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진의 평상시
문영진 지음 / 서영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정사각형의 양장본 시집은 내 책장에 처음 꽂힌것 같다. 노란색 표지와 함께 아주 도톰하니 시집같지 않게 발랄하면서 무게가 있어 보인다.

어중띤 세대로 교복을 입은 경험이 없는 나의 고등학교 시절, 문학 선생님께서는 옷에 영어가 써 있는 것을 보시면 아주 작은 영어글씨 브랜드여도, 며칠이건 쫓아다니시면서 반성문을 받고는 하셨다. 사복을 입고 다닌 우리는 노래도 팝송만 들었는데, 영어가 안 쓰인 옷(주로 티셔츠)을 입는다는건 유행에 뒤쳐진 옷을 입는다는 뜻과 비슷했다. 하지만, 3년이란 시간을 그렇게 영어 쓰인 옷을 피해서 입었던 탓인지 지금도 나와 내 친구들은 옷에 영어가 쓰인 옷을 보면 일단 거부감이 들고는 한다는 것에 의견을 일치한다.
문학 선생님께서 만약 이 시집을 읽으시면 어떻게 말씀하실까 생각이 들었다. 말장난이라고 비웃으실런지, 아니면 우리 말의 유머와 위트를 이렇게 잘 살린 책이 있냐고 웃으실지...

나는 너무도 재미있게 이 시집을 읽었다. 택배로 받자마자 읽기 시작해 한시간여만에 독파해버렸으니 얼마나 집중해서 읽었는지 알 수 있다. SNS에 10만이 넘는 팔로우를 가진 작가여서인지 아주 트렌드하게도 이 세상의 우리 감정을 가려운 곳 긁어주듯이 시원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일단, 차례를 보자.  
'쓴 사랑엔 달달한 詩럽
감성파詩고 힐링하詩오
야 인마 이 詩 봐라
반전 詩로 詩로
회사 욕은 상사 부재詩
詩 부모
설마 아닐거야 19 詩'
차례만 봐도 얼마나 이 시들이 간단한 말로 우리의 일상을 담아냈는지 알수가 있다.
몇개만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향수를 뿌린 건 난데
향기가 나는 건 너네

이별 후에
이별 후회

창문을 닫고 있어서 몰랐다
비가 오는 줄
방문을 닫고 있어서 몰랐다
봄이 오는 줄
마음의 문을 닫고 있어서 몰랐다
니가 내게 오는 줄

바쁘게 살지 말아요
예쁘게 살아요
멋지게 살아요
당신은 그게 어울려요

비록 S대도 아니고
비록 S라인도 아니지만
나름 애쓴 인생이라고

좀 살만해 지니까
좀 살이 많아졌다

읽으면서 웃으면서 무릎을 치면서 그렇게 읽게 된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시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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