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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전혜린 - 그리고 다시 찾아온 광기와 열정의 이름, 개정판
정도상 지음 / 두리미디어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 세대까지는 전혜린이라는 이름 석자에 아마도 가슴 찡~하게 반응할 것이다.
내가 비록 전후세대는 아니지만, 그녀의 에세이집은 대학시절 필독도서로 교과서처럼 읽혀졌던 책인데다가 60년대의 유일한 서울대법대 여대생, 천재, 요절 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더욱 반응하게 되었던 듯 하다.
그녀의 짧은 생만큼 그녀가 남긴 책은 두권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번역서에서 가끔 그녀의 이름을 찾을 수 있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제사 전혜린을 알게 된 사람이라도 그녀의 가치를 깨닫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그녀를 소설로 썼다고 하니, 처음에는 작가가 그녀의 친인척인가 하였다. 나의 이 짧은 생각이여...
액자소설형식이라는 훌륭한 방식으로 그녀를 비껴나마 주인공으로 삼은 이 글은 특이한 형식이다.
전혜린이 쓴 또다른 전혜린인 주영채.
그녀의 20대 시작과 생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삶을 돌아보게 하는 백창우.
프랑스에서 만난 일제치하의 조선과 같은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 유학생 잔느는 젊은 지식인이 가진 고뇌를 가진 뜨거운 사람이다.
그런 반면, 그녀를 애타게 하는 남자와 아버지의 강요로 이루어진 결혼상대 남편.
다분히 현실적으로 그녀의 현실에 적응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을 보며, 지금의 우리도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며 결국은 해야하는 것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그 시절의 여자로서의 주영채가 갈 수 밖에 없었던 그 길을 그려보게 되었다.
천재로서, 20대 교수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또 사회의 엘리트로서 모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무게를 감당하지 못 해 자살이라는 극단의 생각을 떠올리게 되는 주영채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시절 전혜린이 그랬을까? 하고 넘겨짚어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