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
미야지마 미나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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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에 전남 영암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20년전 6학년 학급문집에 '2024.1.1. 에 만나자'라는 약속을 하고 선생님과 제자가 그 약속을 잊지 않고 만난 장면이 소개 되었다. 가슴 따뜻한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가 학교를 졸업하고 운동장을 찾아가 본 적이 있다면, 그 넓이가 변함이 없을텐데도 느낌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내 기억의 조각 크기만큼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앨범까지 모두 4권의 내 졸업앨범은 책꽂이 한쪽에 나란이 정돈되어 있는데 그 내용이 그 시대상과 경제상 등을 반영하고 있다. 초등학교때는 학급별로 단체 흑백 사진만을 한 컷 찍어서 얇은 제본 표지로 감싼 아주 간단한 내용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앨범은 개인 사진과 함께 단체 한 컷과 맨 뒤에 학급별 친구 이름과 주소, 집 전화번호까지 나와 있다. 물론 전화번호가 없는 친구의 이름들이 꽤 되었다. 대학교 앨범에서 드디어 칼라 앨범으로 변화하면서 지금과 비슷한 앨범이다.

 

'나루세는 천하를 잡으러 간다''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장소는 물리적으로 계속 변한다'는 주제 아래 나루세의 독특한 성격으로 어떻게 그 변화를 바라보며 대처하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어머니 대에서 부터 나루세의 학창시절까지 긴 역사를 가진 동네에 있던 오쓰 세이부백화점을 허물고 새 아파트가 들어오게 되자.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나루세는 매일 야구 유니폰을 입고 백화점에 가서 TV 프로그램의 뒷 배경으로나마 기록을 남긴다. 나루세의 친구 시마자키와 갑작스럽게 결성한 개그 콤비 제제카라는 여름 축제를 즐기면서 더욱 둘은 성숙해진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격언을 몸소 실천하는 성격의 나루세는 고등학생이지만 항상 적극적이고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헤쳐나갈것만 같은 멋진 소녀이다.

 

대학로 공연 공간인 학전이 사라질 위기였었다. 그곳에서의 공연을 거쳐 유명 연예인으로 자리잡은 여러 연예인들의 합심으로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니 내 청춘의 기억을 누군가 잘 보존시켜준 느낌이다. 예전에 미도파 백화점과 화신 백화점이 없어질때 처럼 다시금 내 기억을 뺏기는 느낌을 받게 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세이부백화점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하는 이들의 이 책 속의 인물들이 내 기억 속 저편의 이들 같기만 해 참 따뜻한 느낌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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