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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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가슴을 멈출 수가 없다. 당연히 멈추지 않고 열심히 뛰고 있는 가슴인데 책을 덮고 난 뒤의 내 심박동수는 왜 더 빨라지는 것일까?


기욤 뮈소. 그는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두번째로 접하는 그의 소설은 제목만 보고 내용은 한 줄의 그 어떠한 정보도 읽지 않고 바로 접했던 책이다. 대부분의 책은 읽기 전에 어떤 주제와 내용을 포함하는지 알아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알고 보는 것보다 모르고 책을 펼치는 것이 더 박진감 넘친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역시 그랬다. 미스터리, 스릴러를 포함하면서도 인간의 미묘한 감정과 다양한 시각에서의 표현법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의 주제를 말하자면 운명과 카르마(업보)이라고 할까?


누구나 한 번쯤은 내 삶에 대해 무료하고 허무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상 탈출이나 현실 도피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여기 에단 휘태커는 그것을 실천에 옮긴다. 자신의 생일날 눈앞에 약혼녀 마리사와 절친한 친구 지미를 남겨둔 채 사라지는 것이다. 15년 동안 그들과는 연락을 끊은체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며 살아가는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다. 남겨진 사람의 인생보다 자신의 인생을 더 소중히 여긴 에단은 그동안에 부와 명성을 한꺼번에 움켜쥐며 겉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6년 전 운명 같은 여자 셀린을 만나긴 했지만 왠지 모를 생명의 위험을 느낀 그는 마리사를 떠난 것처럼 1년 후 냉담한 이별을 통보한다.


에단의 냉정하고 딱딱한 행동들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자처럼 보이지만 내면의 불안을 내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것  같았다. 자유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구속과 책임을 회피하는 가식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처럼 보였다. 그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여럿 등장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데…… 남부러울 것이 없는 위치에 서게 되면 뭐든 얻을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오만에 나쁜 유혹의 손길(알코올, 여자, 마약, 도박)에 그만큼 쉽게 빠지게 된다.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져 어떠한 삶을 선택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에단은 늘 고통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불길한 하루를 되풀이한다.

모든 걸 얻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모든 걸 읽어버린 날 p.13

흡사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반전이나 내용들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읽는 내내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들었다. 정신과 의사를 통해 인간이 지닌 양면성에 대해서 나타내고 그 조차도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 번복을 하게 만드는 아이러니함도 만들어 낸다. 그의 소설은 쉬우면서도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인과응보(因果應報)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을 언뜻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우리 정서에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다. 특별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것 같으면서도 없으면 안되는 존재이며 강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택시기사 커티스 네빌은 마치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의 모건프리먼을 생각나게 한다.


인생, 한 번 밖에 없다고 여기지만 매일 매일을 의미 있게 보낸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기욤 뮈소 덕분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면서도 갈등의 존재인가를 새삼 느끼면서 강한 의지는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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