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피는 따스한 봄날, 솔이와 정이는 학교를 마치고 나가다가 아이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는 곳에 들여다봅니다. 할머니가 병아리를 팔고 계시는군요. 초등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와의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겠지요. 저 역시 그렇답니다. 삐악삐악 우는 병아리가 어찌나 보드랍고 예쁘던지 내가 키우면 꼭 큰 병아리가 되고 닭이 되어서 알을 낳겠지 하는 기대를 했답니다. 그때 병아리를 팔던 아저씨는 안사고 만지기만 하면 무지 싫어하셨답니다. 책에 나오는 할머니와 똑같네요. 병아리를 자꾸 만지기만 하면 죽는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었죠. 못 만지게 하면서 눈으로 보고 있으면 얼마나 더 사고 싶은지 모른답니다. 판매 전략일지도 모를 일이네요. 솔이도 병아리를 키우고 싶어 아무도 몰래 저금통을 깨어서 결국 사고 맙니다. 라면 상자를 뚫어 창문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서 예쁜 집도 만들고 모이도 주고 물도 줍니다. 그 다음날 학교를 가서는 수업 내내 병아리 생각으로 가득했고 방과 후 아이들과 놀지도 않고서 곧바로 집으로 달려갑니다. 새로운 생명체와 만나 아이가 직접 자기 손으로 키워보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제가 키우던 병아리도 그랬지요. 작은 상자에서 나오지 않고 삐악삐악 거리다가 엄마만 보면 진짜 엄마로 착각한 듯 계속 쫓아다녔어요. 어른의 발걸음을 따라잡으려니 병아리는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다음날 뻣뻣하게 굳은 몸을 보았을 때는 다시는 예쁜 그 병아리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한참이나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뭘 잘못 먹었는지, 어디가 아팠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는 늘 일찍 죽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죠. 그 당시 동심을 이용해 일찍 죽어버리는 병아리들을 수없이 팔던 장사꾼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솔이네 병아리도 아이들과 신나게 들판이며 동네어귀를 도망 다니듯 뛰어다니다가 더러워진 몸을 씻기는 바람에 그 다음날 죽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병아리 사랑이 오히려 해가 되었지요. 마당 한 켠 개나리 울타리 밑에 병아리를 묻어줍니다. 그리고 솔이는 내년에 병아리가 노란 개나리로 다시 피아나기를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병아리에 관한 애틋한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는 그림책이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