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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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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에서 처음 발령동기로 만난 친구 둘이 있다. 우리 셋 중 가장 먼저 결혼한 친구는 대학때부터 사귀던 남자 친구와 본의 아니게 헤어지고 난 직후 소개로 만난 조건 좋은 남자와 하게 되었다. 우리 셋 중 가장 진취적이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친구에게 우리는 많은 조언과 함께 좀 더 천천히 신중하게 생각해볼 것을 권했지만 친구는 그냥 결혼이 모든 힘든 일의 해결방법인듯 그렇게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친구는 아이도 둘 낳고 시부모님과 가까이 잘 살았고, 결혼 전의 모든 걱정을 덜어내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없는 결혼생활이란 것은 노력에 의해서도 잘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정하는 사랑없이 결혼을 했지만 남매를 두고 평범하게 주부로 살아가는 모습이 내 친구를 떠올리게 한다. 사랑없이 시작한 결혼 생활이지만,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는 노력은 그 어떤 주부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모습.

 

22평 전세 아파트에 사는 정하는 남편과는 대화가 단절되었고, 우연히 발견한 남편의 일기장을 읽게되어 기분이 나쁘다. 동네에서 수다를 좋아하는 자영이 엄마는 자주 찾아와 커피믹스를 타 달라고 하며 60평형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부러움을 늘어놓는다. 앞 동 우성은 아들 상원의 철없는 요청에 매번 치킨을 사주는 친절함을 보이고, 우성의 아내는 재활용 분리수거를 할때면 기분 나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본다.

 

어느날, 육아와 살림에 지친 정하는 딸 하원과 아들 상원이 잠들자 잠자리에 들었다가 늦은 밤 남편 원우가 피를 잔뜩 묻히고 귀가해 욕실에서 피를 씻어내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남편이 무슨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감지하지만 모른척한다. 자신과 아이들을 지키려는 정하. 그러나 며칠 후, 남편 원우가 실종되고, 앞 동 넓은 평수에 사는 우성의 아내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얼마 후 들려온다. 갑작스럽게 그녀가 죽은 후, 정하는 이웃의 한 사람으로서 반찬으로 우성의 가족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사라진 남편 원우가 저질렀을 일을 감추고, 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없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고된 십 년을 보내던 정하는 앞 동 넓은 평수에 사는 따뜻한 남자 우성과 재혼하게 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날, 아들 상원이 10년 전 남편처럼 사라지게 되고, 아들이 남긴 편지와 피 묻은 칼로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그녀는 하나씩 퍼즐을 맞추어가기 시작한다.

 

이 책은 읽다보니 다시 소설의 앞으로 가서 정하의 과거를 살펴보게 되는 추리 소설 중에서도 섬뜩하고 서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하의 가족, 우성의 가족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한 가족인듯 하지만 손 떨리게 안타까운 가족일 수 밖에 없다. 서로에게 비밀이 없는 부부, 서로에게 흠이 없는 가족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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