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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녀문화사 - 聖과 性의 여신
사에키 준코 지음, 김화영 외 옮김 / 어문학사 / 2013년 10월
평점 :
한국의 기생, 중국의 창기, 그리고 일본의 유녀가 동양사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유녀란 말 그대로 유는 한자로 游, '데리고 노는 계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저자 사에키 준코는 유녀가 현대에 남아있는 단순한 '창녀'의 의미 뿐 아니라 성(性)과 성(聖)의 여신으로서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언젠가 국립국악원에서 일본 궁중음악과 우리 궁중음악을 비교해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우리 궁중음악이 웅장한 오케스트라 규모로 발단-전개-절정-결말을 그대로 표현해내며 섬세한 음악을 연주한 반면, 일본의 궁중음악은 악사들의 출현부터 우리가 보기엔 너무도 허접했던 기억이 난다. 궁중음악 연주를 한다는 악사들이 가야금 비슷한 악기를 두 사람이 양쪽에서 들고 연주하는 한 사람이 가운데 서서 들어오는가 하면, 우리처럼 다양한 악기가 아닌 네다섯개 정도의 악기가 다 였다. 그 음악 또한 시작이 언제인지,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짧고도 단순했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대로 일본의 유녀가 즐긴 춤과 노래에서 음악이나 연극, 문학과 같은 일본의 문화적 전통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해도 사실 별로 기대가 가지 않는 것은 궁중음악이 그정도였는데... 하는 실망감에서 이다. 물론, 일반 백성들이 즐긴 춤과 노래는 더 흥겹고 다양했을지 모르겠으나 오래전 고대시대에는 이 바로 성(聖)이었고 놀이였으며 종교였고 문화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는 관점에서 본다 하더라도 썩 그리 발전된 문화양상을 기대하긴 어려울듯 하다.
일본의 건국이야기에도 볼 수 있듯이 일본의 성(性)에 대한 개방적이고도 성(聖)스럽게 느끼는 데는 그당시 널리 행해진 집단 혼교로 공동체의 연대를 확인하는 문화 때문이기도 했을것이다. 고대에는 예쁜 여자들이 유녀가 되고, 그들이 예쁜 미모를 앞세워 신에게 제를 드리는 것으로, 또한 그들의 처녀성을 바치는 것을 신탁이라고 생각하고 행해졌으니 어쩌면 성(性)과 성(聖)은 일맥 상통한다고 여겼을지 모르겠으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어찌되었든, 저자는 또한 일본 문학에서 묘사되는 유녀의 모습을 호색, 애욕, 성스러움 등의 측면에서 각각 분류해서 말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유녀는 다양한 문화적 측면에서 활동했다고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그녀들의 인생에 대한 애환, 탄식, 서글픔을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문학에 묘사되어있는 것으로는 그저 옛이야기의 소재일 뿐으로 생각될 뿐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유녀는 종교적이고 성(聖)스러운 역할이 없어지고, 매춘과 매음이 부각되어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그저 노는 계집으로만 여겨지게 되었던 것이다.
기모노를 입은 유녀들의 흑백사진이 참으로 서글프게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