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소녀와의 동거 - 순도 100% 리얼궁상감동 스토리
먹물 지음 / 책마루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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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호기심을 끌만한 제목이었지만 책을 덮고 난 내 마음은 안타까움이 너무 많다. 어떤 독자의 말마따나 '우리 모두는 또 다른 먹물이자 또 다른 소녀들일뿐'이란 말이 와 닿는다. 어떤 이에게는 이 책이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라 치부하겠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비슷한 고민과 갈등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또한 한 아이가 생각이 났다. 2년 전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 생각난다. 그 녀석은(실제로는 내가 짜식 이라고 불렀다) 키도 키고 인물도 훤칠하니 호감형이었다. 그런데 늘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수업을 방해 하진 않았지만 관심 없다는 투로 다리를 꼬고는 창밖을 보고 잠도 자곤 했었다. 반항기가 물씬 풍기는 그 녀석이 왠지 나는 끌렸다. 그래서 일부러 수업하면서 가까이 가서는 질문도 해보고 아이들에게 주목을 받게도 해보았다. 그런데 그 녀석, 실실 웃으면서 그 다음 부턴 교과서도 챙겨오고 일부러 구구단 질문을 하면 제일 먼저 대답하면서 나름 수업을 듣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 녀석을 대하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다가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사실 그 녀석은 중학교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웠다. 수업 중에 매번 화장실을 간다고 하기에 몇 번 허락을 해주었지만, 비흡연자의 코를 속일 수는 없는 법. 어느 날 조용히 따로 그 녀석을 불러서는 혼내기는커녕 손을 살포시 잡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다른 선생님들 같으면 얼차려나 매를 맞고 강제적인 반성문을 썼겠지만, 나는 그 아이에게 엉뚱한 제안을 했다. 담배 피운 게 티가 너무 난다면서 양치질도 좀 하고, 손을 깨끗이 씻고 다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몇 개비나 피우냐고 저돌적으로 질문했다. 그 녀석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보통 선생님들이라면 윽박지르고 말텐데 몇 개비를 피우냐고 물었으니. 그 녀석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피우기 시작해 지금은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운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흠칫 놀랐지만, 아이를 설득하기 위해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두고 반갑으로 줄이자고 제안을 했다. 그 녀석은 희한한 제안에 어리둥절하면서 점점 나아지더니 한 달 후에는 어느 날엔 담배를 안 피웠다면서 나한테 다가와 자기 입김을 불어넣기도 했었다. 참, 그때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나는 교단에 있으면서 수업을 가르치는 일보다 이런 일이 너무나 가슴 뿌듯한 일이라고 여겼다. 혼자서 감동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녀석을 나쁘게 보았지만 본심은 그게 아니었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보충수업을 할 때도 거만하게 굴던 녀석은 내가 퀴즈를 내면 일찍 보내준다는 말에 수업도 제일 열심히 들었다. 그러다가 방학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그 녀석은 학교에 없었다. 늘 입버릇처럼 대구시내의 oo파에 가입해서 오토바이를 몰꺼라고 하더니, 학교를 돌연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는 한 번씩 학교 앞에서 오토바이 경적을 울리며 도망가던 녀석들 중에 한 명이란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너무 안타까웠다. 결국 정학의 위기까지 놓였을 때 나는 지금까지 그 녀석에게 해왔던 것이 물거품이 된 것을 너무나 마음 아파했다. 방학 동안에 내가 꾸준히 연락만 했었어도 이러진 않았을 텐데 하는 자책감까지 들었다. 


 


이 책의 저자 먹물도 마찬가지였다. 심혈을 기울여 아이들에게 밝은 빛이 되고자 노력했건만 아이들은 아이들이였다. 누굴 탓하랴. 사회를 탓하고 싶지만 나 또한 그런 사회의 일원일 뿐인 것을. 먹물의 고뇌에 정말 공감이 많이 갔다.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서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궁지에 내몰린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순수하고 아직까지도 동심에 젖어 있어도 뭐라지 않을 사회인데 가족의 무관심과 나쁜 어른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는 아이들을 보호할 곳이 없다니. 리얼궁상감동 스토리라고 하지만 무겁게 느껴지는 책이다. 가슴 한편이 먹먹해 지면서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여건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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