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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것도 억울한데 병까지 걸린다고? - 나를 살리기도 병들게도 하는 “화병” 사용 설명서
박우희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21년 5월
평점 :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은 큰아이와의 전쟁이다. 좀처럼 끝나지 않는 긴긴 사춘기의 터널 속에서 아이도 나도 참 많이 힘들다. 엄밀히 따지면 내가 억울할 때가 많다. 본인이 화를 낼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뭐든지 자기 입장에서 버럭버럭 화내고 성질 부리는 아이에게, 마음같아선 나도 같이 화를 내고 싶지만 엄마라는 이유로 꾹꾹 누르고 눌러 참다보면 이러다 정말 화병이라도 날 것 같다. 언젠간 나아지겠지 하고 버텨온 게 벌써 몇 년 째인지, 그간 내 속은 그야말로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진 것만 같다.
사실 작년에 이미 화병이 나긴 했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와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본의 아니게 잔소리는 더욱 나오게 되고, 그럴수록 아이는 점점 더 까칠하게 굴기를 반복하다보니 나는 결국 몸에 병이 나고 말았다. 어지럼증과 함께 동반된 불안증세로 인해 결국 직장까지 쉬게 된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 책의 제목에 눈이 갔다. 그야말로 작년의 내 모습에 딱 들어맞는 '화난 것도 억울한데 병까지 걸린다고?'라는 책은 이렇게 해서 읽게 되었다.
'화'는 현대 의학에서는 '스트레스'라 불린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화도 마찬가지다. 화를 풀지 못하고 쌓아두면 '화병'으로 진행되고, 화병을 방치하면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ADHD 등과 같은 마음의 병의 원인이 화병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마음만 병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사활동을 방해해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몸의 취약한 부분을 공격해 몸까지 병들게 한다. - P. 15 中 - |
정말 맞는 설명이다. 이미 겪어봤기에 화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몸에 독이 되는지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큰아이와의 전쟁을 지혜롭게 잘 견뎌내기 위해 해결책을 빨리 찾아야 했다. 되도록 화를 받지 않고, 몸에 화를 쌓아두지 않는 방법을 꼭 배워야겠다는 굳은 각오와 함께 책장을 서둘러 넘기기 시작했다.
저자는 병을 치료함에 있어서 '체질의학'과 '천인지'가 유용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 중 화병, 우울증, 공황장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이나 감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천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천인지'란 우리 몸의 경락을 기준으로 본성을 구분하는 학문으로서 오래전부터 존재한 우리나라 학문인데 단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란다. 저자는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며 연예인들을 예를 들어서 천인지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데, 마치 한 때 유행했던 혈액형으로 보는 성격과도 비슷하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천
- 순수하면서도 종종 4차원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엉뚱한 구석이 있다.
- 현실보다는 형이상학적인 가치를 추구하며 대의 명분을 중요시한다.
- 워낙 착해 잘 속고, 이용당하기 쉽다.
- 행동이 느려 민첩한 사람들이 보면 답답할 수도 있다.
- 학자, 종교인, 예술인들이 많다.
2) 인
- 말을 잘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잘 공감한다.
- 합리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잘한다.
- 연예인, 변호사, 아나운서들이 많다.
3) 지
- 한 번 꽂히면 뒤돌아보지 않고 몰아붙인다.
- 의지가 강해 웬만한 일에는 끄떡하지 않는 강인함이 있다.
- 천인지 중 가장 현실적이어서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있어야 만족한다.
- 고집이 세서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뜻대로 한다.
- 사업가가 많다.
저자는 각각의 유형에 관해 설명을 할 뿐 아니라, 우리 몸에 있는 천인지 경락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생겨날 수 있는 질병들에 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병의 근원인 화를 생명에너지로 바꾸는 방법과 함께 천인지 한방치료에 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를 풀어내는 마사지, 운동법, 음식, 한방차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따라하기 쉬운 여러 가지 정보들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당장 몇 가지를 따라해보았다. 하체를 사용하는 운동이 화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기에 한때 하다가 멈춘 스쿼트와 런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성들만의 운동으로 알려진 케겔운동 역시 화를 풀어주는데 아주 도움이 된단다. 한방차도 여러 가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중 두통에 효과적이고 화로 인한 열을 내리는 데 좋다는 국화차가 나에게 맞는 것 같아 국화차도 마시기 시작했는데 제법 효과가 있는 것 같다.
평소 화가 날 때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솟구치는 걸 느낀다. 그럴 때면 난 늘 그 에너지를 온 집안 청소를 하며 다 쓰고 방전되어버리곤 했다. 방시혁이 화로 인해 생겨난 에너지로 BTS를 만들어냈듯이 나도 앞으로 화가 나면 그 에너지를 요긴하게 사용해야겠다 싶다. 집안일 하며 다 써버리지 않고 운동을 하고, 나가서 쇼핑을 하며 지친 나에게 힐링이 되어주는 방향으로 말이다.
이 책 덕분에 내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어떤 점이 취약한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다. 앞으로 큰애와 함께 할 시간들이 많은데 아이가 독립할 때까지 내가 잘 견디려면 지혜롭게 화를 잘 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다시는 내 몸을 힘들게 해서 아프게 하는 일은 더이상 생겨나지 않게 할 것이다. 그래야 다가 올 갱년기도 잘 견뎌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