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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잘 먹겠습니다 1 - 삼시세끼 현지 음식 먹고 그곳의 문화를 맛보다, 해외편 ㅣ 여행, 잘 먹겠습니다 1
신예희 지음 / 이덴슬리벨 / 2018년 3월
평점 :
살면서 참 많은 여행을 해보았다. 그 많은 여행들 중 굵직굵직한 여행들을 손꼽아보자면 떠나기 몇 달 전부터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수차례 흔들기 바쁘던 '수학여행'을 비롯해서, 대학시절 교수님을 모시고 친구들, 복학생 선배들과 함께 우리 과의 특성을 살린 장소들을 선정하여
떠났던 '졸업여행', 그리고 결혼 후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 본 '신혼여행', 아이들이 좀 자라서 자기 가방을 멜 수 있을 무렵 온 가족이 함께
다녀온 '가족여행' 등 나의 사진첩에는 그 때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래서인지 여러 번의 반복을 거쳐서 나중에는 종만 쳐도 개의
입에서 침이 흐르는 실험을 했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여행'이라는 말만 들어도 내 입꼬리는 자동으로 올라가고 우울하거나 답답했던 마음도
어느새 사라져버리곤 한다. 이렇듯 '여행'은 나에게 천연치료약같은 마법같은 녀석이기도 하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도 그러리라.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정말로 '여행'이 없었다면 아마 숨쉬기조차 못했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질만큼 여행을 제대로 즐길 줄 알고, 느낄 줄 알고, 맛을 제대로
아는 그야말로 타고난 여행가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는 타고난 미식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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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의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똥을 싸기. 이것은 내 마음대로 공표하는 내 여행의 핵심이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그 나라, 그 지방, 그 민족의 맛있는 음식들 속에는
기후가, 지형이, 역사가, 그리고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다. 냠냠 씹어 꿀꺽 삼키는 이 행복한 행위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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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중...... - |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똥을 싸기'~! 그야말로 직설적인 표현이지만 이 말처럼 여행의 참맛을 표현할 수
있는 말도 없을만큼 너무나도 와 닿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40여 차례의 해외여행을 다녀봐서인지 요즘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한
곳에 일정기간을 머물며 그곳의 모든 것을 느껴보는 여행을 한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런 여행을 늘 꿈꾸고 있다. 언젠가 읽었던 '파리에서 한 달을
살다' 의 저자처럼 한 도시에서 한 달을 머물러 보며 마치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게 나의 꿈인데 저자는 최근 그런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니
부러움이 더 배가 된다.
이 책은 2권이 세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은 '미식여행가 신예희가 세계 낯선 나라에서 음식 즐기는 법', 2권은 '미식여행가
신예희가 우리나라에서 낯선 음식 즐기는 법'이라는 부제가 각각 붙어 있다. 1권은 불가리아, 말레이시아, 신장 위구르, 벨리즈에서 그곳의 음식,
문화를 느낀 것들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2권은 이태원, 명동, 혜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 여러나라의 음식, 문화들에
관한 내용들에 관한 내용이다.
'불가**'라는 유산균 음료 이름의 이미지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잘 알지 못하는 '불가리아'를 시작으로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약 50시간 동안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신장 위구르', 다른 동남아국가들에 비해 아는 게 없어서 선택했다는 '말레이시아' 그리고 나도
즐겨보는 EBS <세계테마기행>에 출연하게 되어 가게 되었다는 '벨리즈' 이 4개국을 다니며 저자는 정말로 많은 음식들을 먹어봤다.
낯선 땅에서 낯선 음식에 도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저자는 마치 현지인처럼 삼시세끼를 그 곳 사람들과 함께 먹고 느끼며 여행의 참된
묘미를 느낀다. 맛이 있어서 먹는다는 게 아니라 어떤 음식인지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탐구자세가 느껴질 정도로 저자의 도전과 실험정신은 박수를 받을
정도이다.
불가리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일 흔히 볼 수 있는 식당은 피자집이라는 사실, 말레이시아의 식당에서 제일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은 밥과 국수이며 국민음료는 '떼 따릭'이라는 것, 말레이시아의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콘지'죽(이건 나도 홍콩여행 중 먹어봤는데 아침식사
때마다 생각나는 부드러운 죽이다), 벨리즈에서 맛 본 공포의 매운 맛 '하바네로' 등 외에도 많은 에피소들들을 읽다보니 나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책을 보는 내내 자꾸 달력을 들여다보고 나의 스케줄을 확인해보며 실현가능성은 극히 적으나 혼자서 여행일정을 잡아보며 혼자만의
상상에도 빠져보았다. 그정도로 저자의 입담 아니 글담은 읽는 독자들의 여행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특히나
나처럼 개인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아내이자 주부이자 엄마인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꿈꾸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저자는 2권을
펴냈다.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는 외국음식, 외국문화를 소개하며 말이다.
2권에서는 이태원 이슬람 거리, 가리봉동 연변 거리, 광희동 몽골.러시아.우즈베키스탄 거리, 안산 다문화 거리, 창신동 네팔
거리, 시흥시 정왕시장 골목, 혜화동 필리필 벼룩시장, 건대 양꼬치 거리, 평택 미국부대 앞 거리, 인천 차이나타운, 이태원 아프리카 거리,
명동 콴챈루 등 지하철이나 전철을 타고 금방 갈 수 있는 곳들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읽다보니 지방에 사는 나로서는 이 또한 마냥 부러운
일이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정말 전철만 타면 쉬이 갈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방학 때 아이들 데리고 서울 주변으로 갈 일 있으면
유명한 곳에만 가곤 했는데, 이젠 이 책을 들고 식도락 여행도 해볼까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코스대로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책에 안내되어 있던
그 나라에 관한 이야기들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 등을 들려주며 말이다. 그래서 나도 '여행 한 번 잘 먹어보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