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부츠

가타부츠
사와무라 린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12월

'가타부츠'란 고지식하고 융통성없는 사람, 또는 착실하고 품행이 바른 사람 이란 뜻의 명사이다.

이 책의 제목이 가타부츠인데다 표지의 그림 또한 뭔가 생각하는 듯한 가타부츠처럼 보이는 여자의 털썩 주저앉은 모습인 관계로, 난 뭔가 고지식하고 착실한 사람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어긋났다. 아니다. 어긋났다기 보다는 조금 비켜갔다고 해야할거 같다.

 

이 책은 단편 추리소설 [맥이 꾼 꿈, 주머니 속의 캥거루,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 유사시, 메리지 블루 마린 그레이, 무언의 전화 저편] 6편이 묶여있는 사와무라 린의 단편집이다.

여섯편 모두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고, 주인공들이 가타부츠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인상적인 이야기 몇 가지만 소개해본다. 먼저 맥이 꾼 꿈...

서로 사랑해서는 안될 유부남, 유부녀가 우연히 백화점에서 맥(악몽을 먹어치운다는 전설속의 동물)인형 때문에 만나게 되고 그 이후로 서로를 잊지 못 한 채 맥 전시중인 미술관에서 재회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사귀게 되고 둘 모두 가타부츠인 관계로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살을 꿈꾸다가 (이 또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각자 먼저 자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아이가 생긴 것을 알게된 여자의 현명한 처세로 둘 다 죽음에서 살게 되고, 결국은 서로의 배우자들에게 상처를 주며 이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가타부츠인 사람들의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배려가 타인이 느끼기에는 배려가 될 수 없음을 알게 하는 이야기 이다.

 

두번째 유사시...

주인공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해 나가고 있는 아이를 하나 둔 평범한 주부이다.

그녀는 강박신경증 증세가 있고, 스스로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비현실적 존재, 루나와 대화를 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는데 현재 그녀가 가진 강박은 하나뿐인 아들이 자신의 눈 앞에서 사고를 당하는 장면에서 자신이 아무 대책없이 꼼짝 못하고 서있는 것이다. 비현실적 존재인 루나는 그녀에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서 그 사고 상황에 아들을 구해내는 그녀의 모습을 트레이닝 하도록 하고, 그녀의 그런 모습에 남편은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남편이 쇼핑을 하던 중 어느 미친 남자가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면서 그녀쪽으로 뛰어오고, 그녀는 또 아무 대책없이 그 남자를 보고 꼼짝 못한채 서있게 된다.

남편은,,, 칼을 피하기 위해 혼자 옆의 쿠션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린채 서있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그녀는 생각하게 된다. 그녀 자신이 이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 두가지.

첫째, 화를 내며 남편에게 달려들 경우 남편과 평생 그렇게 힘들게 서로를 미워하며 지내야 할 것이다.

둘재, 그녀가 쫓아가 남편을 달래며, 우리 둘 다 아무 사고 없이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그러면 남편과 그녀는 평생 행복할 수 있다.

그녀는 가타부츠이다. 그녀의 행동은? 두번째 였다.

유사시에 우리가 취하는 행동은 무의식적인 반사인 경우가 많다. '가타부츠'인 그녀의 행동은 그녀 성격대로 나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서 답답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주변에서 고지식하고 융통성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항상 드는 생각처럼...

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고민과 생각으로 행하는 행동이니만큼 나와 같지 않다고해서 그들을 비난하거나 질타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