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어른이 읽는 동화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용감하게 휴가원을 던지고 훌쩍 일상을 떠나간 제주도에서 난 홀로여행을 시작하며 조금은 두려움을 가졌었더랬다.

근 10년만에 해보는 혼자떠난 여행은 여자이기에 좀 더 떨렸지 싶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다양했다. 30명 가까이 되는 그 사람들 중 홀로 여행이 아닌 사람이 두쌍정도였고 나머지는 모두 나처럼 홀로 여행을 떠나온 사람들이었다. 그들 모두가 가족이 있었고, 애인이 있기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떠나온 모습을 보면서 다만 나만이 내가 사는 삶에 싫증을 내는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좀 더 위로를 받았었다.

그 중, 글을 쓰려고 제주도 삼방산 아래 집을 보러다닌다는 21살 아가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데, 아마 대학 신입생 나이에 벌써 자신의 갈 길을 정하고 매진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여서일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여행이 좋아서, 또 직장을 옮기는 와중의 잠시 휴가를 이용해서 등 이유가 비슷해서였기도 하다.

 

사람 사는 모습이 다 거기서 거기 비슷하다면, 느끼는 감동도 거기서 거기 비슷하지 않을까?

정호승 시인의 '어른을 위한 동화' [의자]는 그런 면에서 아무 생각없이 생활에 찌들어가는 우리 어른 들이 꼭 읽고 다시 한 번 감성을 일깨워야 할 그런 책이다.

모든 사물에 혼을 불어넣고 그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옆의 친구를 바라보듯이 바라보자. 이 책을 읽기 전에 준비운동삼아 한번 해본다면 좀 더 가슴에 와닿지 않을까 싶다.

 

의자를 놓은 아파트 베란다 바닥이 기운 것을 모르고 부모님의 마지막 유품인 의자 다리를 자꾸 잘라나가는 어리석은 모습에 이젠 자꾸 잊혀져가는 '내탓이오'를 다시한번 깨우쳐 본다.

그저 쉽게 지나치는 돌 하나가 주춧돌이 되고, 돌탑이 되고, 수채구멍을 막는 역할을 하는 돌이 되어버리는 것은 그 자체의 기다림과 뜻과 의지가 보인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내가 가진 것 이상으로 욕심을 내어 황금알을 낳고 있는 내 삶을 황금을 얻기 위해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도니다.

또한, 나의 가치를 스스로 격하시켜 여지껏 내가 쌓아온 돌탑을 나도 모르게 아랫 돌을 빼버려 허물어뜨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느림의 미학과 세상 모든 것과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

옆에 끼고 이 가을 두고두고 읽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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