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제17호 - Summer, 2010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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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간 친구가 처음 한국으로 돌아와서 하는 얘기가 자라온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토론하는 중에도 서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아서, 영어가 부족해서 공부하기 힘든 것 보다 살아온 문화가 달라서 토론하기 힘든 부분이 더 많다고 했었다. 그 얘기를 들으며 그럴수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내가 여행할때는 언어가 서로 통하지 않아도 눈빛과 몸짓으로 의사소통은 되기 때문에 별로 크게 문제삼지 않고 여행이 가능했었다.

 

내가 여태껏 접했던 문학이나 영화들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것들이었나보다.

내가 살고 있는 아시아라는 넓은 대륙의 그 많은 나라들의 문학과 영화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류 열풍을 타고, 우리 문화를 세계로 알리는데 급급해서 다른 나라의 문화는 무시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된다.

 

이번 아시아 여름호는 팔레스타인 문학을 다루었다. 내가 가보지 못 한 곳. 그 어떤 것으로도 접하지 못하고, 뉴스에서만 간간히 봐 오던 그 곳에서 전쟁만 있는 것이 아니고, 예술가들의 혼은 뜨겁게 살아있다는 것도 느껴진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우리 시인이 노래했듯이, 문학은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처음 소개받은 그들의 문학은 그들의 암울한 이스라엘과의 대치상황때문에 흥겹거나 열정적이거나 밝은 모습보다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조국에 대한 열망과 사랑과 희생되어가는 동포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회색빛이다.

때문에 읽는 나는 여러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시리즈로 읽은듯 하다.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내가 뭔가를 할수 있지는 않지만, 그들의 문학을 읽음으로써 그들을 이해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이라도 그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나는 이 책을 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알려줄 것이다.

 

하루빨리 팔레스타인의 평화가 찾아오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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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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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중 하나가, 지나가던 객이 '이리오너라~' 하고 외쳐서 그 집 주인장에게 '하룻밤 묵어가게 해주세요'라고 하면 그 집 주인은 큰 문제가 없으면 재워주고 먹여주던 시절이 있었다.

 

 

 

점차 각박한 세상이 되더니, 길가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길을 물으셔도 아는체 하지말라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많은 납치 범죄 중 대부분이 아는 사람이 저지른다는 것을 생각해볼때, 주변사람을 더 조심해야하는 세상이 된 것만은 사실인거같다.

 

 

 

어린 시절 엄마를 잃고 예쁜 집에서 단란한 가정을 꿈꾸며 살아온 안토니아, 안토니아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애인이었던 루이스, 안토니아를 사랑하지만 알콜 중독과 의처증으로 제대로 된 가정생활을 못 하는 그리프, 폭력을 쓰는 아버지의 모습에 말을 잃은 소녀 칼리, 칼리를 항상 잘 돌봐주는 오빠 벤, 칼리의 무언의 행동도 모두 이해해주는 하나뿐인 친구 페트라, 페트라의 아버지 마틴.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 상처입지 않은 캐릭터는 없다.

 

안토니아는 엄마의 죽음과 남편의 폭력으로 상처받았고, 그리프는 안토니아의 옛애인 루이스 부보안관의 존재만으로도 상처를 받고 있으며, 그런 그리프의 폭력으로 칼리는 선택적함묵증이라는 큰 상처에 힘겨워한다. 그 모습을 보는 칼리의 오빠 밴과 엄마 안토니아는 또한 상처를 받게된다.

 

루이스 부보안관은 사랑했던 안토니아의 곁을 맴돌며 자신의 사랑에 자신이 상처받고 있다.

 

 

 

어느 새벽, 어린 소녀 칼리와 페트라의 실종으로 두 집안은 혼란에 빠지고, 그 혼란을 안토니오, 마틴, 루이스, 칼리 등 각각의 인물 입장에서 풀어나가면서 이야기는 진행되어진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전의 사건까지 거슬러 풀어가게 되어 우리는 알게된다.

 

 

 

아는 사람이라고 따라가면 안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내게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가정폭력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되는 문제이다.

 

 

 

요즘의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아동성폭력문제와 납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모습 등이 한꺼번에 기술되어지면서, 책을 읽는 내내 무척 가슴이 아팠다.

 

칼리의 아픔과 두려움, 벤의 두려움, 안토니아의 모든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문제를 무시해버리는 방관 등이 그저 내가 겪고 있는듯 느껴져 가슴이 무척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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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난 우아한 게 좋아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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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녀온 신혼부부 집들이는 사촌여동생 집들이였다.

둘 다 서른이 넘어서 만났으면서도, 불타는 연애를 했으며 결혼생활도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불타는 중이다.

그 모습을 본, 사촌남동생이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난 천천히 결혼할거야. 누나랑 매형보니까 늦어도 멀쩡한 짝들 다 만나더라구."

나는 실소하였고, 꿀밤을 주며 어서 짝 찾아 결혼하라고 구박을 했다.

 

아주 평범한 사람이기에 나는 아주 평범한 생각들만 한다.

아이가 크는 과정에 겪어야 할 발달과업처럼 결혼이라는 과업도 그렇게 20대에서 30대 초반에 해야한다고.

 

그런데, <돈없어도 난 우아한게 좋아>에서 주인공들은 마흔하고도 둘이라는 나이에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목하 열애중이다.

남자의 떠나지 못 하는 병이나 여자의 약간은 어린 행동도 그들 사이에선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게다가 여자는 집에서는 치우지도 않으면서, 남자의 집에서는 그렇게 잘 정리하고 꾸밀수가 없다.

아마도 사랑은 숨겨진 아름다운 내면의 세계를 끌어내주기 때문 아닐까 싶다.

꽃집까지 하는 그녀가 얼마나 미에대한 열정이 가득할텐데 여태껏 그것을 모르고 산 것일 뿐이리라.

 

사키에와 지우의 사랑은 주변에 의해 흔들리지도 않고, 주변에 의해 감해지지도 않는 뭔가 굳건한 느낌의 '믿음'같은 사랑이다.

사키에의 아들과 전 부인과의 이야기, 지우의 엄마와 아빠와 오빠 가족과 조카의 이야기 모두 담담하게 그려지는 가운데 모두 그둘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오랜만에 읽은 잔잔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사랑이야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단숨에 읽어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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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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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제목만큼이나 내용은 단순하지 않다.

1987년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의 표지.

분위기는 특별히 어둡지 않다. 아마도 '나'의 어머니와 이모들이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공장이라는 공간에서 항상 웃으면서 즐겁게 지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그녀들의 자녀들인 '우리'도 밝기만 하다.

 

내 기억 속의 오대양사건은 그당시 나온지 얼마 안되는 칼라 TV의 화면만큼이나 칙칙하기만 하다.

뉴스에서 연일 떠들어대던 그 무시무시하던 대규모 자살사건은 내게는 1999년 종말론부터 시작해 곧 세상이 뒤집어질듯한 어수선한 느낌의 사건이었다.

 

그런 내 선입견때문인지, 밝게 표현된 극중 인물들의 성격과 자잘한 사건들의 진행이 내게는 흐린 칼라TV 화면같기만 하다.

 

“어머니”라 불리는 여성에 의해 일궈지고 꾸며지는 신신 상회. 사업이라고만 생각되는 그녀의 사업은 사업이라기 보다는 커다란 가정이다. 단, 아버지가 안 계신 가정.

남자는 많지만, 모계사회라고 일컬어질 수 있는 그런 속에서 여왕벌같은 존재인 어머니와 그 아래 엄마와 이모, 삼촌, 그리고 어린 우리들.

커다란 가정으로 그들은 그들만의 규칙으로 살아간다. 초등학교 졸업하면 서울로, 서울 공장이 바쁠땐 그들의 손도 일손이 되고 거의 모든 일이 '어머니'에 의해 이뤄지는 조직.

 

그런 조직이 쓰레기 시멘트 파동과 무리한 성장으로 인해 신신 상회는 망하게 되고, 그 곳에서 대규모 자살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밖에서 보는 이들은 그저 광신도집단의 자살로 보겠지만, 그 속에서 나고 자란 '나'와 '우리'는 그렇지 않다.

 

정인 언니와 닮은 최영주기자,  연예인을 보며(사실 안 보이니 듣고) '우리' 아이의 아버지를 결정하게 되는 '우리'.

그 시대 상황을 이해한다면 이 소설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인간의 욕심과 욕망의 또다른 면이 보이는 소설이기도 하다.

 

마지막에 당신에게 A는 무엇일까, 나중에 나중에 듣고 싶다, 라는 문구에서 나의 'A'를 다시금 뒤돌아보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작가와 대화를 해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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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
아케노 데루하 지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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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표지에, 게다가 내지까지 검은색 테두리 ...

추리소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키크고 날씬한 외모에 얼굴도 예쁜 그녀가 일도 잘한다. 남자도 옆에 원하는 만큼 있으며, 그들과 사랑에 빠지지도 않고 쿨하게 지내는 멋진 관계다.

가진 것이 많아서 더이상 가질 것이 없어보인다. 독자인 내가 봐도 질투가 날 정도이다. 어디서 이런 여자가 나타나 내 주변에 있다면, 정말이지 친해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키작고 외모도 볼품없고 성격도 소심한데다가 어눌하며 답답한 그녀.

직장 내에서 사귀던 남자에게서도 버림받고, 주변 사람들의 이목에 힘겨워 회사를 뛰쳐나와 실업자 신세다.

왜 그러고 사니... 하는 탄식이 절로 나는 여자로 과거와 실패감에 얽매여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망치고 있다.

 

아소 도코와 히사에는 그렇게 중반 이후까지 극명하게 비교되는 캐릭터이다.

 

단 한가지, 아소 도코의 사업은 겉으로 보기에는 헤드헌팅이지만 실제로는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직장내의 구조조정을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의 이직을 스카우트처럼 꾸며 대행해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종의 뒷거래이다.

 

필요한 상황에 필요한 인력을 대준다는 핑계로 그녀는 많은 사람의 가정과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며, 그 속에서 죄책감은 전혀 느끼지 못 하는 냉혈녀.

 

그런 그녀에게 결코 다시 찾아올지 몰랐던 '사랑'이 찾아오고, 그로 인해 아소 도코와 히사에의 관계가 어그러지고 그녀들의 비밀이 우리에게 비로소 까발려진다.

 

제37회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 수상, 제 7회 마쓰모토 세이초 상 수상에 빛나는 아케노 데루하의 스릴러답게 이야기는 '이름'에 따른 '인생'을 교묘히 그려냈다.

 

스토커같은 사랑 아니 집착과 좋은 것을 누리려는 과대된 욕심이 불러오는 '이름을 빌린 인생사'의 그 끝이 씁쓸하기만 하다.

아소 도코와 히사에의 관계의 결말만이 확실한 마무리에서 스릴러의 끝은 그렇게 내가 만족할 만한 권선징악은 아니지만 스릴러 장르에 알맞은 영화스러운 결말이다.

 

이 여름의 마무리는 검정색으로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이 책과 함께 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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