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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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군에서만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일한 여성저격병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사실을 토대로 쓰여진 소설이어서 더 이 소설은 의미가 깊지 싶다. 이젠 지구촌이나 세계화라는 단어만으로는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여지는 우리 지구마을을 설명하기 어렵다. 하나의 예로, 환경 문제만 봐도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더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서로 총구를 들이대고 전쟁을 일삼는 나라들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전쟁은 승리와 승리한 기쁨이 남는 대신 폭파되어 망가진 삶의 터와 피해받고 전사하고 그들의 가족들만이 남을 뿐이다.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어떻게 우리가 협력해야할지만이 과제로 남을텐데 말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모스크바 근교의 시골 소녀 세라피마 마르코브나 아르스카는 후퇴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독일군에 의해 어머니와 고향 마을 전체를 잃는다. 그녀도 독일군에게 사살되기 직전, 소련 여전사 이리나에 의해 구출되는데, 이리나가 쏜 총에 맞은 독일군은 자신들이 길을 질 못 들어선 그곳에서 온 마을사람들을 죽였다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도망친 어머니 저격병에 대한 복수심과 어머니와 가족같은 마을 사람들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한 세라피마는 자신의 추억이 가득한 집의 집기들을 깨뜨리며 추억이나 곱씹을 순간이 아니라고, “싸우고 싶나, 죽고 싶나?” 고 다그치는 이리나에게 까지 복수심을 불태우게 된다. 그리고, 독일군과 이리나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리나를 따라나서게 되고 그녀가 교관을 맡고 있는 훈련학교에서 저격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 세라피마는 자신만이 전쟁에서 가족을 잃은 것이 아니며, 비슷한 처지의 여성 저격병들과 공감하게 되고 가족이 아닌 또다른 팀에 적응하며 어엿한 저격병으로 거듭나고 여성 저격병으로서 전장을 누비며 활약한다. 자신이 쏘는 총구가 왜 불을 뿜는지 생각하도록 하는 이리나의 질문과 전장 속에서 세라피마는 자신의 총구는 더이상 독일군에대한 복수가 아닌 여성을 지키고 싶다는 목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련군으로서 많은 전과를 세우지만 전쟁의 끔찍함 속에서 전쟁은 국가끼리 벌이는 살육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전쟁은 승리하는 쪽이나 패배하는 쪽 어느 쪽도 가리지 않고 참전한 모두를 악마로 만들고, 그 전쟁 속에서 가장 큰 폭력에 직면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것을 깨달은 세라피마는 자신이 싸우는 진정한 동기는 여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를 저격한 후, 도망간 한스 예거를 다시 만난 그녀는 '그날 쏘지 못 했던 엄마의 , 살해당한 마을 사람의, 소련 인민과 여성의 분노를 담은 탄환'으로 예거에 대한 복수를 마무리 하게 된다. “싸우고 싶나, 죽고 싶나?”라는 극한 선택에서 싸움도 죽음도 선택하지 않고 고귀한 삶으로 살아남은 타냐를 만나면서 올가의 말대로 '악취미같은 전쟁'을 체험하게 되는 세라피마.

1942년으로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는 1978년 에필로그로 마무리 된다. 가족 사진 한장과 훈련학교 졸업식 사진 두 장의 사진 속에 찍힌 9명 중에 이제 살아 있는 단 3사람. 그녀가 지나온 40여년은 전쟁이란 참혹함 속에서의 안타까운 성장 이었다. 세라피마가 잃은 가족과 친구들 수는 세라피마가 전장에서 죽인 사람의 수보다 적지만 그 의미는 훨씬 세라피마에게 큰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전쟁이라는 큰 희생으로 그 의미를 깨달았다.

이 소설 제목은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지만 그 뜻은 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서 생명의 의미를 생각하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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