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마지막 강의 - 하버드는 졸업생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가르칠까?
제임스 라이언 지음, 노지양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평소 책을 편식하지 않고 이것 저것 골고루 읽는 편이긴 한데,  작품성 및 내용의 우수함과 상관없이 유난히 번역서를 소화시키기가 참 어렵다. 마치 꼬들꼬들하게 식어버린 찬밥을 씹고 또 씹어서 겨우 부드럽게 만든 후 목구멍으로 간신히 밀어넣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꼭꼭 씹어삼켰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체해서 소화제를 먹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 꼭 번역서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베스트셀러라고 서점의 가장 좋은 자리에 멋지게 올려져 있는 책이라 해도 번역서인 경우에는 잘 펼쳐보지도 않는다. 그도 그런 것이 번역서를 읽다보면 비단 문화적인 차이 때문만이 아니라, 원서에서 느껴지는 그 감동 및 언어해학적인 묘미가 아무래도 반감되다보니 그런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너무 길게 번역이 된 경우 그 만연체의 문장속에서 허우적거리다보면 주어가 무엇인지, 서술어가 무엇인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어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될 때가 많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번역서를 가까이 하지 않는 내가 이 책은 두 번이나 읽었다. 두 번이나!!!  책에 밑줄 긋는 걸 꺼리는 내가 밑줄까지 그어가며 말이다.  이 책은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부터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처럼 문장이 매끄러웠고, 의미전달이 쉬웠다. 뿐만 아니라 군데 군데 저자의 위트가 적당히 가미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쉽고 재미있게 술술 넘어간다.

 

 

 

      이 책은 제11대 하버드 교육대학원 학장인 제임스 라이언의 졸업축사의 내용으로 집필되었다. 그는 2016년 하버드 교육대학원 졸업 축사의 주제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선정하여, 졸업생들에게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5가지 질문을 하며 살아갈 것을 조언하였는데 이 졸업식 축사의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면서 많은 이들의 요청으로 책으로까지 출간하게 된 거라고 한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많은 이들의 요청 덕분에 하버드 대학 졸업생이 아님에도 그의 축사를 책으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동영상을 혹시나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인터넷 여기 저기에서 검색을 해봤는데,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한 인사들의 졸업축사는 볼 수 있었으나, 저자의 축사 동영상은 애석하게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글로 정리된 축사의 내용만 봐도 이렇게 큰 울림을 주는데, 영상으로 만나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하는 생각에 무척이나 아쉬웠다.

 

 

     

        졸업축사의 주제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들'이다보니 핵심 내용은 '질문'에 관한 것이다.   

      " 질문은 열쇠와 같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문을 만난다. 그런 문 뒤에는 기회와 경험 그리고 새로운 인연으로 이어 주는 온갖 가능성이 숨어 있다. 그러나 가능성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문을 열어야 한다.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질문이다."

                            - 본문 19~20쪽 인용 -

       저자는 자신이 제안하는 다섯 가지 질문을 '열쇠고리에 달린 열쇠 중 가장 자주 사용하는 열쇠'로 여겨줄 것을 힘주어 강조한다. 그래서 이 다섯 개의 열쇠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이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솔깃했다. 과연 어떤 질문들이기에 내 삶이 행복해지고 내 인생이 성공적으로 된다는 것인지 몹시도 궁금한 나머지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다섯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잠깐만요, 뭐라고요?"  (Wait, What?)

       2) "나는 궁금한데요?"  (I Wonder....?)

       3) "우리가 적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Couldn't We at Least...?)

       4) "내가 어떻게 도울까요?"  (How Can I Help?)

       5)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What Truly Matters?)

 

 

      저자는 이 다섯 가지 질물들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잠깐만요, 뭐라고요?"는 모든 이해의 근원이고, "나는 궁금한데요?"는 모든 호기심의 근원이며, "우리가 적어도...할 수 있지 않을까?"는 모든 진전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도울까요?"는 모든 좋은 관계의 기본이며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는 삶의 핵심으로 들어가게 해준단다. 

     나는 이 다섯 가지 질문들 중 '모든 좋은 관계의 기본'이라는 4번째 질문이 퍽 와닿았다. 쉽고 편하게 넘어가는 내용들인데 이 4번째 질문에 관한 내용에서는 나도 모르게 같은 문장을 읽고 또 읽으며 내용을 곱씹고 있었다.

     " 내가 널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니?"

               (중간생략)

     부모로서도 이 질문은 항상 효과 만점이었고, 고민이 있거나 행복하지 않은 학생들과 함께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로서(그리고 교사로서) 그들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해결책을 안다고 지레짐작해 버리고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그러니까 그 해결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머리 안에서 만들어지 생각이다.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이 때로는 아이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불안과 아집을 부추기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고민과 불만에 귀를기울여 인내심 있게 듣고 난 뒤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물으면 대화의 패턴이 달라진다.

                           - 본문 126~127쪽 인용 - 

       사춘기 딸아이랑 매일 전쟁을 벌이는 나에게 그야말로 맞춤형 조언이었다. 방학이다보니 아침부터 잔소리로 시작해서 잔소리로 하루를 마감하는게 일상인데 그렇게 상황마다 항목별로 잔소리를 하며 언성을 높일 것이 아니라 "내가 널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니?" 이 말 한디로 줄여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된다. 딸아이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 엄마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지, 그렇다면 어떻게 도우면 좋겠는지를 스스로 찬찬히 생각하며 흥분된 감정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는 엄마 도움이 필요한게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그러면서 아이는 스스로 그 문제를 풀어 나가기 시작하며 아이에게 그 순간 정말 필요한 것은 단지 머리를 약간 환기시키는 것, 약간의 공감을 얻는 것 정도일지 모른다. (졸업식 축사를 읽던 중 뜻하지 않게 사춘기 아이 지도법을 배우게 되다니....... )

 

 

 

      처음에는 하버드대 교수님들은 어떤 축사를 하실까 하는 궁금함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점점 읽어나갈수록 나도 모르게 자녀교육에 접목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 구절에서 멈춰서는 읽고 또 읽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 좋은 질문은 개인의 삶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좋은 친구가 좋은 질문을 한다. 좋은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그저 묻는 것만으로도 당신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 얼마나 아끼는지를 보여준다. "

               - 본문 183쪽 인용 -

      원래 우리집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질문도 많고 호기심이 많아, 본문에서 저자가 언급한  '예상되는 자신의 부모님의 고충' 못지 않게 나 역시 수많은 질문들로 인한 고충이 컸으며 현재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질문들을 잘 받아주다가도 내 몸이 피곤할 때는 짜증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질문을 못 들은척 무시하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저자는 질문이 곧 '인생의 열쇠'라고 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많은 문들을 열 수 있는 열쇠......   우리 아이들이 그 문들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질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질문들 하나하나 소중히 다뤄줄 뿐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야겠다는 다짐 또한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