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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평점 :
어느 한 장면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일이 정말 가능할까?
요즘 '신사의 품격' 드라마에서도 '20초'란 시간이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라고 한다. 사람의 한 동작을 보고 사랑에 빠져야 한다는 말인데 가능할까 싶다.
그런데, 이 소설의 첫장면에 공중전화로 애인과 통화하는 류의 어머니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한 류의 아버지가 그려진다.
핸드폰이 없던 불과 몇 년 전, 강남역 뉴욕제과 앞에서 십여대가 되는 공중전화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며 친구에게 전화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친구와 긴수다를 위해 동네 골목길의 공중전화에 백원짜리 동전을 잔뜩 들고 나가 넣어가며 이야기 하던 모습도 기억이 난다.
한 장면에 빠진 사랑과 그 애인을 걷어차고 그렇게도 열렬한 연애 끝에 부모님의 허락을 간신히 얻어 결혼에 골인하게 되지만 그들은 그다지 행복하지않다.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류는 열정을 믿지 않는다.
냉소적이고 자유로운 소설가인 요셉은 그리 사랑에 목매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유부녀 도경과도 자유롭게 사랑을 나눈다. 발칙하고도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도경과 시니컬한 남자 요셉의 사랑은 위태로와 보이면서도 따뜻해보인다.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이 실제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하는 모습 아닐까 한다.
고지식한 남자 이안은 스승인 요셉을 영화에 등장시켜 그의 과거를 폭로하며 복수 하고자 하지만, 요셉은 이안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은 없는채 이리저리 연락만 지속한다.
사랑했던 류를 이유도 모른채 보내버려야했던 요셉은 영화 작업을 하면 만날 수 있을거란 기대에 그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하고,,,
소설은 류, 요셉과 도경, 이안의 이야기가 엇갈려 시니컬하게 진행된다.
그 누가 특정하게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아니다 라고 단정할 수 없을만큼 모두의 사랑이야기가, 아니 인생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두들 어쩜 그리도 인생과 사랑의 굴곡 속에서 태연하게 인생들을 꾸려나가는지...
그래서 은희경작가는 책제목을 '태연한 인생'이라고 했나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