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석우의 청춘 클래식 - 들리나요? 위로의 목소리가
강석우 지음 / CBS북스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2학년때 한창 책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다. 사춘기에 막 접어들었던 그 무렵, '죽은 시인의 사회', '테스', '폭풍의
언덕'등을 닥치는대로 읽으면서 나름 문학소녀임을 자부하던 그때....... 친한 친구가 "읽어볼래?"하고 건네준 책이 <잃어버린
너>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었다. 어렴풋한 내 기억에 3권까지 있던 책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덕에 편하게 빌려볼 수 있었다.
너무나도 슬픈 사랑이야기인지라 사춘기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고도 남았을 뿐 아니라 글쓴이의 실제 이야기라는 사실에 친구와 같이 울며 그 책을 다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그 책이 나중에 영화로 나왔다고 해서 개봉하자마자 정신없이 보러갔었는데, 주연배우가 김혜수와 강석우였다. 그 때
강석우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다. 아저씨라고 부르기엔 너무 멋지고 지적인 마스크였으며 예명이라고 하지만 이름이 참 맘에 들었다.
'강석우'......... 이름만 들어도 마치 우수에 젖은듯한 눈동자와 가을 바람을 맞으며 낙엽길을 걸어가는 버버리코트의 멋진 신사가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그렇게 '멋진 아저씨'로 내 기억에 남아있던 강석우 아저씨가 언젠가 예능프로에 나오신 걸 봤다. 학창시절 내가 강석우라는
배우에게 가졌던 중후하고 신사적인 첫 이미지를 아직도 잘 간직하신채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따뜻한 남편이자 아빠로 나오는 예능프로를 보며 예전의
추억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가 배우를 바라볼 때는 그 사람이 맡은 역할들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마치 그 사람의 진짜 이미지인듯 여길 때가 많다. 그런면에서
보면 강석우 아저씨는 배역 운이 좋았던 듯하다. 딱히 나쁜 이미지의 역할이 기억이 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예능프로에 이어
<강석우의 청춘 클래식>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 고운 이미지가 그냥 이미지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강석우라는 사람 자체의
성격이랑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꾸준히 해 온 크리스찬이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내가
크리스찬이라 그런지....... ^^;;;;)
어린 시절 음악에 관심이 많아 오보에를 배워보고 싶은 열정은 가득했으나, 유난히 어려운 가정형편이라 악기강습은 꿈도 꿀 수
없었던 데 한이 맺혀서 성인이 된 후, 알토 섹소폰을 배움으로써 그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는 얘기에 한편으로 짠했다. 보통 이렇게 어린
시절을 어렵게 보낸 분들을 보면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마음에 여유가 없고 삶을 즐기기보다 숙제하듯이 빡빡하게 살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봤다. 우리
아버지만해도 그랬으니 말이다. 그런데 강석우 아저씨는 좀 달랐다. 클래식과 함께 삶을 풍요롭게 만들줄 알고, 무엇보다 가족이 가장 소중함을 알고
가족들에게 사랑을 표하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며 '이 아저씨.......진짜 멋있으신 분 맞네!'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
" 일 년에 몇 번 없지만 토요일 점심시간쯤에 네 명이 같이 둘러앉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아이들이야 일상적인 식사지만 아버지인 저나 어머니인 아내는 자식들과 함께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그런
순간이 오면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아내는 좋아하는 초 두 개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불을 켭니다. 지금 기분이 좋다는 아내의 표현이지요. 그러면 저는 얼른 오디오를 켜고 제가 좋아하는 CD를
겁니다."
- 본문 20쪽 인용
- |
상상만 해도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다. 아내가 촛불을 켜 둔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주는 자상한 남편...... 이런
남편이랑 같이 사는 아내분이 참 부러운 장면이었다.
|
"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일주일에 세 번까지 음악회를 가는데
동반자는 언제나 아내입니다. 아내를 울린 그 곳, 막스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 중에 2악장입니다."
- 본문 61쪽 인용
- |
처음에는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내여서 강석우 아저씨가 조금씩 조금씩 음악을 가르쳐주다보니 이젠 두 분 모두 음악을
가까이 하게 되어 늘 아내와 함께 음악회에 가게 되었다는 말에 더 부러웠다. 이렇게 좋은 취미생활을 아내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아내를
리드하는 자상하고 멋진 남편...... 부러우면 지는건데 정말 아내분이 많이 부러웠다. 남편과는 생활패턴 및 취미, 식습관 등 모든
것이ㅓ무나도 다른 나로서는 이들 부부가 마냥 부럽다. 전생을 믿는 건 아니나, 아내분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보다.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배우가 되고 나서, 그리고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동안 있었던 많은 에피소드에 걸맞는 클래식 음악을
적절하게 잘 어우러져 소개되고 있어서 책은 쉽게 읽힌다. 아울러 각 에피소드 마지막 페이지 아래에 소개하고 있는 음악앨범자켓, 곡명, 그리고
QR코드까지 있어서 책을 읽으며 그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강석우 아저씨가 느낀 감동도 비교해가며 음악을 들으니
더 가깝게 소통하는 듯하여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는데 이 즐거움을 더 연장시키고픈 욕심에 CBS 라디오에서 진행하고 계시다는 FM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라는 프로그램의 애청자가 되어야 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