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sex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무슨 생각부터 하게 될까? 성(性), 성별이라는 뜻보다는 다른 의미로 많이 떠올려질 것 같다. 그래서인지 좀 더 광범위한 뜻으로 요즘엔 gender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졌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나라에서도 그 단어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우리나라는 성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음흉하고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속상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적 배경이나 문화가 아닐까 싶다.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점 중에 우리나라는 고려시대까지 혼탕을 하고 성에 대한 강한 규제가 없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유교가 전파되면서 성문화는 음지의 영역으로 숨게 되며 은밀하고 자극적으로 변모하게 된 것은 아닐까라는 과정을 추측해본다. 유교적 사상이 바탕이 되어있는 우리의 의식구조에 언제부턴가 서구의 개방적인 성문화를 숭배하듯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요즘에는 성인부부들의 불륜은 물론 청소년 사이에서의 성문화가 심각할 정도라고 한다. 법적규제로 잦아들 것 같지만 오히려 음성화를 부추기는 현상(풍선효과)도 초래하기도 한다는데 참으로 난항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의 성문화인 것 같다. 책 여기저기에 적혀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이중적인 성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사실 보수적 성향이 있는 편이지만, 책 속의 내용들을 보면 보수적 성향이 강할수록 음지의 성문화를 더 지지한다고 한다. 참 아이러니 하면서도 성의식에 대한 올바르고 교육할만한 여건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10여 년 전 구성애씨에 의해서 아이들의 성교육에 대한 운동을 활발히 했던 점을 기억한다. 사실 나는 그녀의 거침없는 말투에 당당함과 자신감을 보고서 나의 고리타분한 의식구조를 반성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녀의 교육운동은 많은 논쟁이 있었다는 점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성, 사랑, 결혼이 일치해야 됨을 강조함으로써 결국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며 남성 중심 사회의 가치관을 반복하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듣고 보니 그렇기도 했지만 그녀를 통해 우리가 성문화, 교육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반성할 시간을 갖게 해준 것은 사실이다. 영국 작가 D.H 로렌스는 성은 인간생활에 있어서 대단히 유익하고 필요한 자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태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사람의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우리의 존재성이며 앞으로 태어날 우리의 후손들을 생각하는 의무적이고 딱딱한 내용이 아니라 하더라도 성이 생활의 활력이 되는 것은 맞는 말이라 여긴다. 성을 굳이 죄악시하고 터부시하는 것은 아마 종교적인 관념에서 논쟁의 소지가 될 수는 있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겨진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일부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 제목이 사전이라고 하지만, 사실 사전적 의미만 담긴 것이 아니라 단어의 유래나 시대적 배경에 따른 의미의 변화를 좀 더 융통성 있게 다룬 책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고 그 바탕에 내제되어 있는 정보들을 알 수도 있었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쓰고 있는 욕의 의미를 정확히 알게 되면서 우리말을 똑바로 알고 써야겠다는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그 중에 '과부'를 정중하게 부르는 의미인줄로만 알고 있었던 '미망인'이란 단어가 남편과 함께 죽어야 하는데 아직 죽지 아니한 아내라는 뜻이라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 정말 앞으로는 사용하지 말아야할 단어라고 생각된다. 건강한 성담론은 꼭 필요한 것이다. 잘못된 지식으로 위험에 빠진다거나 남을 헤치려 하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이 책의 시도에 2% 부족한 격려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