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간다 - 시인 121명이 찾아간 아름다운 간이역
이건청 외 지음, 좋은세상 엮음 / 굿글로벌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에 800여개의 간이역이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많을 줄을 몰랐다. 무정차 간이역도 있고 보통역처럼 운행하고 있는 역도 있지만 실제로 가보지 못한 간이역이 너무 많기에 시집을 읽으면서 모든 간이역을 여행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길 정도이다. 이 책은 121명의 시인이 간이역의 아름다움과 쓸쓸함, 그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시로 표현한 시집이다. '간이역'이라는 조금은 낯선 주제로 시를 접하긴 했지만, 나에게도 간이역에 대한 추억이 제법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남편과 데이트를 하던 어느 여름날 자신의 외할머니 산소에 데려가겠다며 경주의 어느 한적한 곳에 내려주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모화역은 나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독특하기도 하고 외롭게 보였던 역이었는데, 남편의 기억속에는 모화역이 어린시절 추억의 장소였다. 나 또한 그곳에서의 기억은 잊지 못할 것이다. 결혼도 안했는데 남자친구의 부모님의 아닌 외할머니의 산소에 가서 먼저 인사한다는 기분이 참 묘했고, 그날 개울을 건너면서 신발이 물에 젖어 돌아오는 길에 신발을 사려고 했지만 한적한 곳이라 신발을 살 수 있는 곳이 없어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곤 우리가 결혼해서 낳은 딸과 함께 작년 곡성역을 다녀온 기억이 있다. 전남 곡성군 곡성면에 위치한 역인데 기차마을로 조성되어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들린다. 인근에는 영화세트장이 있어서 볼거리도 있고 맛집도 있어서 좋았지만 백미는 곡성역에서 타는 증기기관차였다. 물론 레일바이크도 즐거워 보였지만 섬진강을 따라 강변도로를 따라 기차가 칙칙폭폭 운치있게 느리게 가는 맛이 일품이었다. 



남편이 작년부터 간이역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곡성역을 찾아간 것은 계획된 여행이었다. 간이역 여행의 발단은 남편이 대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하면서 강원도 태백에 있는 도계역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그곳을 다시 찾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곳과 더불어 승부역을 너무 가고싶어했는데, 실제 봉화까지 가서는 승부역을 보고오지 못해서 아쉬워했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며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을 찾다가 곡성역을 가보자는 의견에 함께 찾아가게 된 것이다. 

 



시집에는 시와함께 간이역의 위치와 역의 변천사, 문화재 지정에 관한 내용이 있다보니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폐쇄된 역이외의 역은 사진을 한 컷씩 찍어서 책에 실어놓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시는 시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기도 했는데 그럴때는 해당하는 시인의 등단시기와 대표시집이 있으니 시인의 또다른 시집을 찾아 관심을 가져보는 일도 좋을것 같다. 

 

간이역. 어떤곳은 추억이 깃들여져 있고 어떤곳은 조용하니 시간이 멈춰진듯한 곳 일것이고 또 어떤곳은 도시처럼은 아니지만 사람이 무언의 발걸음으로 바삐 움직이는 역이기도 할 것이다. 문인수 시인은 고모역이라는 시에서 '도시속의 오지'라고 표현했다. 내가 사는 곳에도 제법 간이역이 많다는걸 이번에 알았다. 마음이 차분해 지고 싶다면 '간이역 간다' 시집을 들고 직접 찾아가보는 것도 흐뭇한 여행이 될 것이다.

 
간현역 中 에서 - 홍금자
...
삶의 어딘가에 숨어있는
묵은 사진첩 하나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은
아득한 지상에서의 소중한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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