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내일이 올거야
이시다 이라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찍 결혼해 친구같은 대학생 딸을 둘이나 둔 선배언니 왈

 "난 내 딸들을 중저가로 키우려고 했고, 비싼 학원대신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수업과 인터넷 강의로 공부하라고 했는데, 애들한테도 항상 1등이 되어서 무엇인가를 이루려기보다는 이 사회에 적응해서 즐겁게 살아가라고 그렇게 말해왔는데, 대학을 졸업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큰 딸을 보면 내가 기성세대로서 너무 한 일이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말은 미혼으로 책임질 자식이 없는 나에게도 참으로 안타깝게 다가오는 말이었다. 주변의 지인들의 아이들이 커서 이제는 나와같은 기성세대들이 그들을 위해 슬슬 물러나야할 시기가 다가오지만, 사실 내가 물러나고 싶어서가 아닌 사회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는 이 불황시기에 그들에게까지 여유롭게 물려줄 자리가 없어서 젊은 피들이 그대로 자신들의 능력을 써보지도 못하고 묵혀야만 한다는 것은 답답하고도 절망적인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고 가까운 일본도 20년 넘게 불황이 계속되면서 그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문제들이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같은 아픔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지가 생긴 느낌이랄까...


이 소설은 야마가타 현 쓰루오카 시의 전자제품 부품 공장에서 파견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던 청년 네사람이 계약해지를 통고받으면서 시작된다. 해고이면서 해고가 아닌듯 '계약해지'라는 말로 하루 아침에 할 일을 잃은 네 청년들은 도쿄까지의 600킬로미터를 걷기로 결심한다. 사실, 처음엔 한 사람이 걷겠다고 하자 나머지 세 청년은 하루만 걸어보고 기차를 타던지 하며 시작했던 일이다.

무서울게 없는 20대의 나이에, 쇠도 씹어먹는다는 강철 체력을 가진 네 청년은 그렇게 '내일의 행진'을 시작하게 되고 그들의 여정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신야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도보 여행이 취미인 슈고, 잔류고아 3세인 린호센, 까칠한 블로그 운영자 신야, 평범한 청년 요스케 이렇게 네 청년은 직장생활 중 서로 친하진 않았지만, 아는 사이였고 함께 도쿄까지의 긴 거리를 걸어가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나가게 된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사이였던 그들 각각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고, 그들의 행진이 세상의 관심거리로, 정치적 사회적 이용거리로 관심을 받게 되면서 그들의 여행이 본질적 의미보다 가십거리와 돈벌이로 측정될때 그들은 다시금 자신들이 왜 걷기 시작했는가를 잊지 않고 목표지점까지 바꿔가며 자신들의 여행을 마친다.


제목처럼 그들의 해직으로 인생의 바닥을 쳤다 생각될때, 도보여행으로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또다른 기회의 문을 열었고, 그로 인해 각자 자신들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갈 수 있었다. 이 우울하고 암울한 경제 상황을 겪어내야 하는 이 땅의 젊은이들도 좀 더 용기를 갖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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