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나라에서 온 소년 라임 어린이 문학 28
토마시 콘친스키 외 지음, 다니엘 슈파체크 그림, 김지애 옮김 / 라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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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새 것을 좋아하지만 새 것은 반드시 헌 것이 된다. 이 책에 따르면 "헌 것"이 되는 이유는 시간나라 요정들이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고 시간나라에선 새 것 보다 헌 것이 더 인기가 좋다. 왜 사람들은 깨끗하고 보송보송한 인형을 선물하고 긁힌 자국 조차 없는 최신형 태블릿을 서로 선물하는지 주인공 타이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선물을 잔뜩 망쳐놓고 깨닫는다. 인간들은 낡고 더럽고 엉망으로 망가진 것이 아니라 깨끗하고 단정하고 반짝이는 새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이 자부심을 가졌던 시간나라 일에 회의감을 갖게 된다. 인간이 싫어하는 행동을 우리들은 하고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때문에 타이포는 세상의 모든 것이 낡아야만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 왜 새 것으로 남아있지 않고 항상 헌 것이 되어야 하는가. 물건이 낡지 않으려면 단 한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시간을 멈추는 것이었다. 멈춘 시간 속에서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은 타이포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낡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물건을 소중히 여겨라. 정리하라."와 같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아이들. 새 물건만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내가 새로 산 물건들이 내가 보지 못하는 사이에 시간 요정들 때문에 낡아가는 상상을 해 본다면 이 책의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새 물건보단 내 소중한 추억이 얽혀있는 물건들이 더 값지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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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담푸스 세계 명작 동화 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키아라 피카렐리 그림, 김하은 옮김 / 담푸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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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자마자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가난한 사람들이라니. 동트기 전 짙은 어둠 한 가운데에 나란히 손 붙잡고 걷는 가족의 모습을 보며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 하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연다. 책을 여자마자 보이는 잔뜩 긴장한 가족사진. 이 가족에겐 어떤 사연이 있을까. 이 가족이 가난한 사람들이란 이야기일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날마다 쉬지 않고 일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먹을 것도 없다.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 세차게 몰아치는 폭풍우.
날마다 쉬지않고 일해도 나아지지 않고 탈출구가 없는 것 같은 삶. 이것이 잔나의 삶이다.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을 다잡을 수 없어 헤매이다 문득 자신보다 더 힘든 처지의 이웃을 떠올린다.
본능적으로 이웃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잔나.
이웃집 여자의 죽음을 발견하고 서로를 의지한 채 어둠 속에 웅크린 아이들을 발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선의로 한 행동이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라보며 잘한 것인지 자신의 행동을 고민하는 그녀를 보며
나 역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에 대한 조건을 고민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꼭 넉넉해야 가능 한 것인가.
돕는 다는 것이 물질적인 것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인가. 와 같은 질문들 말이다.
하지만 당연히 도와야 한다는 남편의 굳은 한 마디에
이웃집 아이들은 잔나 가족의 새 가족 구성원이 된다.


책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어둡고 빛을 적절히 활용한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마치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우리 모두는 살아야 합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등장한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빛은 우리 가슴을 울린다. 형편이 넉넉하든지 그렇지 않든지간에 서로 도우려는 그 마음만 있으면 이렇게 서로를 살릴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연대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 점점 개인주의로 치닫는 현실에 이 책의 메시지는 참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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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지구 푸른숲 어린이 백과 1
엠마뉴엘 케시르-르프티 지음, 베네데타 죠프레 외 그림, 김현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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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지구의 여러 현상에 관심이 많아 집에 지구에 관한 책들이 다소 있다. 하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집에 있는 책들은 6살 아이의 눈높이에 맞다기보단 학령기 아이들이 접하면 좋은 책들이 많아 아쉬웠던 찰나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먼저 책 표지에 있는 다양한 모습의 아이들에 아이는 시선을 집중하였다. "엄마~ 이 사람 좀 봐~, 얘는 여자야 남자야?"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을 계속하며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함께 보았다.
그런데 첫장부터 뭔가가 조금 낯설다. 이 책에는 지구의 모습과 세계 전도의 모습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 낯선 느낌의 원천은 바로 지도의 방향에 있었다. 우리가 보통 보는 지도는 대한민국이 가운데 있어 태평양이 가운데 훤~하게 보이는 지도인데 이 책에 등장하는 지도는 아프리카가 가운데에 있다. 아이는 자신이 아는 대로라면 대한민국은 가운데에 있어야 하는데 엉뚱한 곳을 손으로 짚으며 이 곳이 대한민국이냐고 묻는다. 당황하였지만 대한민국은 여기라고 다시 알려주었다. 번역본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
이 책엔 참 많은 사진과 그림들이 있어 각 자연 현상에 관한 지식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글씨를 다 읽지 않아도, 사진과 그림만 보아도 지구의 다채로운 장면과 아름다움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 줄 수 있을 정도이다. 그정도로 다양한 삽화가 있어 참 마음에 든다. 내 아이는 특히 자연이 빚어낸 걸작 챕터의 아름다운 지형 모습을 보고 지구에 이런 곳도 있다니! 감탄하였다. 아이가 평소 궁금해 했던 천연 자원에 대한 내용도 있었고, 마지막엔 우리 사는 생활을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 모습을 담았는데 그 장면도 참 인상깊었다.
여러모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생생한" 과학책을 만난 것 같아 참 기분이 좋다. 다른 푸른숲 시리즈는 어떨지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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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드라마 - 무의식에서 나를 흔드는 숨겨진 이야기
앨리스 밀러 지음, 노선정 옮김 / 양철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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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지만 이 책을 다 읽는데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이 책은 내 과거의 상처를 끊임없이 직면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이 책을 다시 펼치기가 두렵기까지 하다.


난 어렸을때부터 줄곧 우울한 감정을 달고 살았다. 대학와서 부모와 처음 떨어졌을 때 짜릿한 해방감을 느끼고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놀았을 때 외엔 줄곧 우울감은 날 따라다녔다. 초등학생 때, 사춘기때, 취업을 하며, 결혼 후 아이를 낳고, 그리고 현재까지 말이다. 줄곧 나란 누구인가를 항상 고민하며 살았기에 난 우울감이 많은 아이구나 라는 것을 인정하며 살았고 이 우울감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는 내게 가장 큰 과제였다. 때문에 상담을 실제로 받은 적도 있고 상담을 공부한 적도 있으며 자존감에 대한 책도 꽤 읽어왔다. 그리고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이 책은 내 우울감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계속해서 찾아보도록 날 자극하였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간 심리상담사로 일하며 얻은 깨달음과 연구들을 정리해 놓은 것이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도 많이 서술되어 있는데 내 어렸을 적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되어 읽기가 참 힘들었다. 나는 어렸을 적 부모와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마냥 지속적으로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 진정한 나 자신과 겉으로 드러난 내 자신 사이의 괴리에서 나는 어둠속으로 어둠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타인들의 욕구가 보내는 무의식적인 요구와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는 특별한 감각 체계를 발달시키게 되었고(p.20)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하며 대리만족을 하며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나와 같은 사람들은 내면을 반성하는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공감하는 성향을 가졌는데 이는 어린 시절에 가졌어야 마땅한 감정들을 부정하며 감정을 지나치게 자제하거나 왜곡하려는 성향, 또는 훌륭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p.17)


훌륭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 아래 나 스스로를 줄곧 채찍질하며 살아왔는데 이 책의 38쪽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스스로가 느끼는 만큼 그렇게까지 늘 잘못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우리가 흔히 믿는 식으로 잘못을 한 건 아닌지도 모른다." 참 위안을 받고 눈물을 흘린 구절이었다. 굳윌헌팅의 "It's not your fault."구절이 자동적으로 연상이되며 무엇때문에 나 스스로를 이렇게 매몰차게 대했는지 되돌아보게 하였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내세우며 끊임없이 과거의 나를 마주보게 하고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위안을 주며 자신의 진실을 바로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가 더이상 과거의 두려움에 매몰되지 않고 감정의 체험을 통해 의식을 달리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책 한권으로 나를 완벽하게 분석하고 이제부터 과거에 함몰된 삶을 살지 않으리라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나와 주변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은 분명하다.

 

끝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이 책에서 인상깊게 읽은 구절 몇가지를 소개하며 마친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자식은 그야말로 언제나 부모 곁에 있어주는 존재다. 아이는 부모를 버리고 도망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한편 부모는 아이를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자라도록 키울 수 있다. 아이에게 존경을 받을 수도 있고, 자신의 감정을 억지로 받아들이게 할 수도 있으며, 아이들의 사랑과 존경 속에서 자신의 긍정적인 면을 투영해 볼 수 있다. ... 아이들의 눈은 부모의 모든 발자국을 언제 어디서든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p.25)

 

어린아이가 자기만의 참된 감정을 경험하고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순간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고착화되며, 자신의 욕구와 다른 사람의 욕구를 구분하는 경계를 설정할 수 없게 된다.(p.29)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는 맨 처음부터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워요. 방치되고 학대받고 착취당한 아이는 그걸 영영 배울 수가 없지요. 하지만 난 알고 싶어요. 그리고 난 미하엘에게서 사랑을 배워요. 천천히, 날마다 조금씩 새롭게, 부모님의 잘못된 가르침에 반하는 방향으로 발을 내딛고 있어요. 언젠가는 나도 사랑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거라 믿으면서요.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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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마법 - 숲속 동물들의 겨울잠 이야기 옹달샘 생태과학동화
숀 테일러.알렉스 모스 지음, 신이 치우 그림, 이충호 옮김 / 다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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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가을에 그렇게 많이 있던 각종 동물들은 도대체 겨울이 되면 어디로 가는 걸까? 나 역시 어렸을때부터 줄곧 가져왔던 고민이었다. 땅, 물, 나무 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그 생물들이 어디로 가서 정말 잠을 자는건지..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잠을 잘 수는 있는건지.. 너무나 궁금했었다. 이 책에선 그런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거나 알을 돌보는 곤충들, 물 밑 땅 속에서 겨울 잠을 자는 개구리, 차가운 얼음 밑에서 느릿 느릿 살아가는 물고기들, 동굴 속에서 잠을 자는 곰 같은 동물들의 모습을 예쁜 그림과 함께 알아볼 수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화려한 색감과(배경이 겨울인데도 이렇게 화사한 색감이 나와서 놀랐다.) 각종 동물에 대한 설명들을 보며 참 고민을 많이 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과학 전집에 익숙해져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그림책은 언제나 환영이다.
  이제 동물들이 겨울을 보내려 하나 둘씩 겨울잠에 들어갈 시기이다. 이 책을 보며 아이들과 숲속 동물들은 어떤 아늑한 마법에 걸려 어디에 있을까. 한 번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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