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나태주 지음, 임동식 그림 / 열림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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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I

쓸쓸한 날은 그림을 그리고

외로운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몇 년 전, 고등학교 동창들과 30주년 여행을 다녀왔다. 어느새 만난지 30년이 넘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쁘기도 했지만, 우리가 그만큼 나이들어간다는 사실에 뭔가 가슴 한구석이 아려옴을 느꼈다. 그런데, 얘기하다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 비슷한 감정이어서 나이듦에 대한 생각을 조금 했더랬다. 우리는 가끔 약속을 잡자고 통화할때 장난으로 "그때 어때?" 라고 묻고 "좋지. 거기서 그럼 그때보자."라고 대화하고는 끊는다. 사실 우리가 만나는 때는 거의 주말 오전이고, 장소는 명동의 한 카페이다. 특별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면 거의 그장소에서 만나기 때문에 저런 장난이 통하는 것이다. 각자의 질풍노도시기와 연애사, 건강사, 가족사를 알고 있으니 대화하기도 여간 편한게 아니다. 일단 얘기가 시작되면 그 뒷 이야기가 이어지고,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어떤 대화가 이어질지도 예상이 간다. 가족과도 같은 편안함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도 시간이 갈수록 높아진다.

1945년생. 해방둥이, 동갑내기. 을유생, 닭띠. 임동식 화백과 나태주 시인. 나태주 시인은 언제부터인가 “그의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고 싶었”다며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힌다.

나태주 시인과 임동식 화백은 77년이란 긴 시간동안 우정을 지속한 사이면 눈빛만봐도 의사소통이 될듯한 사이지 않을까? 그런 두 분이 시화집을 함께 작업하셨다는 건 그냥 한 사람이 작업하신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싶다.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임동식 선생은 “오로지 화가 그것일 뿐인 사람”. “나무를 사랑해 나무를 그리다가 끝내 나무가 되어버린” 화가 임동식은 자연,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향한 겸허한 사랑을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임동식 화가의 그림 51점과 그 아름다움에 헌정하는 시 48편,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순수한 서정이 빛나는 애송시 6편이 수록되었다.

표지의 그림을 보니, 비가 오는 카페인가 싶었다. 책을 읽다보니 제목이 '비단장사 왕서방'이다. 자세히 보니 그림 아랫부분에 비단필이 있다.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아야 한다'는 생각에 책의 그림을 다시 처음부터 자세히 보게 되었다. ^^

임동식 화가의 그림은 서정적이다. 장면장면 예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풍경을 화가의 사랑을 담아내 표현한듯 하다. 표지 그림을 비롯해 <친구가 권유한 풍경> 시리즈는 비가 오는 풍경이 무척 많다고 느껴졌다. 우리 인생사처럼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캐치해내신 것 처럼 말이다. 붓터치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표현되어, 시가 먼저일지 그림이 먼저일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어쩌면 두 분이 함께 같은 공간에 앉아서 작업하신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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