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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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이날치는 부끄럽게도 요즘 밴드의 이름이란 것 정도이다. 내가 아는 줄타기 명인들은 부끄럽게도 한국민속촌에서 공연하시는 분들이 다 이다. 내가 아는 소리꾼들은 다행이도 국악한마당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최근에 과천의 한 공원에 줄타기 줄이 매여있고 어린 아이들이 교육받는 것을 보았는데, 그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이 줄타기 명인이신거 같았다. 우리 조상들의 오랜 문화 들 중 배우기 위험하고 어려운 것들은 사라지나 했는데, 이렇게 맥이 이어지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날치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작가는 이 소설을 쓰는 것이 무척 어려웠지만, 상상력을 더 발휘하는데는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날치란 인물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고 친근한 연예인 이야기 듣듯이 읽게 되었다.

 

 

조선 후기, 전라도 담양 김진사 댁의 종인 아비와 역병에 휩쓸려 아홉 살 계동은 이별을 하게 된다. 종이었던 것을 숨기고 소리꾼이 되라는 아비의 유언에 따라 경숙으로 이름을 바꾸어 소리꾼이 되기 위해 남사당 화정패에 들어가는 계동. 화정패 줄꾼 묵호에 의해 소리가 아닌 줄을 타게 되는데 이도 우두머리인 꼭두쇠가 노름 밑천을 대기 위해 계동을 팔아버리면서 꿈이 접히게 되나 싶다. 팔려갔던 2년동안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화정패로 다시 돌아온 계동(경숙)은 말이 없어지고 우울해졌다.

 

계동은 소리꾼이 되라 했던 아비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소리를 배울 생각에 팔려갔던 계동이 다시 화정패로 돌아와 결국 줄 위에서 뛰어난 재주를 선뵈는 최고의 줄꾼 이날치가 된다. 그의 줄타기를 보고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고, 여인들이 가슴앓이를 하지만 정작 날치는 소리를 배울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명창 송방울을 찾아가 그의 제자가 되기 위해 찾아가기도 하지만, 돈이 없어 쫓겨나기도 하는데 그의 소리꾼이 되어 임금 앞에까지 가서 소리를 하고 억울함을 고하겠다 다짐하는 이날치.

 

 

날아다니는 물고기인 날치처럼 날쌔게 줄을 잘 탄다 하여 날치라는 예명이 붙었고,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이라는 사실 이외 남아 있는 기록을 찾기 힘들지만, 줄꾼이자 소리꾼으로서의 이날치는 실존 인물이면서 상상이 가미된 새로운 인물이다. 조선시대 신분의 귀천에 따른 군림과 복종 그리고 연정과 욕망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이날치에 대한 전기이자 로맨스가 된다.

 

맹인 곡비 백연과의 따뜻한 사랑은 신분제도가 있던 조선시대라는 사회적 배경 때문에 의빈 상록의 욕망까지 더해지며 슬픈 사랑으로 무릎꿇고 만다.

 

 

작가의 줄타기 장면, 맹인 곡비 백연의 감각에 대한 설명, 이날치 소리에 대한 설명 등이 만화같은 세심한 묘사로 진행되어 영화를 한 편 본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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