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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교환일기 - 아이가 마음을 닫기 전에,
브랜디 라일리 지음, 김소연 옮김 / 길벗 / 2021년 3월
평점 :
고등학교 2학년인 큰딸의 사춘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집중해서 공부할 나이이건만 아직도 갈팡질팡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딸아이를 보노라면 가슴이 답답하다. 어떨 땐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것 같아 가슴이 참 아프기도 하다. 우리 모녀는 도대체 언제쯤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이렇듯 '고딩이 딸 모시기'로 하루하루 힘겹게 지내던 나에게 온 선물이 바로 이 책이다. 무지개 톤의 알록달록한 색감과 비밀일기장 같은 소녀감성 가득한 책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고도 남았다. 그런데 '아이가 마음을 닫기 전에'라는 부제가 무척이나 내 가슴을 콕콕 찌른다. 내 아이의 마음이 이미 닫혀 버린 건 아닌지,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등 여러 가지 생각에 책장이 쉽게 넘겨지지 않았다. 요즘 큰아이를 보면 정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만 같다. 해맑은 웃음으로 내게 기쁨을 안겨주고 힐링 그 자체이던 딸아이가 왜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되기 전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더 나았으려나 싶은 생각에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이 무척 심란했다.
그런데 프롤로그를 읽던 중 이런 내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문구를 발견했다.
약 1년의 기간 동안 엄마와 딸 사이에는 수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아이가 자라는 시간은 더더욱 그렇죠. 그렇기에 이 1년의 교환일기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겁니다. 설레는 첫 장과 사이가 깊어진 마지막 장을 기대해보세요. 그 여정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많이 변할지 놀라게 될 겁니다. - 프롤로그 中 - |
이 문구만 보는데도 가슴 한 구석이 설레기 시작했다. '얼마나 변해있을까?'라는 기대에 책장을 서둘러 넘겨보게 되었다.
'이 일기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팁'을 비롯해서 이 일기를 쓰는 동안 지켜야 할 규칙 및 약속들을 쓰는 곳, 일기를 쓰기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코너로 교환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서로를 알아가는 다양한 질문들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쓰는 공간이 예쁜 편지지처럼 일기장의 좌우가 꾸며져 있는데,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디자인되어 있다. 그리고 제일 아래에는 'MOM', 'DAUGHTER'라고 표기되어 있어서 엄마가 쓰는 곳, 딸이 쓰는 곳이 쉽게 구분되어져 있다.
'이렇게 1년을 쓰면 정말 친구같은 모녀사이가 될 수 있을까?', '그 때쯤 되면 딸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제일 늦게가 아닌 제일 먼저 들을 수 있게 될까?' 이런 기대감을 안고 짤막하게 쓴 편지와 함께 이 책을 조심스레 딸아이의 책상 위에 올려두고 왔다. 딸아이의 마음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조금이라도 열려 있는 그 틈사이에 이 일기장을 꽂아두고 온 것만 같다. 부디 딸아이와의 교환일기가 원만하고 오고가길 바란다. 그래서 아이의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함께 해주고 싶고, 언제나 아이의 편에서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