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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인데 아직도 내 몸을 몰라? - 만화로 배우는 여성을 위한 성교육 교과서
다카하시 사치코 지음 / 라라 / 2023년 12월
평점 :
학창시절 나의 생리에 대해 떠올리면 늘 아파서 고생했던 기억밖에 없다. 그날이 되면 늘 아랫배가 아팠고 때에 따라 통증의 강도는 달랐다. 평소에는 진통제를 먹고 어찌어찌 넘어가지만, 통증이 극심할 경우에는 배를 부여잡고 데굴데굴 구르기 일쑤였다. 가장 안좋았던 건 시험기간에 그날이 걸렸을 때였다. 결국 몇 번은 시험을 치르지도 못한채 병원에 실려가 진통제를 맞아야 할 정도였다.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나면 '그 생리통 심했던 애?'라고 할 정도이니 나는 그야말로 생리통의 대명사였다.
여성으로서의 첫 스타트였던 생리를 그렇게 힘들게 겪어왔기에 혹여나 두 딸아이도 나를 닮아 생리통이 심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큰애가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는 것이다. 다행히 나만큼 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 달에 한 번 정도 자리에 누워있어야 할 정도로 힘들어 한다. 평소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한약도 지어먹이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하다 보니 제법 효과를 보곤 하는데, 그래도 좀 더 의학적인 접근을 통한 설명을 딸아이에게 해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았다. 아울러 이제 성인이 된 딸아이에게 제법 진지하게 성교육을 해주고 싶은데 그 역시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책을 찾던 중 <서른 살인데 아직도 내 몸을 몰라?>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서른 살 전후의 4명의 여주인공 에이미, 시호, 유미, 세라가 등장하는 만화가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어서 독자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가독성이 좋다. 무엇보다 그 나이 또래의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수 있고 고민거리일 수 있는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다.
한 편의 만화가 끝날 때마다 현재 산부인과 선생님인 일본인 저자의 쉬운 설명이 덧붙여 나오는데 마치 병원에서 실제로 진료를 받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정도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으로 독자들의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시켜준다.
생리, PMS(월경 전 증후군), 피임 및 임신중절수술, 여성 질환, 성매개감염병, 임신, 난자 동결 등 여성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고 고민할 수 있는 문제 등 다양한 항목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 겉으로 보기엔 만화책 같아도 그 어느 의학서 못지 않은 전문성을 구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을 읽고 나니 3월이 되면 고등학생이 되는 둘째딸과 대학생인 첫째딸에게도 꼭 읽혀야겠다 싶다. 내가 설명하기엔 나도 아이들도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는 주제들도 담긴 책이라 성교육용으로 그야말로 딱이다 싶다.
우리 아이들이 영유아이던 2000년대 초반,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필독서였던, 현직 소아과 선생님이 쓰신 '삐뽀삐뽀 119 소아과'라는 책이 있었다. 한 집 건너 한 집에 있을 정도로 필독서이나 베스트셀러였는데, 이 책도 딸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그렇게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아니 그렇게 될 것 같다. 나도 어서 당장 큰아이 책상 위에 두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