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장 - 일상다반사, 소소함의 미학, 시장 엿보기
기분좋은 QX 엮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TV를 통해 외국의 시장을 보면 참 다채롭다. 형형색색의 깔끔하고 화려한 느낌의 채소와 과일이 어우러져 있는데 외국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경외심마저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래시장하면 어떤가? 정감이 넘치고 구수한 냄새가 나는 좋은 이야기도 하지만 왠지 칙칙하고 구질구질할 것 같은 느낌을 없앨 수는 없는 것 같다. 요즘에는 각 시도별로 재래시장을 현대화 시켜 재정비에 나섰지만 인근 대형마트의 벽을 넘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시골에 장날을 구경한 적이 있다.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을 보는 듯한 장날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하며 부산한 장면들이 생활의 활력을 불어 넣는 것 같아 참 좋았는데, 그래서인지 '한국의 시장' 제목을 보고는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별로(제주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경기도, 서울) 전국의 유명한 장터를 소개하고 있는데, 제일 먼저 제주도를 소개한 것이 인상 깊다. 보통 전국을 소개하면 제주도는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편이었는데, 이 책은 의외였다. 책을 만든 다섯 여인들이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제주도를 먼저 배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특산물이 너무 많다. 갈치, 옥돔, 백년초, 한라봉 등 특산품이 많은 곳이니 시장도 근사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자의, 여자에 대한, 여자를 위한' 제주 민속 5일장은 정말 여자를 위한 독특한 물품들이 많았다. 두건모자, 앞치마, 손등토시, 얼굴을 커버하는 대형 마스크. 제주시에서 65세 이상의 할머니를 위한 '할머니장터'를 마련해준 것이 참 정겹다. 작년 5월 제주도를 갔을 때 도시보다 월등히 싼 한라봉을 열심히 사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판매용으로 적합하진 않지만 먹는데 아무 이상이 없는 제품을 '팟찌'라고 한단다. 우린 팟찌 한라봉을 사먹은 셈이었다. 그래도 맛은 역시 제주도에서 직접 사먹는 한라봉이 최고였다. 

    

 
여러 지역 중에서 내가 살고 있는 경상도를 읽어보니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어릴 적 엄마손 잡고 자주 갔던 재래시장이었던 대구의 서문시장. 섬유의 도시 대구이니 만큼 원단시장으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워낙 대형 시장이다 보니 꼭 원단시장만 있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한복, 이불, 그릇의 혼수용품도 많은데 나 역시 그곳에서 그릇과 냄비을 구입했었다. 지금도 잘 쓰고 있으니 유명백화점에 비할 것 없이 실속 있는 제품을 샀다고 자부한다. 사실 시장하면 장보는 것 이외에 군것질을 하러가는 것을 빼놓을 수는 없다. 어린 시절에는 시장에서 아주머니가 솥에서 따끈따끈하게 삶아내는 소라가 어찌나 먹고 싶던지 엄마에게 자주 졸라댔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엄마와 함께 무한리필 풋고추를 주는 국수집에서 국수나 우동, 칼국수를 먹곤 했다. 무한리필 풋고추는 다른 시장에는 찾아볼 수 없는 서문시장만의 최고의 서비스가 아닐까한다.
                     
 

시장 정보 외에도 시장 인근의 지역명소를 짧게 소개해놓은 부분이 있는데 맛깔스럽게 적어놓아서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지는 곳들이 있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 한 내용을 실어놓았는데, 부와 명성이 있는 사람들조차도 소박한 우리네 시장을 이용하면서 떡볶이와 순대를 사먹는다는 점이 참으로 정감 있게 들렸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들도 장을 보러 다니고 물건 값을 흥정하고 깎는다는 이야기에 인터뷰에 실린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까지 알게 되어서 참 좋았다.  


                  


시장. 한국의 전통시장을 책으로 접해 보면서 이젠 우리 시장의 구질구질한 모습까지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우리의 삶이 반영된 곳을 구질하다고 표현한 내가 부끄럽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우리 전통을 살려냈으면 한다. 젊은 날엔 외국제품을 선호하고 좋아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우리 것이 좋아지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후손에게 자랑스러운 우리전통을 유형이든 무형이든 아름답게 가꾸고 보전하여 물려주면 좋겠다. 이번 여름휴가 때 전라도 전주에 갈 계획을 잡고 있는데 전주남부시장에 들러 피순대를 먹고 남부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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