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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사랑 이야기
마르탱 파주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20대때에는 특이한 분위기의 프랑스 소설과 프랑스 영화(우리 세대는 '불란서영화'라고 불렀었다)를 기피했었다.
그들의 영화와 소설은 항상 마무리도 뭔가 익숙하게 개운하지 않은 그 무엇이 있어서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내가 접했던 인생의 경험만큼이나 다양한 문화와 경험들을 내가 인정하기 시작한 것일까?
불란서 소설과 불란서 영화가 내게 마음 깊숙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표지의 그림에는 주인공 비르질의 모습이 너무도 잘 나타나 있다.
이마에서 빛나는 플래쉬와 도시 생활을 너무도 즐기는 그의 모습이 에펠탑을 껴안고 입을 모으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파리를 내려다 보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잘 나타나 있는 것이다.
약간은 코믹해보이는 표지와 달리 소설은 처음부터 나의 상식을 후려친다.
알지도 못 하는 여자에게서 이별통고라니, 그것도 만나서 정중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핸드폰 문자로 보내는 것도 아닌, 자동응답기에 한마디로 냉정하게 남긴 이별통고는 비르질을 '클라라'라는 미지의 인물에게로 촉을 세우게 한다.
그리고서는 모르는 인물에게서 당한 이별통고가 자신의 문제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뇌 건강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으면서 또 그 검사의 결과를 지레 짐작하고는 자신의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전기와 물을 끊고, 멀쩡히 살던 집(자신이 너무도 사랑한 집)의 임대계약을 마무리하고, 회사의 승진과 연봉상승 제의를 노조를 들먹이며 거부하는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시작한다.
클라라 라는 존재를 향한 그의 확인 작업은 그야말로 코믹하고도 애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의 그런 일련의 인생에서의 모험과정은 소심하고 소극적인 그의 인생에 대한 자세를 좀 더 객관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대범하게 인생의 문제를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바꾸어 놓게 된다.
너무도 재미있는 한편의 짧은 드라마를 본 듯 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