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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체
이규진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해 가을, 수원 화성 축제 시기에 맞춰서 트레킹을 다녀왔었다. 장안문을 시작으로 방화수류정, 동장대, 청룡문, 팔달문을 지나
영통시장을 거쳐 화성행궁까지 걸으면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던 기억이 난다. 제 2의 궁궐이 이정도인데, 서울에 남아있는 고궁들이 전쟁으로
유실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우리에게 전해져왔다면 지금 그 위세가 얼마나 멋지고 당당할지를 생각하니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움에 다시한번 고개가
숙여졌다. 그저 정약용이 거중기를 사용해 수원화성을 짓는데 걸리는 시간을 1/3로 줄였다는 역사책의 한줄은 직접 걸어보며 느끼는 화성과는
천지차였다.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움이 담긴 유물들을 보고 있자면 도대체 그 분들은 아무 것도 없던 그 옛날에 어떻게 지금의 백화점 한 코너를 장식해도
손색이 없을 것들을 만들어내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모르는 어떤 능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세종대왕이나 정조임금
시절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더더욱 그 궁금증이 커진다.
파체는 눈물을 거둬라는, 슬픔을 끝내고 기쁨을 얻으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평화도 의미한다기에 그저 PEACE의 발음을
그리한것이 아닐까 했는데 그도 아닌가 보다. 어릴적 읽은 순정만화 '아뉴스데이'에서는 로마에서 기독교를 탄압하는 모습이 그려졌었다. 그때
만화에 나온 기도문은 이런 내용이었다.
아뉴스 데이 Agnus Dei,
귀똘리스 페카타 문디 qui
tolis peccata mundi:
미세레레 노비스 ..miserere
nobis
도나 노비스 빠쳄 ..dona nobis
pac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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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천주교 박해와 정조임금의 인재등용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은
그래서인지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천주교인으로 차원일 대감집 노비로 살아가는 유겸과 그런 유겸을 바라보며 보호하는 정빈, 서자출신으로 관직에
나갈 것을 꿈꾸지만 신분때문에 망나니처럼 돌아다니는 태윤은 그 시절의 아픔을 그대로 보이는 인물들이다.
자신이 왕족인지도 모른채로 그저 귀한집의 자손으로 신부가
되기를 꿈꾸는 유겸. 여자의 몸으로 무신가문을 이어야 하는 책임감으로 성을 바꿔 살아야하는 정빈. 정조의 인재등용으로 화성의 설계를 맡아
진행하는 태윤은 아픔을 지닌채 서로 얽히고 얽힌 관계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른 세자와 정조의 죽음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 이야기는 조선시대 실제 있었을것만 같은 이야기다.
로맨스 소설처럼 달달하기도 하고, 역사소설처럼 힘있는 내용을
가지기도 해서 읽는 내내 수원화성이 그려지고 그 곳에 가면 그들이 뛰쳐 나올듯 느껴지는 그런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