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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트릭 - ‘나’라는 환상, 혹은 속임수를 꿰뚫는 12가지 철학적 질문
줄리언 바지니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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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선 무척 보수적인 집안의 고명딸로 태어나셔서, 돌아가시는 날까지 동백기름을 바른 쪽머리와 한여름에도 매일 풀먹인 모시한복을 고집하시는 분이셨다. 그렇다고하면 다들 며느리가 힘드셨겠네 하시지만, 그 모든 자신에 대한 일은 항상 스스로 다림질과 풀먹임까지 하시는 다소 깐깐한 분이셨다.
그런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실 즈음에는 기억력이 많이 안 좋으셨는데, 희한하게도 몇십년전 이야기는 너무도 뚜렷하게 기억하시면서 이야기 해주시곤 했다. 20대였던 나는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에 항상 "할머니는 왜 좀전의 이야기는 잊으시고, 예전 이야기는 그렇게 기억을 잘 하시는거에요?" 하며 놀리곤 했는데 할머니 답변은 "늙으니까 머리가 쇠해서 그런가보다. 내 머리속에 예전 기억은 들어있으니 그건 그대로 나오는 거고" 하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머니께서 할머니의 모습을 조금씩 닮아가는 모습은 좀 마음이 아프지만 아마도 내 미래의 모습이 그러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또 조금은 이상한 마음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나는 왜 나인가?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자아의 핵심이 존재하는가?’를 묻는 다면 나는 바로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불변의 자아가 뭔가 있기에 '나'를 정의해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친구들은 '나'를 떠올리면서 어떤 특징을 떠올릴 것이다. 그것이 나의 불변의 자아가 아닐까?
하지만, 철학, 심리학, 신경과학, 종교, 사회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답해보라고 한다면 그 대답은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소 큰 일을 겪으면서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그 핵심적인 자아는 변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변하지 않는 핵심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로 아들도 알아보지 못 하는 제프는 분명히 변했다. 그런데 그를 사랑하는 아내는 그는 아플 뿐 자신이 사랑하던 제프의 핵심적인 자아가 변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루게릭병에 걸린 역사학자 토니는 기억력은 좋아졌다. 그렇다면 그의 핵심적인 자아는 변한 것일까?
자아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뇌와 육체, 그리고 심신활동의 묶음일 뿐이다. 복잡하고, 형태도 뚜렷하지 않고 존재여부도 확실치 않은 자아가 분명 있고, 그 자아로 인해 우리는 서로에게 사랑하고 아끼는 인격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