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니야
얀네 텔러 지음, 이효숙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청소년 문학이라고 한다.

제목이 'Intet(nothing)'으로 무의미에 관한 내용을 청소년이 읽기에 어떻게 풀어내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덴마크 작가가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동양적인 철학 '무의미'에 관한 내용을 이렇게 다루어냈을까 하는 찬탄이 나왔다.

 

너무도 일찍 인생의 허무를 알아버린 피에르 안톤은 나, 아그네스와 중학교 한 반 친구이다.

그런데 피에르는 개학 첫 날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가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 나는 그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아무것도 할게 없는 거야. 난 그것을 막 깨달았어."라는 말을 남기고는 짐을 싸들고 교실을 나가 버린다.

그 후, 피에르는 자두 나무에 앉아 친구들에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허공에 자두를 던지며 아이들에게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리려고 애쓴다.

그에 반해, 아그네스와 반 친구들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피에르에게 증명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 각자 하나씩 의미있는 것을 내놓기로 한 것.

그러나 이 것은 '위험한 장난'이라는 것을 시작에서 그들은 깨닫지 못 한다.

 

아그네스의 새로 산 초록색 샌달, 게르다가 아끼는 햄스터, 누군가의 노란색 새 자전거 등을 언덕 위의 창고에 모으면서는 그들은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고 생각하지만, 점차 서로의 의미있는 것을 내놓으라고 릴레이를 펼치면서 그들은 친구의 순결, 죽은 동생의 관, 교회의 예수상, 기타를 치는 친구의 검지 손가락을 요구하게 된다.

 

점차 위험한 장난이 되어버린 그들의 의미찾기 놀이는 그렇게 피를 보게 되면서 어른들께 발각이 되고, 정작 그들이 보여주고 싶어했던 피에르는 "너희들이 그것을 거기에 갖다 놓는 순간 그것들은 의미가 없어진 거야."라고 다시금 무의미를 외친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을 내놓고, 친구의 의미있는 것을 내놓는 것을 보며 서로에게 의미를 찾으려했던 그들의 노력은 결국 피에르의 죽음으로 끝이 나버린다.

 

누구나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질풍노도를 겪게 된다. 그 질풍노도를 잘 겪어내기를 부모들과 주변의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때 아이들이 어른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 안에 들어있는 인생의 허무를 너무도 빨리 알아버린 피에르는 어쩌면 친구들보다 먼저 질풍노도를 겪음으로써 그 질풍노도가 위험하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리려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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