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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소년 ㅣ 비룡소 걸작선 19
팜 무뇨스 라이언 지음, 피터 시스 그림, 송은주 옮김 / 비룡소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양장의 검정표지에는 펼쳐진 책 8권이 기러기처럼 날아가는 모습이 양각되어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어린 시절을 다룬 동화 [별이 된 소년]은 원제는 ‘The Dreamer'라고 하여 꿈을 쫓는 아이를 그려낸 것이라는 기대가 든다.
이 책은 희망의 색이라 하여 초록색 잉크로 글쓰기를 즐겼던 파블로 네루다의 감성을 담기 위해 본문이 초록색으로 인쇄되었다고 한다. 글씨도 제법 크고 책도 두꺼워 독자로서 나의 상상력과 기대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부록에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가 수록되어 있어 책을 읽고 난 후 그의 시를 읽으며 좀 더 그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팜 무뇨스 라이언은 네루다의 에세이 [어린 시절과 시]에 실린, 담장에 뚫린 구멍으로 솔방울과 양을 주고받았던 어린 시절 일화를 읽고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아버지와의 불화 속에서도 꿈을 놓지 않는 어린 시인의 성장 모습을 이 동화를 통해 표현해 냈다. 더구나 각 장 앞의 세장의 피터 시스의 점묘화는 그 상상의 세계를 더욱 극대화 시킨다.
칠레의 한 마을, 네프탈리 레예스는 몸이 허약해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철도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 노래와 글에 소질 있는 아들들의 능력이나 꿈은 상관없이 의사를 시키려고 한다. 집 담장 구멍으로 알 수 없는 누군가와 선물을 주고받았던 비현실적인 경험,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주운 돌만 쥐어서 떠나보낸 첫사랑, 여름 휴가지에서 만난 사랑하는 백조의 죽음 등 네프탈리의 일화들은 자연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치유를 받는지를 보여준다.
아버지의 등 뒤에서 자신을 사랑해 주고 다독여 준 새어머니 마마드레, 아버지에게 똑같이 상처받으며 견뎌낸 형 로돌포와 여동생 로리타 등 어린 시절 네프탈리와 늘 함께한 식구들의 모습에서 그의 시의 원천이 된 사랑의 씨앗들을 발견할 수 있다. 네프탈리는 신문사 [라 마냐나]의 발행인이었던 삼촌을 통해 칠레에 거주하는 인디언 마푸체족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회 정의에 대한 의식에 눈 뜨게 된다. 반대 세력에 부딪혀 신문사가 불타기도 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 나가는 삼촌을 보면서 그는 아버지에게서보다도 훨씬 더 큰 영향을 삼촌에게서 받게 된다.
그는 시인 아들을 갖게 된 굴욕으로부터 아버지를 구해 주기 위해서 네프탈리 레예스는 파블로 네루다가 되기로 한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독립하게 된 네프탈리는 그 이후로 더욱 네루다로서 명성을 얻는데, 그의 글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칼보다 더 강한 것이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