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어딘가 두 평 마음의 집이 있다 - 주말캠핑 3년, 소심한 가족의 푸른 이력서
김종보 지음 / 황금시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주말 캠핑 3년, 소심한 가족의 푸른 이력서'라는 소제목이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3년 동안 캠핑을 다니면서 초보시절부터 이제는 여유 있는 모습까지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행복한 도서가 아닌가 싶다. 캠핑. 우리 가족도 올해 늦봄부터 시작된 여행이었다. 작년부터 선배의 가족들과 함께 다니면서 배워온 여러 가지 정보들을 바탕으로 이제는 우리 가족끼리 캠핑을 떠난 지 2개월이 되었다. 완전 초보 캠퍼들이긴 하지만 애써 초보라는 티를 벗어던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전반부에는 어쩜 그리도 공감되는 내용이 많은지 읽는 내내 잔잔한 미소와 때론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 많았다. 

 
 


  

특히 '아내의 캠핑'편에는 저자의 아내가 쓴 글이 있는데 정말 생생한 증언 그대로였고 공감 100%였다. 나 역시도 주말에 빈둥거리는 것보다 자연에서 정취를 느끼는 좋은 취지로 캠핑을 따라 나서긴 했지만 캠핑을 떠나기 전 전초전은 정말 고되다. 밤낮 기온차를 염려해 상황에 따른 여러 벌의 옷 준비, 혹시나 모를 구급약, 아이의 기저귀, 물티슈, 체온계, 해열제 등 많은 골칫거리를 안겨준다. 가장 고심되는 내용은 바로 요리인데, 저자의 아내가 '텐트는 한 번 치면 끝이지만 식사는 하루에 꼬박꼬박 세 끼씩 챙겨 먹잖아'라는 글을 보면서 옆에 아무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아, 맞아 하는 읊조림을 하기까지 했다. 

 
 



저자의 가족들도 좋은 날씨에만 여행을 다닌 것은 아니었나 보다. 제주도에서의 무서운 밤을 보낸 체험을 읽으면서 우리도 2주전에 겪은 수많은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아이들 물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인 캠핑장이 있다고 해서 금요일 밤 캠핑을 떠났는데 도착해서 텐트를 치는 날부터 걷는 날까지 2박3일 동안 비만 실컷 구경하고 온 것이다. 텐트에서 잠을 자기 시작한건 몇 번 안 되는 때인데 비를 맞으며 자는 건 처음인데다 그때는 폭우로 인해 호우 경보까지 발표가 난 터였다. 나는 밤새 비에 텐트가 떠내려갈까 걱정하느라 잠을 못 이루고 가끔 치는 천둥번개에 자는 아이가 놀라지 않을까 걱정하며 밤이 그토록 길다고 느낀 건 오랜만이었다. 거기다 양가  어른들의 빗발치는 전화와 걱정으로 어른들을 진정시키느라 애먹고, 밖에 돌아다니지 못해 우리 아이는 폭우임에도 땀띠가 생기는 일도 겪었다. 하지만 그리 나쁜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이웃캠퍼들과 소통을 하면서 인간애를 느끼고 좋은 시간을 보낸 것도 있다. 눈앞에 좋은 물놀이 장소를 두고 아쉬움을 뒤로하며 천둥번개 치는 빗속에서 남편은 혼자 3시간동안 짐을 싸면서 이런 경험을 했으니 이젠 보슬비에도 끄떡없이 캠핑을 떠날 수 있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다시는 비올 때는 캠핑을 가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캠핑. 초보라서 그런지 아직은 장비에만 너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면서 나름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는데 정말이지 자연을 즐기러 가는 건지 장비를 진열하러 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캠핑장 가서 보면 다른 캠퍼들의 장비를 본의 아니게 보게 되는데 대수롭지 않게 보는 척 하지만 곁눈질로 염탐하면서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캠핑 장비, 장비 하나보다 싶기도 하지만 글쎄, 아직은 낯설기만 한 장비들이 많다. 그런데도 아내가 불편함을 이야기하면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장비를 설명하고 구입하자고 독촉을 한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결혼 후 남편은 처음으로 무이자 할부로 고가의 리빙셀 텐트를 구입했다.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와 여러 가지 편리성을 들먹이며 우리 3가족에게는 너무 큰 초대형 텐트를 구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소형 데크에 올릴 수 없는 단점을 극복하고자 데크에 적합한 텐트를 하나 더 구입하려고 한다. 남자, 아니 누구든 캠핑에 발을 디디면 장비에 대한 욕심은 막기 어려운 듯하다. 우리도 3년 쯤 지나면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찾아올까.

 
 



책을 덮고 나니 어린 아이 동하는 첫사랑을 다시 만났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내 첫사랑은 겨울 산에서 만났다. 눈이 내려 꽁꽁 언 산길을 내려오느라 잡아준 그 사람과 나의 장갑이 얼어붙어 버리는 바람에 하산 끝까지 손을 꼭 잡고 내려와야 했던 인연이 있다. 그래서 내 첫사랑(지금의 남편)이 산, 자연, 캠핑을 가자고 하면 막상 힘들더라도 무작정 따라 나서게 되나보다. 힘들어서 야영을 못가겠다는 말을 하기보단 이 책으로 인해 먼저 경험한 선배 캠퍼들의 마음을 느껴보면서 조급함을 버리고 자연에 스스로를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늘 캠핑에 앞서 별별 걱정을 많이 했기에 크고 작은 스트레스도 있다. 하지만 낼 모레 떠날 여행에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와 남편과 오순도순 다녀오고 싶다. (그렇지만 식사메뉴는 아직도 고민스럽다.) 그리고 가방 안에는 이 책을 함께 넣어서 가련다. 이젠 남편이 읽어볼 차례다. 얼마나 공감되는지 기대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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