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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잃은 날부터
최인석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이야기는 정작 '그대를 잃은 날부터'가 아닌 '그대를 만난 날부터' 시작된다.
카페에서 선배를 기다리던 준성은 그 앞에 갑작스럽게 다가와 "나를 좀 데려다줘요."라며 흐느적거리는 서진을 만난다.
그들의 만남이 그렇게 우습게 시작되었지만, 그 사소한 만남은 사랑으로 변하고 그들의 사랑은 이 자본주의 사회 대한민국에서 이데올로기를 표방하듯 극과극의 모습을 보인다.
준성은 해커 활동으로 최종목적은 세계를 폐허로 몰아넣을 핵전쟁이 일어나더라도 핵폭발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핵폭탄이 터지는 대신 아름다운 음악이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도 아름다운 해커활동의 선두주자라고나 할까...
그에 반해 서진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뛰어난 외모로 남들보다 못 한 삶을 사는 것을 결코 견디지 못 하며, 한방에 인생을 성공하고자 홈쇼핑 속옷 모델활동을 전전하며 감독들의 부름에 뛰어가는 힘없는 모델에 불과하다.
세계 인류 평화를 목표로 사는 준성에게는 사치의 극치를 보이면서 자신의 분수에 맞지않게 돈을 써대고 빌려대는 서진을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그 둘 사이에 동거가 시작되고, 사랑이 시작된다.
준성의 서진에 대한 사랑은 이해보다는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라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표본이다.
서진이 돈을 빌리면 통장을 헐어 갚아주고, 사채를 끌어다 쓰면 집을 담보로하고 대출을 빌려 해결해주고, 그녀가 아무리 큰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덮어주고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녀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감독을 소개시켜주고, 그녀의 꿈을 도와주면서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준성.
아마 영화로 만든다면, 이 시대 남자들의 공공의 적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본의든 아니든 서진은 수감생활을 하게 되고,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은 그렇게 끝날까 싶었는데 아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얼마나 헌신 봉사할 수 있는가를 제대로 보여준 책이다.
읽는 내내 여자로서, 건전한 가치관을 가진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서진에게 내내 짜증났지만, 준성의 서진을 위한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서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사고를 치는 그녀에겐 너무도 과분한 그. 사랑은 당사자만이 이해할 수 있다는 기본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