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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평점 :
가끔 박물관에 가보면 흑백사진으로 서울 사대문 안의 모습으로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흙길에, 나즈막한 난전들, 하얀색 한복을 입은 갓이나 도롱이를 쓴 사람들이 주로 보이는데 어느 하나 지금의 광화문이나 숭례문을 떠올리기에는 너무도 흐릿하다.
그렇게 몇십년 지난 사진도 흐릿할진대,,, 사백년을 넘게 살면서 그 모든 기억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면?
달디 단 인생만을 사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런데 지금 수명이 길어졌어도 백년을 채 못 사는 인생임에도 인생은 고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사백년을 살았다하면 5~6인의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게 과연 홍도 그녀에게 복된 삶이었을까?
한심한 왕으로 꼽히는 선조임금시절, 신분의 철폐를 이상으로 삼던 대동계의 수장격이던 정여립.
그에 대한 자료를 모아 영화로 만들려던 동현은 비행기 안에서 스크랩북을 펼쳐놓은채 화장실에 가게 된다. 그 스크랩북을 본 홍도는 모르는 힘에 끌려 그 자리에 앉아서 정여립의 자료를 읽게 되는데 그런 그녀를 향해 동현은 나무라기보다는 반하고 만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사백살이 넘었다는 홍도의 살아온 이야기는 동현을 놀라게 만들고, 정여립이 홍도 할머니의 남동생이었으며 홍도의 아버지가 리진길이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책의 반 이상은 홍도가 살아온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 후에 홍도가 사백살을 살면서 시대를 넘어가며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싶은가의 이야기는 그렇게 홍도의 이야기로 가슴아플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된다. 아무리 연습해도 내성이 생기지 않는게 이별일텐데, 그녀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떠나가는 모습을 봐야하고, 또다시 만난 사람들이 자신을 두고 떠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 수 밖에 없는 어쩌면 너무도 가혹한 형벌 아래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만난 그녀의 사랑 자치기와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선물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