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외할머니께선 돌아가시기 전까지 쪽진 머리를 하고 계셨다. 거기에 손맛이 좋으셔서 우리가 가면 쉽게쉽게 해주시는 음식이 모두 맛있었는데, 그중 단연 된장찌개와 육개장이 맛이 일품이었다. 경상도 분이셔서 얼큰하게 끓여주시는 된장찌개와 땀을 흘리며 먹게되는 매운 육개장이 참으로 맛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무리 엄마와 이모 두 분, 외숙모들께 그 맛 좀 내보라고 해봐도 슬프게도 그 맛을 따라가는 분은 한분도 없다. 외할머니 음식맛을 기억하는 가족들은 친척분들까지 100여명이 되지만, 그 음식을 배운 딸들과 며느리들도 그 음식맛을 못 내는것을 보면 분명 손맛이라는 것이 있는 게 확실하다.


나는 수플레를 모른다. 이 책의 제목으로 처음 접한 수플레란 음식은 식으면 가운데가 꺼지므로 따뜻할때 빨리 먹어야 한단다. 공갈빵 같은 것인가...

아무튼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나이도 다르고, 하는 일과 성별도 다른 사람들이다. 그들의 사연을 살펴보면 정말 우리 옆집 사람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이다.

미국으로 이민와 아이 둘을 입양해 키운 릴리아는 아이들이 모두 독립해 나가고 남편위주의 생활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살았지만, 남편이 갑작스런 뇌졸증 쓰러짐으로 인해 스스로 변하기 시작한다. 열심히 키운 아이들은 더이상 양부모를 찾지 않고, 남편은 짜증내면서 그녀의 생활을 예전으로 바꾸려 하지만, 릴리아는 남편과 자신이 살기 위해 하숙을 시작하고 자신의 삶을 즐거운 삶으로 개척해나간다.

파리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마크는 어느날 갑작스런 부인의 죽음으로 폐인처럼 변해가게 된다. 아내가 쓰던 부엌에서 아내의 온기를 느끼려고 시작한 요리. 그는 그렇게 스스로 일어서고 있다. 

이스탄불에 살고 있는 페르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친정어머니가 쓰러지자 모시게 된다. 그녀의 어머니는 지독히도 이기적인데다 조금의 아픔도 참지 못하는 애기같은 면때문에 그녀의 삶은 갑자기 힘들어진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위해 해주던 음식을 기억하며 그녀는 엄마를 돌보기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든다.


이런 주인공들에게 힐링이 되는 수플레는 그들이 힘든 현실을 피해 다양한 재료를 구입하러 시끌벅적 장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이 쓰던 부엌 기구를 사용해 만드는,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을 구해줄 음식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그들에겐 너무도 흔한 음식일 수플레가 인생의 좌절앞에서 살아가는 힘을 주는 자양강장제 역할을 하는 음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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