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칼라하리의 절규
델리아 오언스 / 살림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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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이 세상 가장 오지라고 생각되는 곳은 강원도 태백의 어느 민박집이었다. 주변 민가가 많지 않았고, 밤에 불빛이라고는 내가 묵는 민박방의 불빛과 민박집을 나서서 인기척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여름 휴가를 보내러 들른 곳이어서, 에어컨이 왜 없냐 여쭈니 시원한데 왜 에어컨이 필요하냐 하셔서 의문이었는데 하룻밤 지나고 나서 바로 알게 되었다. 한 여름에도 서늘해서 모기도 없는 청정지역이라는 것을...

등산하다 만난 작은 벌레나 모기에도 식겁하던 내가 나이들면서는 바퀴벌레 정도 크기의 벌레까지는 놀라지 않고 피하거나 떼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는데, 이런 내게 동물의 왕국이나 아프리카 자연 사파리 체험 등은 별로 달갑지 않은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책은 첫번째, 최근에 읽은 '푸른사자 와니니'라는 아동소설이었다. 이 책에서는 사자의 삶이 사자 입장에서 잘 묘사되어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소설이 겹치는 것은 아마도 사자의 생태 연구 내용이 잘 표현되어있어서인가보다.

두번째 이야기는 중학교 시절 도덕 시간에 배운 늑대소년이야기 이다. 늑대에게 길러진 소년은 늑대와 같은 생활모습을 가진다는 인류학적 연구 결과 이야기 였는데, 중학생이 내게 무척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1970년대, 젊은 생태학자 부부가 아프리카 원시 야생에서 보낸 7년간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은 다큐멘터리 시나리오 같은 이야기이다. 대학에서 만난 마크와 델리아는 석사학위나 연구팀에 들어가기보다 직접 아프리카 자연을 느껴보기로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비행기 삯과 얼마 안되는 용돈을 가지고 용감하게 아프리카로 떠난다. 이야기는 그 곳에서 만난 사자, 하이에나, 자칼 등 맹수들의 행동과 생태에 관해 연구한 과학보고서이자 오지 생활의 일기라고나 할까... 아주 다양한 기록들이다. 견디기 힘든 더위와 추위, 항상 부족한 음식과 쪼들리는 자금, 너무도 느려서 진전 없는 연구 성과, 두 부부만이 전체인 외로움과 싸우면서 아프리카에서 동물들을 연구하기 위해 허허 벌판을 누비면서 겪은 생생한 체험담이 담겨있다. 부부가 아프리카에 익숙해질 즈음 현실적인 문제에 맞딱뜨리고, 아프리카 벌판을 포기하고 시내로 들어가야 한다고 결정한 때 만난 광물 연구가의 도움과 시시각각 변하는 동물의 세계에 친화되어 동물과 한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은 어쩌면 늑대소년 이야기와도 닮아있다.

이 두 부부는 늑대소년처럼 사자, 하이에나, 자칼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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