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다 - 혼자여서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
신혜정 글.그림 / 마음의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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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 닿는대로'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시간 날때마다 걷기를 하는 나는 '발길 닿는대로' 걷다가 마음대로 쉰다. 그런데, '흐드러지다'라는 말이 '발길 닿는대로'와 딱 어울리는 말이라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미세먼지가 좀 심하긴 하지만 꽃망울이 화려하게 피기 시작하는 이 봄과도 딱 어울리는 말이다 싶고 뭔가 부족했던 것이 꽉 채워지는 느낌이다.


여행은 그 자체로만으로도 가슴 설레지만, 해외로 그것도 혼자서 하는 해외여행은 더욱 가슴 설레지 않을수가 없다. 패키지여행을 떠나서도 사진을 찍으며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담기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작가는 자신의 글솜씨와 그림솜씨를 여행하면서 아주 멋지게 보여주고 있었다.

독일, 터키, 라다크, 그리고 돌아와서 자신의 여행을 뒤돌아보며 생각한 편린들까지도 잘 모아모아 읊조리듯 이야기 하고 있다.


작가가 다닌 독일의 골목길과 카페에 내가 서있고 앉아있는 느낌이었고, 터키의 이슬람 사원에 내가 발 씻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라다크의 골목과 그 곳에서의 사람들을 내가 함께 만난 듯 한 느낌이 든다. 주소를 받아적듯이 적어서 그곳으로 여행하고 싶다.


여태껏 내가 알았던 독일은 그저 깔끔하고 너무도 이성적인 사람들만이 살아서 그리 따뜻한 느낌을 받지 못했었는데, 작가는 내게 독일에서 오래 지내다보면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얘기해준다. 그래서 독일에서 발길 닿는대로 머무르기도 하고 돌아다니다 흐드러지다.

터키라고 하면 그저 큰 풍선이나 타고 자연경관에 마음껏 취하다 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시아와 유럽의 사이에서 어떤 불안과 긴장감을 느끼며 또 어떤 사람들의 순수함과 순박함을 느낄 수 있는지까지 이야기 하며 뒷골목에서 내가 서있는 느낌으로 흐드러지다.

인도는 그저 다양한 문화를 볼 수 있지만 대신 지저분한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라다크에서 작가는 종교를 뛰어넘는 뭔가를 느낀듯 하다. 여행의 마지막에 어서 집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 여행객의 지침도 보이지만 그래서 더 이 여행이 흐드러질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시를 짓는 작가여서인지 참 예쁜 말과 예쁜 그림으로 책을 예쁘게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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