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클로버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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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건 그 당시에는 모르는 거니까. 잃어버린 다음에야 아, 그때 행복했었구나, 하고 깨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그러니까 주변에서 보면 행복해보여도 당사자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거지. 반대로 자신보다 좋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거고."


인터넷 상에서 만난 사람들이 집단 자살을 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그들 중 한 사람이라도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도쿄의 바비큐장에서 일어난 비소 살인사건은 14년전 비소로 일가족이 살해당한 '레드클로버 사건'을 기억나게 한다. 도쿄 비소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마루에다는 실직한 아버지, 그대신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느라 병을 모른척 한 채 살다 갑자기 쓰러져 돌아가신 어머니, 그 상황을 못 견뎌 목을 맨 아버지까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집단 자살을 위해 만난 아저씨에게서 들은 '행복하다고 생각한적 있니?'라는 질문과 답은 그의 삶 속에서 자꾸만 생각나는 장면이다.


도쿄 비소 사건으로 소환된 레드클로버사건은 일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녀의 이름인 아카이 미쓰바가 일본어로 '붉은 세잎클로버'와 발음이 같아서 사건의 별칭이 되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온천 관광지인 홋카이도의 작은 어촌 하이토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이야기이다. 작은 마을이어서 모두가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고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작은 마을에서도 숲(신사)에 가까이 살고 있는 아카이 가족은 쓰레기 집에서 살고 있는 마을에 도움이 안되는 가족이기만 하다. 미쓰바는 그래서인지 마을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대단하다.

이 마을의 신사는 나쁜 소원은 들어준다는 저주의 명소로 마을 사람들조차 꺼려하는 장소이다. 그곳에 자주 가서 남이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자꾸 소원을 비는 하루카는 무능한 남편과 깐깐한 시어머니, 딸 도미에와 함께 살고 있다. 지히로의 엄마 구니코와 친구였기도 했던 하루카는 자신의 욕심에 못 미치는 가족에 대한 미움으로 신사에서 빌면 안되는 저주섞인 소원을 자꾸만 빌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신 시어머니와 미움이 커져가는 남편과 못 생겨서 내 딸이 아닌것만 같은 도미에까지 한꺼번에 불에타서 사라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그녀는 이 마을의 불행 중 한 장면이다.


딸 지히로에 대한 애정이 그리 크지 않은 구니코는 지히로를 어머니 집에 홀로 남겨두고 도쿄로 다시 떠난다. 홀로 남겨진 지히로는 미쓰바와 우연히 신사 아래에서 만나면서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내성적인 지히로는 자신의 어머니를 흉보는 하루카의 도전적인 말에 상처받던 중 자신을 도와 하루카를 떼내준 미쓰바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낀다. 미쓰바의 마을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커져가던 어느날 미쓰바의 일가족이 비소가 섞인 음식을 먹고 살해당하고, 미쓰바의 집 또한 불타서 없어지지만 그녀의 행적은 사라지고 없다.


14년전 레드클로버 사건을 취재했던 가쓰키 쓰요시는 마루에다를 취재하면서 다시 미쓰바를 찾기 위해 하이토 마을을 찾게 된다. 마을 전체는 더이상 살인사건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사라진 미쓰바를 추적하면서 지히로와 미쓰바, 구니코, 하루카의 인연까지 드러나게 된다.


이 책은 살인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재미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가족이 붕괴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고발하기도 하는 듯 하다.


레드클로버 사건의 사건 전말에 대한 비밀은 이 책 마지막 장까지 모두 읽어야만 알 수가 있다.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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