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해일
견여래 글.그림 / 금터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다시 한 번 표지를 살펴보게 된다. 달에 비친 4명의 실루엣을 보면서 처음엔 의미 없는 것인 줄 여겼지만 이제는 몽환적인 느낌을 가지는 표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처음엔 책의 제목도 낯설었는데 결론은 책제목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다. 저자의 소개는 책에 있는 것만으로 부족하여 검색해 보았더니 참 다채롭다. 명상가, 신비주의자, 점성술연구가, 화가, 작가……. 어릴 적부터 명상을 했고, 유체이탈을 경험한 뒤로 영적체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엔 동화 같기도 하지만 때론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책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독특한 이름을 가진다. 엄마와 아빠는 석숭이와 철든이이다. 이 책의 화자는 대부분이 다섯 번째 아이인 '기차화통'인데, 8남매가 가진 이름에 대한 에피소드가 참 재미있게 들렸다. 그중에서 주요 등장인물은 다섯 번째에서 여덟 번째 아이인 기차화통, 역삼각형, 됐다. 쪼깨깨끼오이다. 시대적 상황은 1980년대 인데 기차화통이 초등학생 정도로 보여 나와 비슷한 나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인지 공감가는 부분도 참 많았다. 민방위 훈련에서 지금은 하지 않는 집집마다 소등하는 일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깜깜해진 방안에서 무서워서 울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TV를 켜주시던 부모님. 그러다 창밖에서 불 끄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기억도 있다. 동생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기차화통의 남동생인 '됐다'에게 잦은 거짓말로 골려먹던 내용은 어쩜 나와 같은지 모르겠다. 무서운 이야기로 놀라게 한다거나 말도 안 되는 게임을 해서 골탕 먹였던 기억들 말이다. '됐다'가 남동생이었기에 말괄량이 기차화통에겐 더더욱 시기와 질투의 대상으로 남았던 게 아닐까 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기차화통을 중심으로 남매들 간의 에피소드를 적어놓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책인데 가끔씩 대화체로 이어지는 이야기도 참 재미있다. 천사에 의해서 기차화통은 다른 사람들이 대화할 수 없는 것들과 소통을 하게 되는데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철학적인 내용도 많이 담고 있다. 때론 이야기의 상황들이 엽기적이고 위험한 상황인데 덤덤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오히려 사실감이 더 느껴졌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여러 시대적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아님 영적체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조금 낯선 일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느끼면서 어른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회의도 느껴지고, 때론 우리 육체에 대한 허무감도 느껴졌다. 결말에 대한 내용도 우울하게 봐야할지 그냥 좋은 추억으로 여겨야할지 독자에게 생각할 권리를 준 것 같아서 참 독특한 책이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과거로 돌아간 듯 좋은 시간을 가져서 내겐 의미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201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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