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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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등학생 조카가 대학내의 박물관에서 하는 강좌를 들으러 가서는 학생식당에서 돈을 내고 밥을 먹고 있는 대학생들을 보고는 엄마에게 물었단다.

"왜 저 언니 오빠들은 돈을 내고 밥을 먹어? 급식비를 안 내서 그런건가?"

그 아이의 눈높이에선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급식비로 자신은 매일 학교에서 따뜻한 밥을 그냥 먹기만 하면 되는데, 자기나 대학생들이나 학생이긴 마찬가지인데 왜 그들은 돈을 내고 밥을 먹느냐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무료급식으로 이 아이들이 편하게 밥을 먹고 있으니 이 얼마나 복지국가 대한민국인 것인가.

 

얘기가 잠시 삼천포로 흘렀다.

종교라고는 그저 서울 한복판의 궁궐 안에 있는 임금이 곧 종교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조선의 백성들에게 있어, 천주교라는 새로운 가르침은 말 그대로로 새로운 가르침이자 어둠 속의 한줄기 빛과도 같은 가르침이었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조직을 만들고, 서로 도우며, 행여 자신으로 인해 다른 천주교인 들이 해를 입을까 서로 작은 위험에도 연락을 끊고 잠적해 암암리에 연결되던 것은 그토록 믿어왔던 종교인 '왕'이라는 존재에 대한 불신과 실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흑산도의 어두운 흑자를 '자'자로 바꾸어 자산이라고 일컬은 정약전의 이야기는 자신의 어두운 처지를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풀어내려는 그의 마지막 노력이 아니었을까? 그저 [자산어보]를 남긴 정약전의 이야기인가 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흑산도로 유배간 정약전과 그 형제들의 이야기 였다. 맏형 정약현과 그의 뛰어난 사위 황사영, 정약전, 천주교의 힘에 가장 깊게 빨려든 정약종,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약용.

네 형제 각각의 이야기보다는 큰 얼개로 이어진 그들 형제와 천주교인들, 그리고 궁에서부터의 천주교 박해에 대한 약간의 배경과 박해 정도를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실존 인물들이지만 이 소설에 쓰여진 그들의 모든 것이 진실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역사 방면이 약한 나로서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백서사건과 여러해에 걸친 천주교 박해의 모습이 크게 그려졌다.

또한, 정약전 형제들과 사위 황사영의 관계와 마노리라는 마부, 흑산도의 어부, 상인, 관원, 노비 등의 모습이 천주교라는 하나의 종교로 이어지고 그 종교 안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아름답고 행복한 천주의 땅을 꿈꾸던 이들의 희망이 손에 잡힐듯 와닿아 가슴 한켠이 아렸다.

 

종교의 자유가 마음껏 주어진 지금의 현실을 그당시 우리 조상님들께서 아셨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피와 아픔을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저 안타깝게 그려진 태형의 모습과 망나니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교인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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