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연간의 격정 2
김혜량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제의 스승이자 정치적 동반자로서 황제를 아들처럼 부정을 쏟아부어 모셔온 추신. 그는 황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음모가이다. 추신은 유가경의 아버지 유렴에게 가책을 느끼면서도 황제의 기쁨을 위해 가경의 밀원 칩거에 최선을 다한다. 가경은 황제와 편지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밀원에 갇혀지내는 신세인데 그 슬픈 처지가 아버지 유렴에게는 그저 황제의 은혜로만 비춰진다. 아버지로서 재력있는 유렴은 아들과 가문의 명예를 높이려는 욕심으로 그 진실을 못 보는 어리석음을 겪는다.

 

 

황제가 유렴이 가경에게 보내 온 음식도 전하지 못 하게 하는 등 막무가내로 굴 때마다 황제의 격정은 추신이 생각한 것 이상이면서 기묘하기에 추신은 황제를 다루는데 힘들어 한다. 완고한 성역할을 강요하는 시대적 배경이 이 소설이 실제 인물을 다루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험하게 느껴지기까지한다. 황제, 가경, 추신의 감정들이 증오에서 연민으로, 연민에서 사랑으로, 사랑에서 권태로, 권태에서 순정으로, 집착과 질투, 욕망, 원망, 경애 이 모든 인간이 로맨스 상황에서 느낄 모든 감정들을 변화무쌍하게 담아낸다. 추신의 마음 변화로 세 사람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질투로 이성을 잃은 황제는 추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모한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가경을 향해서는 집착하며 갈등이 극대화된다.

 

 

이 소설의 마지막은 쉽게 읽혀지지 않을 정도로 독자의 상상을 힘들게 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현실의 뉴스들과 오버랩된다고 생각하면 그 설명이 과한 것일까? 동성애를 이렇게 자세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소설은 처음인데다, 역사 속 퀴어 로맨스를 통해 윤리적 도덕적 인간성에 대한 탐구를 하게 되다니 색다른 경험의 독서였다. 읽는 내내 인간 내면의 추악한 감정들을 모두 나열해놓은 감정통을 들여다보면서 내 자신의 내면을 다듬어야 함을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