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워 : 냄새나는 세계사 (빅북) 풀빛 지식 아이
모니카 우트닉-스트루가와 지음, 피오트르 소하 그림, 김영화 옮김 / 풀빛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 전, 싱크대 수전이 고장나서 며칠을 고생했다. 수도가 없으면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하수도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하수에 관한 세계사 이야기이다. 정말 우리가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았을 이야기지만, 이렇게 발달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아직까지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중요한 행사나 업무를 해야 하는 때가 되면 목욕재계하고 준비를 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옛날 서양사람들은 씻는 것을 죄악시 한듯 하다. 이집트의 경우는 반대로 씻는 생활이 정착되어있었고 말이다. 익히 알려진대로 클레오파트라의 화장술은 아이섀도우의 기원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화장이 발달한 이집트도 많이 씻는 문화가 아닌 화장이나 향수로 더러움을 감추는 문화였다고 생각했더니 그것이 아닌가 보다.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주말과 명절에는 온 가족이 준비해서 다니던 목욕탕이 코로나19로 찜질방도 멈춰서 동네 목욕탕은 거의 폐업수준이지만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목욕을 즐기고 생활화하는 사람들이다.

고대 로마인은 목욕을 즐겨서 많은 대욕장이 있었고, 그 건물의 아름다움에 빠진 미켈란젤로가 최대한 건물을 살려 보존해서 지금은 결혼식도 하고, 기도하고, 아이들의 세례식도 한다고 한다. '어느 목욕탕에 다니세요?' 가 지금의 '어느 헬스장 다니세요?'와 비슷한 의미였으려나...

더러워 냄새나는 세계사는 깨끗해지기 위해 물로 목욕을 하는 대신, 땀을 내서 씻는 문화도 소개한다. 이슬람교도는 하맘에서 땀을 흘렸고, 일본인, 핀란드인, 러시아인, 아메리카 원주민도 사우나 같은 형식으로 땀을 흘렸다. 이것은 피곤한 근육이 풀어지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것이니 독소배출과 건강을 위한 활동이다. 우리 왕실에서도 온양온천 등으로 피접을 다니셨으니 그 효과는 의학적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입증된 것이리라.

우리나라는 짚을 길게 엮은 줄이 요즘의 화장지 역할을 했다고 알려지는데, 중국과 일본도 비슷하게 나무 막대에 천을 싸서 뒷처리를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요강 문화는 내 기억속에도 있으니 정말 최근까지 유지된 문화이다. 서양에도 의외로 요강 문화가 있었고, 하수구가 발달하면서 냄새와 인류가 작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화장지는 종이와 마찬가지로 2세기부터 중국인이 발명해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서양의 1857년보다 많이 앞선다. 이제는 비데처럼 물줄기가 다양한 방향으로 씻기니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마지막으로 세계의 더러운 말에 소개된 재미있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손을 씻다- 서양에서는 죄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뜻, 우리말은 부정적인 일이나 찜찜한 일에 대해 관계를 청산한다

더러운 돈을 세탁하다- 마피아 두목이 세탁소처럼 합법적인 서비스업을 운영해서 술을 팔아 얻은 수익의 출처 감추기 위해 정직하게 번 돈과 합치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소프 오페라-TV 드라마를 의미하는데, 주 협찬사가 세제를 만드는 회사 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러운 빨래는 집에서 해라- 우리 말의 제 얼굴에 침뱉기와 비슷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