야할 지, 무엇을 해야할 지 등 내가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 이제껏 늘 그랬듯이 소극적인 자세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던지, 꼬리를 슬그머니 내리는 행동 따위는 더이상 하지 않을 것 같다. 좀 더 대범하게, 좀 더 자신있게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자신감지수가 상승함이 느껴진다.

 

 

 

        남편은 물론이요 친정, 시댁 식구들의 동의를 얻었을 뿐 아니라, 직장동료들의 양해를 구하여 한 달이라는 시간을 확보한 저자는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통해 파리에 있는 월세 스튜디오를 한 달간 빌리게 된다. 여기서 스튜디오란 사진을 찍는 작가들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풀옵션 레지던스'같은 집을 말하는 것이란다. 파리의 동남쪽 베르시(Bercy) 쪽에 위치한 2층짜리 다세대 주택인데, 관광지가 아닌 현지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고 싶어 주거 중심지역으로 집을 구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찬찬히 동네를 둘러본다. 나를 무엇보다 기쁘게 한 것은 스튜디오가 위치한 골목의 상점들이다.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정면에 보이는 빵집, 가게 바깥에까지 동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빵을 사 먹는 걸 보니 대단한 맛집이 틀림없다. 빵집 옆엔 구린 냄새를 풍기는 치즈 가게가, 그리고 맞은편엔 예쁜 꽃을 파는 소담한 꽃가게가 있다. 골목의 끝엔 멋스러운 테라스 카페가 파리다움을 뽐내고 있고, 그 건너편엔 모노프리라는 대형마트가 있다. 오 분쯤 걸어나가면 인근에 지하철역이 두 개나 있고, 근방엔 밥집과 카페가 줄을 잇는다.

                           - 본문 26쪽 인용 -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향긋한 빵냄새가 골목 가득 퍼져있고, 골목길 따라 얌전히 자리잡고 있는 치즈 가게, 꽃집, 카페의 모습들이 마치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다. 어쩜 이렇게 집을 골라도 야무지게 골랐을까나. 그 집이 어디인지 알아내어 내가 가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저자는 한 달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동안 바쁜 여행객처럼 수학여행 다니듯 파리의 유명한 곳들만 골라 골라 다니는 게 아니라 동네를 시작으로 이 길, 저 길 따라 여유있게 걸아다니며 점점 파리의 여유로움과 낭만에 대해 알아간다. 센 강가를 걸으며 여유로운 사색에도 잠겨보고, 동네 로컬 상점을 찾아다니며 쇼핑도 하고, 책도 사며 벼룩시장에서 인생템이 될만한 물건도 구입한다. 뿐만 아니라 메뉴 주문을 잘못해서 육회를 먹게 되는 상황에도 처해보고 뜻하지 않게 쌀국수 맛집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도 안게된다. 파티에도 초대되어 영화속에서나 볼법한 무도회의 분위기도 느껴보는 등 한 달이라는 일정동안 그야말로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삶의 여유를 찾고 인간관계에서 생겨난 상처들이 하나 둘 치유되어 가며 그야말로 힐링되어 가는 저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 내 마음을 제일 흔드는 장면이 있었다. 심금을 울렸다고나 할까?

         아침이 되면 쏟아지는 햇살에 슬며시 눈을 뜬다. 띠디디띠 띠띠띠, 띠띠디띠 띠띠띠 하고 울리는 알람 따위는 파리에 도착한 첫날 밤에 진작 삭제해 버렸다. 휴일에 소파에 누워 '미드'를 보다가도 나를 흠칫 놀라게 했던 전 세계인의 공통 알람, 바로 아이폰의 알람을. 이 시점부터 나의 행복은 시작된다. 알람 없는 일상이라니! 필요한 만큼 푹 자서 저절로 눈이 떠지면 아침햇살에게 꽃이라도 선물 받은 양 기분이 좋다. 기지개를 쭉 켜고 팔을 좌우로 흔들흔들 하다 보면 두 팔을 프로펠러 삼아 붕-날아오를 수 있을 것만큼 몸도 가볍다.

                        - 본문 27~28쪽 인용 -

 

 

      이 역시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저자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어느새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된다. 그야말로 모든 현대인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다. 알람이 없는 세상....... 기상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에 저절로 몸이 깨어나는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인 기상이니 몸이 절로 건강해질 것만 같다. 저자가 여기 저기 다니며 구경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물건을 사고 하는 것도 부러웠지만 그것보다 더 부러운 게 바로 이 자연친화적인 기상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언제쯤 나도 해볼 수 있을까? 마냥 저자가 부럽다.

 

 

 

         한때 '제주에서 한 달 살기' 붐이 일던 적이 있었다. 잠시 사그러드나 싶더니 어느 연예인의 민박운영이 컨셉이 된 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요즘 다시 제주도 열풍이 부는 것 같다. 그런 열풍과는 상관없이 난 예전부터 제주에서 살고 싶은 작은 꿈이 있었다. 마냥 도피해서 숨어사는 게 아니라, 주말이 되기 무섭게 고향집으로 달려가서 엄마가 해주시는 집밥을 먹으며 한 템포 쉬어가는 대학가의 자취생처럼 나도 힘들때면 제주도로 가서 한 달간 숨고르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그것도 나 혼자서 말이다. 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혼자서 되뇌이면서도 말이다. 그런데 저자의 한 달간의 파리 체류 기록을 보면서 내가 조금 변했음이 느껴진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과 마음의 성장판'이 닫힐 줄만 알았는데 그게 다시 열린 것 같다고나 할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꼭 실천해보리라 다짐을 해본다. 저자처럼 파리까지 가보지는 못하겠지만, 늘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는 제주에서 한 달....아니면 두 달..... 살기를 해보리라고.  '몸과 마음의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꼭 실천해보리가 다짐에 다짐을 하게 해 준 저자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버드 마지막 강의 - 하버드는 졸업생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가르칠까?
제임스 라이언 지음, 노지양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평소 책을 편식하지 않고 이것 저것 골고루 읽는 편이긴 한데,  작품성 및 내용의 우수함과 상관없이 유난히 번역서를 소화시키기가 참 어렵다. 마치 꼬들꼬들하게 식어버린 찬밥을 씹고 또 씹어서 겨우 부드럽게 만든 후 목구멍으로 간신히 밀어넣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꼭꼭 씹어삼켰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체해서 소화제를 먹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 꼭 번역서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라고 서점의 가장 좋은 자리에 멋지게 올려져 있는 책이라 해도 번역서인 경우에는 잘 펼쳐보지도 않는다. 그도 그런 것이 번역서를 읽다보면 비단 문화적인 차이 때문만이 아니라, 원서에서 느껴지는 그 감동 및 언어해학적인 묘미가 아무래도 반감되다보니 그런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너무 길게 번역이 된 경우 그 만연체의 문장속에서 허우적거리다보면 주어가 무엇인지, 서술어가 무엇인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어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될 때가 많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번역서를 가까이 하지 않는 내가 이 책은 두 번이나 읽었다. 두 번이나!!!  책에 밑줄 긋는 걸 꺼리는 내가 밑줄까지 그어가며 말이다.  이 책은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부터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처럼 문장이 매끄러웠고, 의미전달이 쉬웠다. 뿐만 아니라 군데 군데 저자의 위트가 적당히 가미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쉽고 재미있게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은 제11대 하버드 교육대학원 학장인 제임스 라이언의 졸업축사의 내용으로 집필되었다. 그는 2016년 하버드 교육대학원 졸업 축사의 주제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선정하여, 졸업생들에게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5가지 질문을 하며 살아갈 것을 조언하였는데 이 졸업식 축사의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많은 이들의 요청으로 책으로까지 출간하게 된 거라고 한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많은 이들의 요청 덕분에 하버드 대학 졸업생이 아님에도 그의 축사를 책으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동영상을 혹시나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인터넷 여기 저기에서 검색을 해봤는데,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한 인사들의 졸업축사는 볼 수 있었으나, 저자의 축사 동영상은 애석하게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글로 정리된 축사의 내용만 봐도 이렇게 큰 울림을 주는데, 영상으로 만나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하는 생각에 무척이나 아쉬웠다.

 

 

     

        졸업축사의 주제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이다보니 핵심 내용은 '질문'에 관한 것이다.   

      " 질문은 열쇠와 같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문을 만난다. 그런 문 뒤에는 기회와 경험 그리고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 주는 온갖 가능성이 숨어 있다. 그러나 가능성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문을 열어야 한다.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질문이다."

                            - 본문 19~20쪽 인용 -

       저자는 자신이 제안하는 다섯 가지 질문을 '열쇠고리에 달린 열쇠 중 가장 자주 사용하는 열쇠'로 여겨줄 것을 힘주어 강조한다. 그래서 이 다섯 개의 열쇠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이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솔깃했다. 과연 어떤 질문들이기에 내 삶이 행복해지고 내 인생이 성공적으로 된다는 것인지 몹시도 궁금한 나머지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다섯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잠깐만요, 뭐라고요?"  (Wait, What?)

       2) "나는 궁금한데요?"  (I Wonder....?)

       3) "우리가 적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Couldn't We at Least...?)

       4) "내가 어떻게 도울까요?"  (How Can I Help?)

       5)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What Truly Matters?)

 

 

      저자는 이 다섯 가지 질물들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잠깐만요, 뭐라고요?"는 모든 이해의 근원이고, "나는 궁금한데요?"는 모든 호기심의 근원이며, "우리가 적어도...할 수 있지 않을까?"는 모든 진전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도울까요?"는 모든 좋은 관계의 기본이며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는 삶의 핵심으로 들어가게 해준단다. 

     나는 이 다섯 가지 질문들 중 '모든 좋은 관계의 기본'이라는 4번째 질문이 퍽 와닿았다. 쉽고 편하게 넘어가는 내용들인데 이 4번째 질문에 관한 내용에서는 나도 모르게 같은 문장을 읽고 또 읽으며 내용을 곱씹고 있었다.

     " 내가 널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니?"

               (중간생략)

     부모로서도 이 질문은 항상 효과 만점이었고, 고민이 있거나 행복하지 않은 학생들과 함께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로서(그리고 교사로서) 그들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해결책을 안다고 지레짐작해 버리고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그러니까 그 해결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머리 안에서 만들어지 생각이다.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이 때로는 아이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불안과 아집을 부추기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고민과 불만에 귀를기울여 인내심 있게 듣고 난 뒤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물으면 대화의 패턴이 달라진다.

                           - 본문 126~127쪽 인용 - 

       사춘기 딸아이랑 매일 전쟁을 벌이는 나에게 그야말로 맞춤형 조언이었다. 방학이다보니 아침부터 잔소리로 시작해서 잔소리로 하루를 마감하는게 일상인데 그렇게 상황마다 항목별로 잔소리를 하며 언성을 높일 것이 아니라 "내가 널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니?" 이 말 한디로 줄여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된다. 딸아이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 엄마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지, 그렇다면 어떻게 도우면 좋겠는지를 스스로 찬찬히 생각하며 흥분된 감정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는 엄마 도움이 필요한게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그러면서 아이는 스스로 그 문제를 풀어 나가기 시작하며 아이에게 그 순간 정말 필요한 것은 단지 머리를 약간 환기시키는 것, 약간의 공감을 얻는 것 정도일지 모른다. (졸업식 축사를 읽던 중 뜻하지 않게 사춘기 아이 지도법을 배우게 되다니....... )

 

 

 

      처음에는 하버드대 교수님들은 어떤 축사를 하실까 하는 궁금함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읽어나갈수록 나도 모르게 자녀교육에 접목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구절에서 멈춰서는 읽고 또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 좋은 질문은 개인의 삶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좋은 친구가 좋은 질문을 한다. 좋은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그저 묻는 것만으로도 당신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 얼마나 아끼는지를 보여준다. "

               - 본문 183쪽 인용 -

      원래 우리집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질문도 많고 호기심이 많아, 본문에서 저자가 언급한  '예상되는 자신의 부모님의 고충' 못지 않게 나 역시 수많은 질문들로 인한 고충이 컸으며 현재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질문들을 잘 받아주다가도 내 몸이 피곤할 때는 짜증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질문을 못 들은척 무시하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저자는 질문이 곧 '인생의 열쇠'라고 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많은 문들을 열 수 있는 열쇠......   우리 아이들이 그 문들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질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질문들 하나하나 소중히 다뤄줄 뿐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야겠다는 다짐 또한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이프스토밍
앨런 웨이스.마셜 골드스미스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한 번 뿐인 인생, 나답게 살 권리'........

     책 표지에 씌어 있는 이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평소 자존감도 낮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는 나인지라 '나답게 살 권리'라는 말에 겉잡을 수 없이 책에 빨려들어감을 느꼈다.  며칠 전 시댁식구들로 인해 또 한 번 마음의 상처를 입고, 없는 자존감마저 바닥을 기고 있을 때인지라 내게 멘토처럼 다가온 책이었다. 마치 나에게 손짓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책표지의 한켠에서 사람좋은 미소로 웃고 계시는 마셜 아저씨가 어서 이 책을 읽고 기운 차리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 책은 <트리거>로도 너무 유명한 경영 사상가 마셜 골드스미스와 성장 전문가이자 컨설턴트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앨런 웨이스의 공동 저술로 완성되었다. 세계적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두 분의 공동저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나를 사로잡기엔 충분하지만, 번역서의 특성상 100% 공감이 되지 않는 문화적 차이 및 번역의 과정에서 그 감흥이 반감되거나 변형되는 경우가 있기에 다소 경직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20페이지도 채 읽기 전에 나는 책에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단계인데 이 두 분은 벌써부터 내 맘을 흔들기시작하였다.

 

 

     " 우리는 많은 경우에 무의식적으로 특정 모습을 우리의 진짜 모습이라고 믿도록 프로그램화되어서 그 역할에 맞는 삶을 산다. 하지만 잘못된

     역할인 경우가 많다. "

             - 본문 18쪽 인용 -

       마치 내 마음 속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나이 40이 넘은 지금에서 제2의 사춘기를 겪는지 요즘들어 나는 자아정체감을 다시 찾고자 몸부림을 치고 있다. 나는 과연 누구인지, 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 내가 살아온 삶이 제대로 된 것인지 하루에도 수차례씩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 말이다. '특정 모습을 나의 진짜 모습이라고 믿도록 프로그램화되어 그 역할에 맞는 삶을 산다'라는 저자의 말에 난 그만 얼음이 되어버렸다. 이 두 아저씨들이 내 고민을 벌써부터 알고 있듯이 시작부터 제대로 터뜨려준 것이다. 각자의 역할에 맞는 삶을 산다고는 하나 그 역할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는 저자의 말에 너무 공감이 되었다. 당장 나부터도 그렇다. 한 집안의 딸로서,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이자 며느리로서, 뿐만 아니라 직장내 한 구성원으로서 내게 부여된 역할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 쳐낼 수 없이 다 잘해내고 싶은 마음에, 나는 슈퍼우먼이 되어야만 어디에든 명함이라도 내밀겠다 싶어 무리를 해서라도 다 감당하고자 한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외부통제'와 '내부통제'의 적정선을 잘 못 찾고 있는 것이다.  한 번 뿐인 인생, 정말 나답게 살아보고 싶은데 과연 어떻게 해야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지 뒷 얘기들이 너무 궁금했다. 과연 이 두 아저씨들은 나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지 그 답을 찾고 싶어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 변화의 여정을 걷다보면 가끔은 걸음을 멈추게 되기도 하고, 일정이 연기되기도 하고, 우회로를 걷게 되기도 한다. 심지어 포기하게 되는

       도 있다. 1장에서 이야기했던 외부 통제와 같이 우리의 길을 막아서는 존재를 느낄 수도 있다.

                                 (중간생략)

        우리의 여정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은 틀에 박힌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중간생략)

        세 번째 장애요인은 꾸물거리며 미루는 습관이다(대개는 불안감이 배경이 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 본문 70~71쪽 인용 -  

        정확하다. 나에게 있어서도 딱 들어맞는 장애요인들이다. 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나 생각, 말과 행동들이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에게는 외부통제로 다가오고, 변화가 두려워서 늘 익숙한 삶의 패턴대로 살아가려는 안일함에 차일 피일 변화를 미루고 있는 내 모습이 정확히 오버랩되었다. 늘 마음 한 구석에는 '이렇게 살지 말자!', '나도 뭔가 보여주자!', '이제 나도 변해보는거야!'라는 각오들이 불끈불끈 솟구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밀어부치지 못하고 주저앉는 내 모습이 참 싫었는데,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원인을 알게 되어서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3장의 내용 또한 서둘러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열심히 밑줄을 그어가며 내게 도움이 되는 명약처방들 몇 가지를 골라보았다.

  

    1) 모든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의 약점이나 실패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겠다는 생각은 실패의 커다란 계기가 될 수 있다.

    2) 자신의 신념체계를 검토해야 한다. 신념은 태도를 만들고, 태도는 행동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3) 앞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습관 하나를 정해서 매일 꾸준히 실천하라.

    4) 끊임없이 학습하고 배워라 (건강유지, 돈관리, 인간관계, 행복, 삶의 의미)

    5) 존재감 있는 사람이 되어라

    6) 중단할 때와 지속할 때를 분별하라

    7)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하라

    8)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9) 일지를 작성하라  

        

          그리고 끝으로 이 책은 '라이프스토밍 테스트 100'이라는 테스트 질문 100가지를 제시한다. 성공적인 인생여정을 위한 라이프스토밍 자가 진단법이다. 저자는 이 내용을 매일 확인하면서 진척상황을 점검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1번부터 하나하나 작성하고 점검해가다보면 100번에 도달할 무렵 나는 달라져있으리라 믿는다. 하나 둘 행동의 변화들을 가져오다 보면 내 삶 또한 점점 변해가리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벌써 절반은 성공한 이 뿌듯함에 시작이 반이라는 옛말이 딱 맞다 싶다.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님은 더 잘 안다. 남들이 원하는 내가 아닌, 내가 원하는 나로 살고 싶은 이 간절함이 이 책을 만나게 해 준 것 같아서 책을 덮는 순간까지 참 행복했다. 이제 나도 나답게 살 용기가 생겼다. 한 번 뿐인 인생, 내가 원하는 나로 나답게 멋지게 살 용기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